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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만나는 런던-7 펑크 런던

hherald 2012.03.26 18:40 조회 수 : 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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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만나는 런던-7
펑크 런던 
 
이유 있는 반항 
세계에서 가장 공정하다는 자존심 하나로 버텨온 영국의 공영 방송이 BBC다. 그런 BBC의 명예에 심각한 오점을 남긴 사건의 하나가 1977년 뜻밖의 곳에서 발생하였다. 그 해 초여름 BBC가 주관하는 영국 팝 차트의 1등을 차지한 곡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허스키 보이스 로드 스튜어트가 부른 <I Don’t Want to Talk About It>이었다. 그러나 많은 영국인들이 그것을 믿지 않았다. 사람들은 2위에 오른 섹스 피스톨스라는 신예 밴드가 부른 <God Saved the Queen>이 더 많이 팔렸다고 믿었다. 그들의 믿음이 사실이라면, 공정한 BBC가 승부조작을 하였다는 심각한 이야기가 된다. 이 미스터리에 대한 진실은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도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영국인들은 이 사건을 BBC의 가장 수치스러운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영국의 국가와 같은 제목을 지닌 <God Saved the Queen>은 펑크 런던의 서막을 연 기념비적인 노래다. 여왕과 영국 지도층을 파시스트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었으며, 노동자 계층에 대한 연민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자극적인 노래였다. 1977년은 공교롭게도 엘리자베스 여왕이 즉위 25주년을 맞이하는 해였다. 실버 쥬빌리(Silver Jubilee)라는 이름으로 국가적인 축제를 벌이는 런던을 강타한 이 강렬한 노래가 바로 영국 펑크락(Punk Rock)의 도화선 같은 대표곡이다. BBC의 자존심에 금이 가게 만든 노래다. 펑크는 뉴욕의 CBGB같은 조그만 공연장을 중심으로 70년대 중반 미국에서 발생한 장르다. 펑크족들의 펑크문화와 결합되는 펑크 락은 기존 락들의 심각함과 음풍농월에 반기를 든 혁명적인 음악이었다. 특히 헤비메탈이나 프록락의 심오함에 대한 반발의 폭발이라고 볼 수 있다. 쓰리코드를 사용하는 단순한 멜로디와 강력하게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을 지니고 3분 내외의 짧은 곡들을 연주하는 펑크락은 미국에서 발생하였으나, 런던에서 한때 확실하게 대세를 장악하는 음악이 된다. 따라서 펑크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도시가 런던이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 존재하는 다양성의 하나로 생겨난 펑크는 런던에 와서 젊은 음악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음악이 된다. 이것은 미국의 광활하고 거대한 크기에서 오는 다양함과는 다른, 다양성 속에서도 집중력을 지닌 도시가 런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펑크를 런던에서 꽃피우게 한 영국 펑크의 선구자는 말콤 멕라렌(1946~2010)이라는 인물이다. 멕라렌은 미국에서 선구적 펑크 밴드 뉴욕돌스를 만나 그들의 매니저를 하기도 한 인물이다. 그는 런던으로 돌아와 패션디자이너인 여자친구(그녀가 바로 그 유명한 펑크패션의 여왕 비비언 웨스트우드다.)와 미니스커트의 거리, 스윙잉 런던의 중심지였던 첼시의 킹스트리트에 펑크패션을 주도하는 옷가게를 오픈 하였다. 기념비적인 옷가게 <섹스>였다. 그리고 그곳을 드나들던 삐딱한 젊은이들을 모아 밴드를 조직하고 스스로 매니저가 된다. 그들이 바로 영국 펑크락의 선구적 밴드 섹스 피스톨스다.
<섹스 피스톨스> <클래쉬> <스트랭글러스> <버즈콕스> <뎀드> 등 쟁쟁한 펑크 밴드들이 70년대 중 후반 런던의 음악계를 강타한다. 그들의 음악은 가벼운 형식 속에 만만치 않은 진정성을 담고 있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락 역사에 있어서 최초로 흑인음악을 극복한 백인들 음악이 펑크가 아닐까 한다. 펑크는 영미 비평가들을 사로 잡는다. 한때 일부 국내 팝평론가들의, 수준 높은(?) 메탈이나 프록 밴드들에 비해서 조악한(?) 펑크락을 높이 평가하는 영미 평단을 이해할 수 없다는 글들을 본 적이 있다. 필자는 그럴 때 마다 국내 평론가들에게 강력하게 조언하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음악으로 밥 먹지 않는 고고한 아마추어인 자랑스러움에 상처를 입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 지면을 빌어 그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펑크는 그런 수준 높고(?) 고고해진(?) 락에 대한 음악적 반항까지를 포함하고 있는 음악이다. 그런 음악을 하는 그들에게 연주 실력 운운 하는 것은 정말로 무지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혁명은 질서의 부정에서 오는 것임을 상기시켜주고 싶다. 펑크를 의미 없는 반항이자 억지라고 주장하는 기성세대들에게도 조언하고 싶다. 우리가 펑크족들에게 갖는 편견은 아주 무책임한 무식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제임스 딘에게는 미안한 발언이 되겠지만, 이 세상에 <이유 없는 반항>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 모든 반항에는 이유가 있고 근거가 있고 알리바이가 있고 원한이 있다. 펑크는 이 사회의 위선과 거짓에 대한 반발이다. 펑크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그 정신의 속내를 순순하게 들여다 보는 것이 건강한 사회인의 균형감각이 아닐지. 내 취향에 맞지 않는 모습이라고 무조건 배척하는 자세는 보수라고 부르기도 미안한 우악스러움이다. 런던은 펑크의 반항이 중심에서 활활 타오른 역사를 지닌 지구상의 유일한 도시라고 본다. 원산지인 뉴욕은 그 산만한 다양함으로 인하여 펑크가 대세를 장악해본 경험은 없다. 런던의 매력을 말할 때 펑크를 빼놓을 수는 없다. 보수와 자유가 어우러진 도시 런던에서도 가장 자유분방했던 시절의 모습이 <펑크 런던> 아닐지. 순수하고 진솔했던 순간. 그러나 펑크의 변종 사상인 백인우월주의 같은 것이 정말 혐오스러운 것은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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