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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술에 취하면 어떻게 될 거라는 자기충족적 예견 (self-fulfilling prophecy)을 믿는 우리에게 부분적으로 책임을 돌려야 한다. 술은 당신을 공격적으로 만든다고 굳게 믿고 그렇게 예상하면, 정확히 그렇게 된다. 그래도 왜 우리가 그런 이상한 믿음을 갖게 되었느냐는 물음은 남는다. 술이 위험한 탈억제제라는 개념은 영국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상극적이고 무미건조한 북유럽 스칸디나비안 계열의 절재와 중용의 문화에 관심을 가진 문화인류학자와 사회과학자들에게 잘 알려진 몇몇 문화에도 그런 이상한 믿음이 있다. 이 문화권에서는 보통 중용과 절제 운동으로 인하며 술과 상극적, 비도덕적, 애증, 금단의 열매 관계를 맺는다고 한다.

 

이는 서로 융화하고 감정적이며 중용이나 절제와 거리가 먼 지중ㅎ 문화와 비교된다. 이 문화에서는 술은 필수품이며, 자연스럽게 즐기는 것, 도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일상의 것이다. 이들이 과거 중용과 절제 운동가들의 눈을 벗어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1인당 술 소비량이 훨씬 많은데도 ‘융화하는 문화’는 ‘상극의 문화’를 몸시 괴롭힌 술과 관련된 사회적 . 정신의학적인 문제가 아주 적은 편이다.

비교문화를 조사한 내 동료와 선입견이 없는 공평한 알코올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 사실은 지겨울 정도로 분명한데도 이것을 도저히 믿으려 하지 않는 영국의 청중들에 대해서는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다. 나의 직업적인 삶은 대개 술에 관련된 많은 조사와 관련되어 있다. 나와 동료들은 전문가 의견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정부기관, 경찰 관게자, 수심에 찬 주조없자, 각종 단체로부터 들어오면 다른 문화와의 비교실험 증거를 10년 이상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다녔다.

 

모두들 대단히 놀란다. “진짜로? 정말로 당신 말처럼 술이 폭력을 안 일으킨다고 믿는 문화가 있다는 말입니까? 정말 이상하네요!” 그러면서도 악령의 음료에서 솟아나는 악마 같은 힘에 대한 믿음을 도저히 어쩔 수 없다고 공손하게 체념해버린다. 이는 마법사와 가우제의 힘에 힘에 사로잡힌, 외딴 진흙집에 사는 부족에게 강우의 원인을 설명하려는 것과 같다. 그들은 예, 예! 라고 말은 하지만 그래도 비가 안오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믿는다. 무당이 비를 부르는 춤으르 제대로 안 추웠거나 희생제물인 염소를 바쳐야 할 시간에 할례하지 않은 남자 아이나 월경중인 여자 아이가 성스러운 동물의 머리를 만져서 조상이 분노한 거라고 굳게 믿는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술을 먹으면 사람들이 자제력을 잃어버려 서로의 머리를 떄리고 다닌다고.

 

혹은 ‘알코올과 대중의 무질서’란 컨퍼런스에서 만난 어느 수심에 찬 신봉자에 의하면 알코올은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다. 자신들은 어찌 요령 좋게 면역이 되어 있다고 믿는다. 사무실 크리스마스 파티나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좋은 카베르네 쇼비뇽 와인 몇 병을 마시고, 동네 퍼브에서 진토닉 몇 잔 마셔도, 혹은 어딘가에서 얼근히 취해도 주먹질은 물론이고 욕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단지 노동계급만 폭력을 휘두를뿐더러 욕을 하게 만드는 특별한 힘이 술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비를 오게 만드는 것보다 더 기가 막힌 마술이다. 우리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비논리적인 종교적 교리를 믿듯이, 이 술의 힘에 대한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경우에 설명이 불가능한 논제를 존립케하는 교리란 그저 논제를 피해버리는 것이다. 예의 바르고, 내성적이며, 절제된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의 감탄을 받는 외국인이 왜 바보, 멍충이, 촌스러운 폭력배란 악평을 받느냐는 불편한 질문을 술을 핑계로 간단히 피해갈 수 있다.

 

나는 우리의 예의 바른 내성적 성향과 불쾌한 공격 성향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본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사교불편증과 동일한 증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고 손쉬운 감정표현과 우호적인 사교적 접촉을 어렵게 만드는 선천적 사교장애로 고통 받고 있다. 이 선천적 사교장애증은 우리에게 깊이 새겨진 자기억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왜 이 사교불편증 때문에 고통 받는지는 쉽게 알 수 없는 신비이다. 이 책을 끝낼 때까지도 답을 얻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원인은 몰라도 병과 장애를 진찰하고 진단하는 것은 가능한 듯하다. 그것이 개인적 차원이든 국가적 차원이든, 이 정도의 정신적 장애의 원인은 규정하기 어렵거니와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이것은 자폐증일까, 광장공포증일까, 혹은 다른 무엇일까. 이 증세들은 무작워로 뽑은 것이긴 하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영국인의 사교불편증과 상당히 비슷한 점이 있다. 그러나 불쌍한 우리를 너그러이 봐주는 자비로운 마음과 정치적으로 바르게 행동하기에 따라 그냥 ‘사교장애’ 라고만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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