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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사 에세이

삶은 호박에 이齒 안 들어 갈 소리

hherald 2010.07.17 19:52 조회 수 : 1304

다들 힘들어 죽겠단다. 힘들어 죽겠다는 느낌이 들기는 한인교회들도 마찬가지다.
외교통상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9년도에 집계된 재영한인의 수가 무려 45,295명이나 된다. 신문을 읽으며 한마디로 웃기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10년에 한 번씩 영국정부에서 실시하는 공식센서스에 의하면 2001년도에 집계된 재영한인의 수는 12,310명이었다. 그렇다면 지난 9년간 무려 400%나 교민이 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2001년도는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어학연수와 조기유학으로 사람들이 영국으로 몰려들던 시절이다. 과연 영국에 오래 살고 있는 교민들 가운데 외교통상부의 통계자료를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혹자는 뉴몰든에 사는 한국사람이 10,000명은 족히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불행하게도 뉴몰든의 인구는 28,500명에 불과하다. 두 집 건너 한 집이 한국사람이라는 이야기인데, 여드레 삶은 호박에 이齒 안 들어 갈 소리다.

더구나 한인들의 집중거주지역이 거의 포함되어 있는 로열 킹스톤(the Royal Borough of Kingston)의 전체 인구가 147,273명이라는 것을 참고해 볼 때 45,295명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터무니 없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몇 년 전에 같은 교단의 원로목사님께서 영국을 방문하셨다. 런던의 초등학교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딸아이의 얼굴도 볼 겸, 후배목사들이 목회하는 교회도 둘러볼 겸 이렇게 저렇게 일을 엮어 짬을 낸 행보였다. 40년 가까이 시드니에 살고 계시는 목사님께서 뉴몰든 하이스트리트를 두어 번 지나시더니 대뜸 재영한인수가 1만 명을 넘기 어렵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때는 지금보다 영국 이민법의 턱이 낮아 제법 사람들이 북적대던 시절이었다. 조금 박하기는 하지만 영국정부의 센서스결과에 거의 근접하는 수치였다.

당시의 호주교민수가 72,963명(2004년)이었는데, 크게 세 지역으로 나누어진 시드니의 한인상가들은 사실 뉴몰든의 초라한 분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내 눈으로 확인한 것만으로도, 긴 거리에 현지인들이 들어설 틈 없이 한인상점들과 각종 서비스업종들로 빼곡했었다.

아마도 그 분의 계산법은 뉴몰든을 시드니의 세 지역 가운데 한 곳쯤으로 생각해서 2,5000명을 잡고, 그 곳의 1/2 규모도 되지 않는 수준을 감안해 대략 1만명쯤으로 추정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결코 터무니없는 숫자가 아니었다.

한 때 뉴몰든에 나가면 한국사람들끼리 어깨를 부딪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는 개척교회들도 기러기엄마들과 학생들로 제법 쓸쓸하지 않은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젠 더 이상 엄마의 영어학교 비자로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유학시키는 시절 좋던 편법유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뉴몰든은 빈방을 찾는 언어연수생들로 넘쳐났었다. 그런데 이젠 문턱을 높인 이민법의 영향으로 그것도 한 때 시절 좋던 풍경이 되고 말았다.
“이젠 뉴몰든에 사람이 없어요”
사업을 하고 있는 교민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다.
“이젠 새로 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목사님들마다 같은 이야기다.

옥스포드 켐브리지 같은 대학도시들도 유학생들의 수가 눈에 보이게 줄어 어렵기는 마찬가지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사관과 한인회만 교민수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그래야 하는 눈물겨운 사연이 있겠지만, 전혀 공감이 되는 않는다.

오늘 아침에 카운슬에서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주민세를 2.5% 인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편지 상단에 이미 2년 전에 귀국하신 어머니의 성함이 거주자로 올라있었다. 구청(Borough)에 통보를 하지 않은 결과였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의 영국의료보험도 이제껏 살아있었다.
현실은 정리되지 않은 통계와는 거리가 멀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정리되지 않은 등록교인의 수는 한낱 낡은 명함에 불과하다. 머지 않아 영국정부의 2011년 센서스가 시작된다. 그러면 400%를 운운하는, 삶은 호박에 이齒 안 들어 갈 소리의 진상을 숫자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교민사회는 지금 모든 것이 포화상태이다. 45,259명 이상의 재영한인이 실제로 존재해야 굴러갈 수 있는 수준이다. 더구나 돈 쓸 사람은 없고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만 남은 것이 뉴몰든의 실상이다.

이제 우리의 관심을 6,000만명이 넘는 영국인구에 맞춰 뉴몰든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가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미래가 없는 것이 우리들의 영국생활이다.

일어서서 뒤꿈치를 들고, 목을 길게 뺀 후에, 사방으로 펼쳐진 영국을 나의 시장으로 바라보면 재영한인의 수가 45,295명이든 12,310명이든 아무 상관이 없다. 그것은 단지 숫자놀음을 해야 돈이 생기고 명예가 생기는 그런 사람들의 몫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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