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비만 환자를 감당 못 하겠다고 힘들어 하는 영국 NHS 병원이 병원 내 자판기에 초콜릿, 과자, 탄산음료 등 비만의 주범이 되는 것들을 판매하고 있어 논란이 된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가디언>이 영국 대형병원 76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모든 병원이 설탕이 많은 사탕류와 소금 함량이 높은 과자를 자판기에서 판매하면서 생과일이나 말린 과일을 판매하는 곳은 반도 되지 않았다.
병원 자판기 과자는 시중에서 팔리는 정량 30g의 일반 과자보다 더 컸다. 탄산음료를 파는 62곳의 병원 중 단 두 곳(Sandwell and West Birmingham 병원과 Bolton 병원)만이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판매했다.
영국 의료기술평가기관인 국립 보건 임상연구소(Nice)의 지침서에 따르면 병원 안 자판기에서는 전체 음료 중 20%만 설탕이 함유된 음료를 팔 수 있고 탄산음료는 330mL 보다 작은 크기만 팔도록 했지만 이를 따르는 병원은 한 곳도 없었다.
조사 결과 병원 측은 자판기에 무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에는 총 160곳의 대형병원이 있는데 이번 조사에 참가한 76곳 중 39곳이 자판기에서 어떤 음식과 음료가 판매되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이들 병원은 외부업체가 자판기를 관리하기 때문에 자판기에서 판매되는 음식은 병원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비만 퇴치 의료진 단체인 National Obesity Forum의 탬 프라이 대표는 자판기에서 불량식품을 판매하는 병원은 자신들이 해결할 문제를 스스로 만드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비만과 당뇨 환자가 늘어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면서 병원 안에서 설탕, 소금이 많이 든 불량식품을 판매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했다.
지난해 NHS는 영국 전역의 중고등학생의 20%, 성인의 25%가 고도비만이라고 발표했다.
NHS England의 사이먼 스티븐스 대표는 지난달 영국 하원에서 병원이 더 신선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환자와 직원에게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헤럴드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