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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과가 있다. 만유인력이라는 현명한 깨달음을 준 뉴턴의 사과가 그렇고 한입 배어문 애플사의 로고가 그렇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아름다운 사과는 인간이 인간에게 하는 진심어린 사과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사과.

사과를 한다는 것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으로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무를 실행한다는 의미다. 물론 사과할수 없는 사과도 있다. 아담과 이브의 사과같이 사과만으로는 해결되기 힘든 무시무시한 사과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과는 어쩔수 없는 인간 세상의 과오와 실책에 대해 희망을 갖게하는 긍정적 의미를 지닌다.

사과가 활성화된 사회야말로 선진사회를 향한 나아감 동작의 기쁨을 공유하는 사회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뒤쳐진 대한민국의 사과문화는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동안 있어온 한국의 정치가나 재벌총수같은 사회적 리더들의 사과형태는 납득하기 힘들만큼 치졸한 형식을 지녔었다. 

그들의 억지 사과는 캐나다 출신의 새파란 팝가수 저스틴 비버의 사과만도 못하였다. 진정성이 결여된 사과는 이브의 사과처럼 독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얼마전 있었던 표절시비에 대한 소설가 신경숙의 사과도 실로 어이없는 수준이었다. 

논란은 신경숙의 소설 '전설'과 일본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의 흡사한 부분을 비교하여 이응준이라는 작가가 표절의혹을 제기하면서 비롯되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신경숙이기에 사회적 충격은 적지 않게 출렁였다. '문학 너마저!...'라는 탄식이 나올법 했다.

'전설'을 출간했던 출판사 창비는 이에 대해 표절 논란을 부인하였다가 비난여론에 몰려 입장을 바꿔 공식사과문을 게재하였다. 이어 신경숙은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차례 대조해 본 결과, 표절 문제를 지적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며 사과를 대신한바 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야릇한 해명을 덧붙여, 일명 '유체이탈 화법'이 그간 있어왔던 한국작가들의 표절논란에 대한 탈출구였음을 상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며 비판받고 있다.

과장 포장되어 우뚝선 한국작가가 어디 신경숙 뿐인가. 신경숙의 동문이자 선배인 필자로서는 이번 사태 속에서 그녀보다 더 심각해보이는 한국문단의 썪은 정신이 안타까울 뿐이다. 특히 창비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창비(창작과 비평)는 문지(문학과 지성)와 쌍벽을 이루며 한국문학을 이끌어온 한국문학의 중추신경이며 한국문단을 독점한 가장 큰 세력의 하나다. 60년대 미국 하버드 박사로 돌아온 평론가 백낙청이 편집인이 되어 계간지로 시작된 창비는 70년대 한국문단의 흑백논리 속에서 문학인들의 현실참여를 부르짖으며 문학의 예술성을 보다 옹호하던 문지와 쌍벽을 이루었다.

국적불명의 난해시가 범람하던 60년대 한국문단을 평정했던 김수영시인이 사망한후 창비는 독재정권하의 한국문학에 양심과 정의를 수혈했던 값진 출판사였다. 창비와 문지의 라이벌 구도는 한국문학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한 점도 많다. 그러나 그 양강체제가 오랫동안 극복되지 못하면서 오늘날 한국문학의 썩은 작태가 만들어졌음도 부인할수 없을 것이다.

프랑스 엘뤼아르의 시를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는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는 김지하의 거대한 투사적 존재감으로하여 문단에서 논란의 대상도 되지 못하였으며, 이상의 난해시를 한국시의 최고 유산으로 인정하면서도 이상같은 난해시가 발붙일 한치의 틈도 한국문단에는 허용되지 않았다. 이른바 문단권력의 양극인 순수나 참여, 즉 문지나 창비, 어느 하나의 눈에 흡족해야 한국문학이었다. 고도의 알레고리같은 문학의 본질은 존재하기 힘들었다. 많은 문학지망생들이 문학을 버린 이유가 되었다.

독재의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오고도 한국문학이 다양성을 회복하지 못한것은 팔할이 창비와 문지의 책임일지도 모른다. 신경숙이라는 판매가 보장되는, 만들어진 작가의 권력을 지켜야하는 창비의 초라한 상업적 현실은 한국문학의 암담한 현실과 맞물려 있다. 

신경숙 표절시비에 대한 창비의 사과문은 참으로 초라하고 발칙했다. 사과도 문학 아니던가. 사과도 현실참여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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