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납북자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기 의사에 반해’ 북한에 의해 군사분계선(휴전선) 이북지역으로 강제로 끌려간 사람을 의미한다. 납북자는 크게 6․25전쟁 중에 납북된 사람과 1953년 7월 27일 군사정전협정 체결 이후에 납북된 사람으로 구분된다. 보통 전자를 ‘전시납북자’, 후자를 ‘전후납북자’라고 부른다.
2010년 12월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된 6․25전쟁납북진상규명위원회는 6년여 간의 조사 및 진상규명 활동을 한 끝에 2017년 5월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시납북자는 ‘기획납북자(abductees by plan)’와 ‘동원납북자(abductees by mobilization)’로 대별된다. 기획납북자란 북한이 전쟁 전부터 기획․준비하고 전쟁 발발 시 구체적으로 납치를 실행함으로써 피해를 받은 납북자를 말한다. 동원납북자는 전황(戰況)의 전개에 따라 북한이 전쟁 승리를 위해 추가로 필요로 하는 남한 인력의 강제동원 과정에서 파생된 납북자를 가리킨다. 6․25전쟁납북진상규명위원회는 기획납북자 수를 2만～2만4천 명, 동원납북자 수를 7만～7만5천 명으로 각각 추정하였다. 전자는 사회 저명인사, 우익 인사를 비롯한 적대세력(북한 입장), 지식인․전문가 등을, 후자는 의용군, 노무대 및 기타 전시 동원인력을 포함한다.
종래 전시납북자 규모는 조사 시기와 주체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6․25전쟁납북진상규명위원회는 기존의 조사결과를 취합해 전시납북자 규모를 95,456명으로 추산했다. 전시납북자 중 귀환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있지 않다.
다음 전후납북자는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 유형은 어선을 타고 조업하다 기관 고장이나 실수로 북방한계선(NLL)을 넘거나 공해상에서 조업 중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나포돼 끌려간 경우이다. 이렇게 나포된 납북 어부․선원이 총 3,729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중 457명이 현재까지 송환되지 못하고 북한지역에 계속 억류되어 있다.
두 번째 유형은 항공기 납치에 의한 민간인 납북이다. 1969년 승객과 승무원 51명(1명은 납치 주범)을 태운 KAL기가 공중에서 납치되었다. 승객 중 39명은 1970년 2월 14일 송환되었고 현재까지 나머지 11명(승무원 4명과 승객 7명)이 북한에 억류되어 있다. 세 번째 유형은 해군이나 해경 선박의 납치로서, 우리 어선 보호 활동 중에 북한 측의 기습공격을 받고 납북된 경우이다. 네 번째 유형은 우리 국내로 잠입한 남파 간첩에 의해 고교생들이 납치된 경우이다. 곧 1977년과 1978년에 걸쳐 신안 홍도와 군산 선유도에서 여름 방학을 맞아 피서 중이던 고교생 5명이 납북되었다. 다섯 번째 유형은 해외체류 또는 해외여행 중 납북된 경우이다. 1971년 주서독 대사관 노무관 일가가 서베를린 여행 중 납북된 것을 비롯해 2000년 1월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김동식 목사가 납북될 때까지 총 20명이 해외에서 납북되었다. 이 중 8명은 탈출하였고, 12명은 아직 북한에 억류돼 있다(이 중 일부는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무적으로 통일부는 전후납북자의 규모를 2000년까지 집계하고 있다. 이를 따를 경우, 전후납북자 총수는 3,835명이고, 미귀환자의 수는 516명(송환자는 3,310명, 탈북 귀환자는 9명)이다.
이 밖에 2010년을 전후해 북․중 국경지역에서 선교 또는 인도적 구호 활동을 하다가 피랍․억류된 6명의 한국인이 있다.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 3명은 선교사이고, 다른 3명은 탈북민 출신 한국인이다. 현재 통일부와 통일연구원은 이들 6명을 ‘북한 억류자’로 분류해 별도로 다루고 있다. 이들은 위의 5가지 전후납북자 유형에 속하지 않는 부류인 까닭이다.
한편 ‘외국인 납치자’들도 있다. 그 수는 일본인, 태국인 등을 비롯해 11개국 3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한국인이 아니란 점에서 전후납북자의 범주에 들지 않지만, 북한의 개입, 강제성 및 납치의 존재란 점에선 차이가 없다.
제성호(諸成鎬) 중앙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