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현충일이 있듯 영국에는 리멤버런스 데이 Remembrance Day가 있다. 11월 11일. 이날은 1918년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날이다. 오전 11시에 학교를 비롯한 영국 전역에서 사이렌이 울리면 모두 일을 멈추고 2분간 묵념을 한다.
다시는 전쟁이 없기를 바라며, 전쟁에서 희생된 영국인을 기리며 종이로 만든 양귀비꽃 Poppy 을 달면서 포피데이 Poppy Day 이라고도 불리게 됐다. 양귀비는 전쟁터에서 전사한 전우의 장례를 치를 때 사용되던 꽃이기도 한데 제1차 세계대전 중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플랑드르의 참호와 진흙탕에서 포피를 발견하고 쓴 존 맥크리어의 '플랑드르 벌판에서'라는 시에서 유래했다.
자유를 위해 싸우다 희생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기부의 꽃이 된 포피. 그래서 포피를 사서 다는 것은 영국을 위해 몸을 던진 선열들을 기리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이용사들을 돕는 자발적이고 국민적인 보훈행사가 됐다. 영국인은 의식처럼 당연히 이 꽃을 가슴에 단다. 하루가 아니라 11월 내내.
11월 11일과 가장 가까운 둘째 일요일은 리멤버런스 선데이 Remembrance Sunday, 말하자면 영령기념일이다. 올해는 11월 8일. 영국 전역에서 기념식이 거행된다.
우리가 상업성 넘치는 '빼빼로데이'라고 떠들기에는 11월 11일이 영국인에게는 너무나도 경건한 날이다. 이땅에 살면서 전사자를 기념하는 빨간 포피의 의미를 같이 되새겨보는 것은 이나라 보훈문화에 대한 하나의 예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