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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만나는 런던

그림으로 만나는 런던-85 산불/ 코시모

hherald 2011.08.22 17:32 조회 수 : 13092

그림으로 만나는 런던-85
산불/ 코시모
The Forest Fire/ Piero di Cosimo

 

타오르는 우주의 꿈



그림.JPG




인류 역사는 불의 역사다. 불을 사용하면서 인간은 비로서 인간이 되었으며 갖가지 불의 사용법을 발전시키며 인류는 성장하였다. 인류는 한마디로 불 필요한 존재였다. 불은 인류를 돕는 마법사 같은 존재였다. 어느 날 갑자기 증기기관이 되어 나타나 인류를 놀라게 하기도 하였으며, 어느 날 갑자기 거대한 화산폭발로 나타나 인류를 움츠려 들게 하기도 하였다. 인류에게 불은 고마움과 야비함을 함께 지닌 야누스 같은 존재였다. 화가들은 많은 불의 이야기를 그려 인류의 스승과도 같은 불과 대화하였다. 아름다운 불 그림을 한 점 소개하고 싶다. 세계 최초의 박물관이라는 수식어로 유명한 옥스포드 애쉬몰린박물관(1687년 설립)의 ‘산불(1505)’이다. 르네상스 시대 가장 기괴한 화가의 한 명이었던 코시모(1462~1521)의 우아한 불 그림이다.
바사리가 묘사한 바에 의하면 코시모는 아주 특이한 화가였다. 특히 다빈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이상한 일화가 많기로 유명한 화가다. 유별난 성격에 언제나 자기생각에 골똘히 심취하여 지극히 사회적이지 못한 인물이었는데, 방안에 쳐 박혀 남몰래 그림 그리기를 즐겼던 골방의 화가였다. 그의 생활은 가히 짐승 수준이었다고 전해진다. 방은 절대로 치워서는 안 되는 곳이었고, 그의 정원은 전혀 손보지 않은 자연 그대로였다고 한다. 절실히 배가 고플 때만 먹었으며 이상한 발명 하기를 즐겼고, 아기울음이나, 기침소리, 벨소리 등을 병적으로 싫어하였다고 한다. 번개를 심각하게 무서워했으며, 파리를 보면 화를 내고, 그림자를 극도로 싫어하였으며, 조수들을 옆에 있지도 못하게 하였다고 한다. 완성되기 전 그림을 절대주문자가 볼 수 없었으며, 그림에 심취하면 삶은 계란 만을 먹으며 그림에 몰두하였다고도 전해진다. 지붕을 치고 내려오는 빗물을 바라보기를 즐겼다는 코시모, 그는 다양한 그림을 그린 바 있는데 특이한 식물이나 동물을 보러 다니는 걸 즐겼다고 한다. 나는 그를 몽상가였다고 짐작한다. (독해력이 뛰어난 독자들은 이미 눈치챘겠지만 필자는 심각한 증상의 락매니어다. 코시모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강박증 환자였던 아방가르드락의 대가 소고기심장(Captain Beefheart, 1941~2010)이다.)  
‘산불’(‘숲의 불’이 정확한 번역이겠으나 나는 산불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런 작은 ‘제멋대로’야 말로 글 쓰는 자들의 상쾌한 즐거움의 일종이므로 포기하지 않겠다.)은 오백 년 전에 그려졌다고 믿기 힘든 우아한 그림이다. 숲에서 불이 나고 숲에 살던 갖가지 동물들은 그 불을 피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다. 벌겋게 불이 붙은 나무, 새들은 한결 수월하게 피하고 있고, 육지동물들은 보다 힘겹게 불의 추격을 피하는 중이다. 긴장의 순간이다. 그러나 부드럽게 어우러진 색감들은 탈출이라는 긴장감을 느끼기에는 지나치게 우아하다. 또한 한 동네에 모여 살기 힘든 여러 종류의 동물들을 한꺼번에 그리고 있어서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다. 헌데 묘한 것은 이런 언밸런스가 이 그림 최고의 매력이 된다는 점이다.
그림이 때로 우리에게 주는 치명적 매력 중에는 세상의 상식을 가뿐히 뛰어넘을 수 있는 ‘그림만의 자유로움’이란 것이 있다. 오늘날의 미술이 능숙하게 다루는 그런 자유로운 몽상을 이미 오백 년 전에 시도했다는 점에서 이 그림은 놀랍다. 그 놀라움은 코시모의 우아한 색감 속에서 차분하게 빛나고 있는데, 이 그림에는 한 인간이 조용히 등장하고 있다. 불 속에서 자신의 소중한 가축을 구하려는 듯한 남자다. 그 남자의 황급하지만 섬세해 보이는 자세에서 나는 화가 코시모를 보고 싶다. 불에서 생명을 지키려는 생물들의 모습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재산, 아니 모든 것을 지키려는 화가 자신의 모습으로 보고 싶다. 
코시모의 ‘산불’은 젊은 시절 심취했던 위대한 몽상가 가스통 바슐라르(1884~1962)의 불에 관한 명상을 생각나게 한다. 불은 생명과 죽음, 선과 악 같은 두 가지 가치를 함께 품을 수 있는 유일한 현상이다. 태초에 불이었다가 하늘을 향해 불꽃처럼 서있던 나무들이 불이 된 현상, 바로 산불, 그것은 아직 불이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생명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며, 자신의 열정의 불꽃을 확인하는 순간이 된다. 이 그림이 우아한 것은 필경 코시모의 불에 대한 명상이 심각히 전제된 그림이기 때문일 것이다. 바슐라르에게 불은 ‘극단적으로 살아있음’이었지만, 코시모라는 선배화가에게 불은 ‘세상을 정리하는 우주의 꿈’이었던 것 같다. 화가란 ‘우주의 커다란 꿈을 새롭게 하는 자’라는 바슐라르의 몽상을 어찌 알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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