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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특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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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한식, 한글 그리고 한·영의 화음 <Korean Art Festival 2018>

 

 

 


영국 남동부 해안에 있는 휴양도시, 영국의 은퇴 연령대가 가장 선호하며 또한 가장 많이 산다는 이스트본 Eastbourne. 이 도시의 타운홀에서 2018년 7월 7일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오래전이다.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 가끔 깜짝 놀라게 만드는 노인회로부터 <2018 한국 문화 예술 축전>을 런던도, 킹스톤도, 뉴몰든도 아닌, 이스트본에서 현지인과 함께 준비한다는 소식이었다. 장소도 낯설거니와 현지인에게 보여주는 축전이 아니라 현지인과 함께 만드는 한국 축전이라니, 어떻게 준비하는지, 어떤 모양으로 나올지 궁금했다. 이스트본시市의 공식 사이트에서도 이 행사를 <Korean Art Festival 2018>로 홍보하고 있었다. 

 

 

영국의 한인타운, 런던의 뉴몰든에서 차로 약 한 시간 30분 남짓 달려 도착한 이스트본. 예정된 6시보다 20분 일찍 도착했는데 타운홀은 벌써 한인과 현지인들로 북적거렸다.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씨였을 것으로 느껴지는 폭염 속에도 행사를 준비한 이들은 모두가 분주했다. 

 

이날 행사의 전체 기획자이면서 합창, 무용, 사회까지 맡은 임선화 노인회 회장은 "Korean Art Festival 2018은 한국의 문화를 현지인에게 알리고 일부는 직접 체험하게 하는 기존 한인 축제의 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 문화를 현지인에게 알리고 체험하게 하면서 한국 문화의 퍼포먼스를 현지인과 함께 만들어 알린다는 데 특징을 뒀다."고 설명했다.

 

행사장인 타운홀을 둘러보니 전체가 하나의 한국 문화 전시장으로 꾸몄다. 한쪽에 놓인 수십 벌의 한복은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복 입어보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고 또 한쪽에 전시된 병풍, 초롱, 부채, 방짜, 도자기 등 전통 공예품은 우리 문화에 호기심이 많은 현지인의 시선을 빼앗고 있었다.

 

 

현지인의 감탄사를 부른 재영요식업협회의 '한식'

 

6시부터 재영요식업협회가 마련한 한식 뷔페가 제공됐다. 현지인과 한인이 섞여 길게 줄을 선 채 불고기, 보쌈, 김치. 김밥, 삼색 나물, 닭강정, 만두 등 한식을 연신 그릇에 담았다. 줄을 서서 음식을 그릇에 담는 현지인과 한인 사이에 어떤 음식이며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를 묻는 대화가 오가니 자연스레 한식 홍보가 되는 효과도 있었다. 요식업협회 회원들은 작은 그릇에 소량의 비빔밥을 만들어 사람들에 제공해 비빔밥 홍보에도 힘썼다. 250여 명 이상을 예상해 준비한 타운홀에 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이 곧 꽉찼다. 

 

재영요식업협회 송천수 회장은 "지금까지 해외에서 한 어떤 한식 홍보 행사보다 더 확실한 지역 현지인 밀착 행사가 아닐까 판단한다. 대부분 한식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이들이 사는 지역에서 한식을 맛보게 하면서 다른 한국 문화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니 효과가 배가 될 것이다. 오늘 이 행사에 참석한 현지인들에게는 한국 문화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기억이 되고 한식이 다시 먹고 싶은 음식으로 남을 것이다."라고 했다.

 

식사를 하던 그로리아 미첼 씨(69)는 "태어나서 한국 음식을 처음 먹어본다. 참 많은 종류의 음식이 있는 데 놀랐고 모두 맛이 있어 더 놀랐다. 제대로 차려진 한식을 먹을 기회가 있다면 꼭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날 공연 전에 식사를 해 냄새가 남을 것을 염두에 두고 봉사자들은 빈그릇을 그때 그때 치우는 등 발 빠르게 움직여 매우 깨끗한 뒷모습을 남겼다.

 

 

감동을 선물하는 공연과 전시 그리고 하나의 목소리

 

공연 사회자로 임선화 노인회장과 남편 피터 씨가 무대에 올랐다. 누군가가 한인사회 역사에서 행사 사회자 중 가장 연장자 부부가 아닐까 한다며 작은 소리로 농담을 했다. 남편은 영어로, 아내는 한국말로 부드럽게 진행해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 임선화 회장은 "오늘 행사는 영국에 사는 한인과 이스트본 지역 현지인들과의 만남이 한국과 영국의 만남으로 커지고 유럽과 아시아의 만남으로 확대되는 시작에 있다."고 의미를 두며 "행사를 도와준 많은 개인과 단체에 감사하며 특히 재영요식업협회가 없었다면 이 행사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함께 한국 문화를 알린다는 뜻으로 동참해 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했다. 

 

공연은 부채춤으로 시작됐다. 남성 1명, 여성 8명으로 구성된 런던한인무용단은 아마추어가 흘린 땀으로 아름다운 부채춤을 선보였다. 최정현 씨의 장구와 소리, 송해인 씨의 춤으로 어울린 '사랑가'는 우리 소리와 춤의 아름다움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남성 1인 여성 3인으로 구성된 가야금 산조팀은 외국 민요와 우리 민요 아리랑을 연주했다.

사물놀이는 한바탕 신바람을 불러일으켜 경쾌한 리듬에 현지인들도 어깨를 들썩였다. 사물놀이의 세계화답게 징을 맡은 다미로라 씨도 흥에 흠뻑 빠졌다. 이어 등장한 '인스탄트 오페라'팀은 유병윤 씨의 지휘에 맞춰 전문 성악가의 멋스러움을 선사했다. 모차르트 곡을 4명의 성악가가 차례로 들려준 뒤 4인 중창으로 '그리운 금강산'을 우리말로 불러 한인들에게 기립박수를 받는 감동을 선물했다. 임선화 회장이 현지인들을 위해 노랫 속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대한 설명을 부연했다. 

 

잠시의 휴식시간에도 현지인들은 한식, 한복, 한국의 음악 얘기를 했고 한쪽에 마련된 미니 전시장에서 한국 전통 공에품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교직에서 은퇴해 이스트본으로 이사 온 지 15년 됐다는 리즈 크락 씨(73)는 "음식과 공연, 의복과 생활용품까지 한국의 문화에 감동을 받았다. 계속 교류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2부 공연은 권희진 씨의 바이올린 연주로 시작됐다. 이날 공연에서 유일하게 독주를 한 권희진 씨는 지휘자 유병윤 씨의 집안 손녀로 소개됐다. 이어진 헤일샴Hailsham 합창단의 등장. 빨간 옷을 갖춰 입은 할머니들과 빨간 나비넥타이를 맨 할아버지 약 40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앞서 1부에서 있었던 한국 공연에 답례하듯 스코틀랜드 민요로 들려줬다. 

 

이스트본 타운홀을 공연장으로 하니 또 하나 좋은 점이 있다면 가끔 교회 종소리와 갈매기 울음이 화음처럼 간간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날 공연의 정점을 찍는 한영합창단의 한목소리가 울렸다. 50여 명이 넘는 헤일샴 합창단과 런던 한인합창단은 한 무대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됐다. 우리말로 부른 첫 곡은 김동환의 시 '산 너머 남촌에는'. 현지인 합창단의 입 모양이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를 발음하자 피부색, 언어, 문화와 관계없이 누군가 정겹고 가까운 내 이웃이 그 남촌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결국 이 한목소리에는 관객의 목소리도 합쳐졌다. 마지막 곡 '아리랑'에 이르자 유병윤 지휘자가 관객을 향해 지휘하며 타운홀에 모인 모든 이의 목소리를 하나로 만들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프로그램에 우리말 가사를 영어로 써놓아 현지인 관객들도 큰소리로 따라 불렀다. 그렇게 아리랑 고개에서 이날 공연은 한 목소리의 정점을 찍었다. 

 

 

 

막이 내려도 여운이 긴 행사가 됐다

 

갈매기 울음이 들리는 영국 남쪽 소도시에서 열린 <Korean Art Festival 2018>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이날 함께한 신우승 전 한인회장은 "임선화 노인회장과 송천수 요식업회장에게 큰일을 하셨다는 큰 박수를 보낸다. 한국 문화를 알리는 공연이 이처럼 한걸음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 협연하는 공연이 됐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얼마나 힘든 일일까 짐작은 하겠지만 오늘 이스트본에서의 공연이 밑거름돼서 한국 문화행사를 영국의 다른 도시와도 손잡고 같이 하는 현지 밀착형 한국 문화 알리기가 계속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 공연을 위해 헤일샴 합창단을 훈련한 조지크 콜츠 감독은 "공연이 너무 성공적이라 해마다 함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이 공연을 위해 한국말로 연습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느냐고 묻자 "하루 2시간씩 수 차례 한국 가곡을 연습했다. 영어로 발음을 적어두고 보면서 하니 크게 어려움이 없었고 임선화 회장이 수차례 찾아와 발음 교정 도움을 줬다. 재미있게 연습했고 단원들 모두 즐거운 경험이었다"라고 했다. 
공연에 감동해 마지막에 울었다는 주선영 런던한국학교 교사는 "마지막 곡 아리랑을 부르는 영국 합창단의 입 모양을 보니 제대로 발음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 가슴이 뭉클했다. 이런 만남을 가지고 이렇게 한국 문화를 경험한다면 누가 친한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감동적인 행사였다."고 했다.

 

많은 이의 기억에 막이 내려도 여운이 긴 행사가 됐다는 평이다.

 

한인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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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이 행사를 위해 영국노인회 임선화 회장은 백방으로 지원을 호소했으나 어느 기업, 어느 단체, 어느 기관에서도 답변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는 너무 남이 알아주기 쉬운 곳에만 집중한다. 우리 문화를 알리자고 하면서 매번 보여주기만 하고 인사치레만 받는다. 과연 우리 문화가 알려졌을까. 굳이 꼬집자면 지금도 런던의 한식 알리기를 보면 몇 해 전 시연한 궁중음식이 나온다. 구절판, 너비아니, 신선로... 당시는 현지인 참가자들이 감탄했겠지만 런던 어느 한식레스토랑에서도 이 메뉴를 다시 만날 수 없다. 보여주기만 제대로 한 셈이다. 그래도 이런 행사는 제대로 지원받아 번듯하게 치른다. 보여주기에는 좋으니까. 노인들의 푼돈을 모으고 재활용품을 팔아 근근히 유지하는 노인회의 문화센터가 외면받는 것은 보여주는 재주가 없기 때문이다. 

 

글, 사진 : 한인헤럴드
후원 : 한국 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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