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의 '절제력'과 '인내력'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높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암 전문 의학잡지 'British Journal of Cancer'가 발표한 결과를 보면 영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보다 의사나 병원을 찾는 비율이 낮았는데 그 이유가 자신의 증상을 의사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창피'하다거나 의사에게 병을 진단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느끼는 영국인이 많기 때문이라고 나타났다.
전 세계 암 전문의가 참가한 이 조사에서 영국의 전통적인 '스토아 철학(stoicism)'이 암을 키워 암 생존율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병을 참으면서 키우거나 병원을 찾는 시기가 늦어 암을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초기에 검사를 받는 환자가 적어 암 생존율이 낮다는 것이다.
여러 선진국의 암 발병률, 생존율, 치료 등을 검사한 이 조사는 1995년부터 2007년 사이의 암환자를 토대로 진행됐다. 총 1만 9천79명의 50세 이상 여성과 남성 암 환자들이 조사에 참여했다.
이 시기에 폐암, 유방암, 대장암, 자궁암 생존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호주, 캐나다, 스웨덴, 노르웨이였고 가장 낮은 나라는 덴마크와 영국이었다. 이 국가들은 모두 비슷한 수준의 의료진과 의료장비를 소유하고 있다.
비슷한 의료진과 장비를 갖추고도 암 생존율에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각 나라의 문화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것이 이 조사의 결론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각 나라 사람들의 암 증상에 대한 이해력이나 암 생존 확률에 대한 생각에는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암 생존율이 낮은 영국을 조사하던 중 영국인의 의사나 병원 진단에 대한 거부감이 낮은 암 생존율의 원인이라고 밝혀졌다.
영국인의 34%가 의사의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한 반면에 스웨덴인은 9%만이 같은 생각을 한다고 했다. 영국인의 15%는 증상이 심각한 것을 알면서도 창피하다는 이유로 병원을 가지 않는다고 했지만 덴마크인의 6%에 불과했다.
영국인의 암에 대한 무심함 역시 문제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의 심각함에 대한 인식이 가장 낮은 나라는 캐나다와 영국이었으며 스웨덴이 가장 높게 나왔다.
킹스 칼리지 런던 대학교의 린지 포베스 박사는 다른 나라보다 영국의 암 생존율이 낮은 것을 우려했다. 그는 "이 조사에서 영국의 결과가 특히 눈에 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병원을 찾는 것이 의사와 본인에게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며 증세가 창피하다는 이유로 심각한 병일 수도 있는데 치료를 최대한 미루고 있다. 영국인들의 전형적인 '극기'가 문제다."라고 했다.
UCL 대학의 제인 와들 교수는 "영국인이 GP와 소통하는 시기와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첫째 과제다. 환자가 창피하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것은 영국인 대다수가 GP와 불편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인데, 이렇게 증상을 방치하고 병이 더 악화되도록 가만히 두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다."라고 했다. 그는 "암 증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는 것과 GP를 최대한 빨리 찾아야 생존율이 훨씬 더 높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 최우선이다."라고 전했다.
헤럴드 김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