외국에 살면 고국으로부터는 찬밥 신세가 되기 일수다. 사실 국방이나 납세의 의무를 지지 않으면서 뭔가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무엇보다 재외동포 스스로가 아니면 누가 선뜻 나서서 돕기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외동포들을 도우려면 그에 합당한 지원 근거가 있어야 하고 지원 근거는 법에 따른다. 그런데 법을 만들려면 국회에서 논해져야 하는데 지역구 위해 뛰기에도 바쁜 국회의원이 바다 건너 있는 재외동포를 위해 뛸 일이 있을까. 더욱이 의무는 안 지고 혜택만 달라는 재외동포를 위해 왜 설치느냐고 지역 주민이 나무라면 금방 꼬리 내려야 한다. 대한민국은 재외동포를 위한 법을 만들어 주려고 어떤 정치인이 나서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지난 선거에서 봤듯이 투표율이라도 높아야 어디 큰소리를 칠 텐데 재외동포의 투표율은 거의 바닥 수준이라 스스로 그런 권리를 내팽개친 경향도 있다.
그러면 재외동포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할 수 있을까. 한국의 대통령이 어느 나라를 방문해 동포간담회를 할 때 그 자리에서 건의하면 된다는 발상을 했다면 그런 기회를 갖기는 로또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봐야 한다. 필요한 것을 제안하려면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한국 정부에 알리는 방법은 재외동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 정부에 재외동포가 원하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한인회장대회라고 본다. 물론 고국에 재외동포가 원하는 바를 알릴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한인회장 개개인의 능력이다. 얼굴 알리러 가든, 세를 과시하러 가든, 그냥 가라니까 가든 그 자리에서 자신이 사는 재외동포사회를 위한 목소리를 내주고 필요한 것을 요구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끌어내는 것은 대표자로 뽑힌 한인회장의 능력이며 의지에 달렸다. 기회를 줘도 해당 국가의 한인회장이 시간 때우기나 쓸 데 없이 명함 돌리기에 정신이 팔리면 그것도 그 한인사회의 복이다.
세계한인회장대회는 2000년 첫 행사 이후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됐다. 올해로 14회째를 맞는다. 올해는 약 76개국에서 380여 명의 한인회 회장단이 참석하며 18일부터 4일간 열린다. 정당별 재외동포정책에 관한 토론이 이뤄지고, 전체회의에서는 한인회별 운영사례를 공유하며 대회 참석자들은 한인사회 발전과 모국과의 교류를 통한 네트워크 강화 등 다양한 한인사회 발전 방안을 상호 논의하게 된다. 규모에 비해 실속 있는 대회가 아니라는 비난도 있지만 그것은 떼로 몰려다니며 세를 과시하는 일부 한인회장들과 회원들의 풍토 때문이라는 반성과 시정 노력도 있다. 이번 대회는 오공태 재일민단중앙본부 단장과 박종범 재유럽한인총연합회 회장이 공동의장을 맡았다.
아쉽게도 이번에 영국은 한인회장을 못 보낸다. 분규 지역으로 분류돼 참가가 막혔기 때문이다. 결국 영국 동포사회의 위상을 높이고 그에 맞는 대변자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 올해는 없다는 말이다. 영국에 있는 여러 한인회는 어느 곳도 한인회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영국 한인사회가 원하는 바를 전해줄 대표가 없으니 제대로 된 대표가 우리에게는 없다는 뜻이다.
다행히 재유럽한인회총연합회 회장단 자격으로 참가하는 조 모 씨가 영국 대표 격이 됐다. 더 다행스러운 것은 <영국 워킹홀리데이>와 <외국 거소자의 보험 가입권>에 대해 한국 정부에 건의 발표할 기회를 얻었다고 알려 왔다.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영국은 빈자리가 아니게 된 것보다 기회를 살려 필요한 것을 건의할 수 있다니 전화위복이요, 반가운 일이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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