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가자
나는 매년 전국체전을 다녀오며, 차세대와 재영동포들이 전국체육대회에 함께 참여하며 고국방문을 통하여 모국의 각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비롯한 먹거리나 특색들을 접할 수 있고, 여러 나라에서 온 동포들과의 경기를 통한 교류도 하며, 조국의 따뜻한 영접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영국에 사는 동포 분들에게 마련하여 선물해 드릴 수 있었던 것에 대해여 무한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또, 작은 기쁨과 보람을 느끼며 영국에 살고 있는 것에도 고마움을 느낀다. 영국동포를 대표하여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영국선수단의 규모는 아직 작지만, 영국교민사회가 안정되고 성장하면 많은 관심과 격려에 힘입어 고국과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리라 믿는다. 머지않아 이웃 독일에 사는 교민사회같이 많은 관심 속에 모두 함께 참여하는 영국사회가 되리라 본다.
동원령
서울올림픽, 런던올림픽을 접하고 이번 리우올림픽을 보며, 매년 참가하는 한국스포츠의 가장 큰 대회인 전국체육대회를 생각하며 떠오르는 것을 몇 자 적어보고 싶다. 서울올림픽 즈음까지의 우리 스포츠나 모든 행사는 학생이나 주민 등을 동원하는 위주의 행사가 많았다. 경기장을 채워야 했고, 그러기 위하여 많은 이들을 동원시켜야만 하였다. 요즘 북한방송에서나 보는 큰 행사 등에 많이 동원된 환영행사 같은 것을, 우리도 어릴 적엔 그리했다. 군관민(軍官民)의 우선순위에서 민관군(民官軍)으로 바뀐지도 얼마 되지 않는다. 50대 이상에선 군관민이란 소리가 귀에 익숙할 것이다. 1순위 군대, 2순위 관청, 3순위가 국민 이였다. 군사정권시절로 불리는 시대에는 군관민은 너무나 당연한 의전순위였고 권력서열이었다. 민주화과정에서 순서가 바뀌어, 언제부터인가 말이라도, 민관군의 순서로 표현되고 있다. 암튼, 그 이후 동원이 금지되며 행사참여율이 떨어지니, 생중계되는 전국체전 개막식이나 경기응원에도 관중석이 썰렁한 경우가 많다. 일부 인기종목이나 올림픽 같은 대회를 제외하면, 약 50여 종의 경기종목의 경기와 관심은 선수와 가족, 관계된 이들 만의 일이기도 한 것이 현실이다.
몸으로라도 때워야
그런데 런던올림픽을 대한체육회 영국지부장으로 겪으며 느낀 것은, 일단 모든 경기장에서 관중석에 빈자리가 없이 치러졌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돈이 있어도 표를 구할 수가 없었다. 어느 종목의 한국임원은 표를 못 구해 응원도 못하기도 하고, 태극기하나 흔드는 이 없는 경기장에서 경기한 종목도 있어, 응원요청도 있었지만 표를 구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재영국대한체육회 임원들이 직접 윔블리 축구경기장 역 입구에서 축구응원을 위하여 협찬받은 붉은 티샤츠를 우리국민에게 나눠주다 공식승인업체 후원유니폼이 아니라는 이유로 압수당하고, 올림픽이 끝난 후에야 찾아오기도 하였다. 암튼 영국은 분명 스포츠를 사랑하는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비인기종목이나 장애올림픽이나 모두 비싼 표를 자기 돈 내고 시간 내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준다. 어떻게 그렇게 관전할 수 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언제 어디든 행사에서는 끝나는 시간까지 자리를 지켜준다. ‘돈 없으면 몸으로라도 때우는 것’이 원칙논리인줄 알았는데, 우리는 ‘몸으로 때우기 싫으면 돈으로 해결’하려고도 한다. 그만큼 우리가 잘 살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런데 영국인들이 모든 행사에 기부금을 들고 몸으로 직접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가난하다는 생각이 안 든다. 잘못 본 것인 줄 안다.
우리끼리
리우오림픽의 경기장의 많은 빈자리를 보며, 일부경기장 관중석에서 영국국기를 흔드는 이들이 많은 것을 보며, 재영 한인들의 무관심속에 체전에 참가하는 ‘재영국선수단’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아려진다. 하여간, 영국은 모임도중, 우리같이 중간에 사라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물론 ‘노쇼’도 없다. 예약하고 안 나타나면 패널티를 물게 된다. 무료인 병의원에도 한글로 꼭 써서 붙여 놓는 것이 있다. 한글의 세계화에 보탬 되는지 모르지만, ‘다른 환자를 위하여서라도 예약 좀 지켜달라고, 패널티를 물리겠다’고 쓰여 있다. 한국인이 한국인을 상대로 사업을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지, 훨씬 더 쉬운 일인지는 정말 잘 모르겠다. 말은 통하는 것 같은데, 뜻은 전혀 안 통하는 경우도 있다. 못 알아듣는 영국 말을 듣는 것보다 기분이 그렇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는 현지인을 상대하는 것이 제일 편하다고도 한다. 그리고 한인들이 모여 사는 이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살기도 한다.
영국서울한의한 박사 김 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