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들은 유언비어에 공식이 있다고 하는데 이렇다. '유언비어의 크기 = 사람들의 관심 x 관련 증거의 애매함'. 화제에 대한 증거가 애매할수록 유언비어가 더 부풀려 진다는 거다.
코로나19에 관련된 영국 한인사회의 유언비어 확산 형상이 꼭 이렇다. 지난주 SNS에 이런 문자가 왔다. <킹스톤 병원에서 한인 3명 확진>. 뜬금없이 그냥 이런 소문이 돈다는 내용이다. 킹스톤 병원 가드너이신 한인사회 원로분께 전화로 사실 여부를 물었다. 그분도 병원에서 온 내용이 없다며 직접 병원에 물어보겠다고 했다. 잠시 후 "병원 관계자가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며 오히려 어디서 들었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또 문자가 온다. <확진자들은 가족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다고 함>. 아니 확진자가 없다는데 어디서 이런 정보까지 나오는 거지? 하는 순간 SNS 문자가 줄줄이 이어진다. <OO에 다녀갔다는데>, <OO 학교 다닌다며>, <그럼 OO에도 간 거 아냐?>, <이제 OO에는 다 갔군>.
유언비어는 불안과 공포를 먹고 자란다고 한다. 처음 대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내가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영국 한인사회의 코로나19 관련 유언비어를 키우고 있다. 내가 들은 말에다 나는 점 하나만 더 보탰을 뿐(좋게 말해 좀 더 조심하라는 뜻)이라고 하겠지만 그것이 유언비어를 부풀리고 불안과 공포를 더 키운 것이다.
유언비어 流言蜚語를 풀이하면 '흘러가는 말, 해충 같은 말'이다. 그런데 이 흘러가는 해충 같은 말이 공포를 조장하면서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게 더 문제다. 유언비어를 소비하는 이들은 그냥 그런 소문이 있다고 말했을 뿐인데도 그것은 폭력이 되어 애꿎은 대상을 공격한다. 한인사회의 한 업소를 아무 근거도 없이 신천지 소굴로 만든 유언비어를 듣고 전달해서 애꿎은 피해자에게 폭력을 가한 이들은 아주 평범한 한인타운의 우리 이웃들이며 그들은 단지 코로나19가 걱정돼 그런 말을 하다가 말이 부풀려졌을 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누군가에게 폭력으로 돌아갔다. 유언비어는 폭력을 조장한다.
유럽에도 영국에도 증가하는 확진자, 지긋지긋한 신천지, 목숨을 거는 마스크 대란 등과 같은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이 넘쳐 사람을 믿지 못하는 시간이 됐다. 그런데 과연 그것뿐인가. 아니다. 둘러보면 위로할 수 있고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온기를 가진 소식도 많다. 당연히 그 온기는 사람에 의해서 나온다.
박노해 시인의 옥중 저서 '사람만이 희망이다'처럼 지금의 불안과 공포도 사람이 희망이 되어 풀어가야 할 문제다. 사람이 두려워 사람을 피해야 살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 불안과 공포는 사람이 서로를 돌보고 위로하며 지내야 극복될 불안과 공포다. 유언비어로 한인사회에 불안과 공포를 키우지 말고 내가 이 불안과 공포를 없애는 데 힘을 보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있지도 않은 불안과 공포를 만드는 유언비어를 제발 멈추자.
바이러스도 유언비어처럼 불안과 공포를 먹으면 더 자란다. 지금은 사람이 희망이다. 당신이 희망이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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