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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다른 나라의 경우 아주 작은 공동체라서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운전기사를 알 때나 감사를 표했다.
그럼에도 영국인의 Ps와 Qs에 특별히 따뜻하고 우호적인 그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거의 눈을 마주치지도 웃지도 않고 그냥 중얼거릴 뿐이다. 유별나게 공손하고 예의 바르다고 해서 꼭 친절하고 관대하며 마음씨가 고운 사람들이 할 수는 없다. 우리는 그냥 Ps와 Qs라는 규칙을 가지고 있고 늘 이를 지키는 것뿐이다. 우리가 버스기사, 차장, 택시기사를 비롯한 서비스업계 사람들에게 건네는 부탁과 감사의 인사는 앞에서 논의한 '공손한 평등주의'의 한 예이다. 그리고 신분 차이에 대한 예민한 감각과 돈과 관련된 일에서 느끼는 부끄러움을 반영한 것이다. 그들이 금전적인 보상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우리에게 큰 특혜를 주는 것으로 가장하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가식놀이에 공모한 것이다. 특히 택시기사는 목적지에 도착하면 돈과 함께 감사를 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승객이 그냥 택시비만 주면 상당히 기분 나빠하나 이 풍습을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보통 관대하다. 택시기사에게 이에 관해 물으니 말하길, "영국인에게는 이것은 그냥 자동입니다. 그들이 차에서 내릴 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하면 나는 '감사합니다'라고 답하죠. 어쩌다 무례하고 형편없는 친구는 안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은 자동으로 '감사합니다' 라고 합니다."

부인 규칙 예외: 택시 기사

영국 택시기사는 대개 손님들에게 친절하다. 그들 대다수는 부인 규칙과 사생활 보호의식, 내성적 성격을 깰 정도로 대단히 우호적이다. 택시기사의 지나친 수다는 영국인들의 단골 안줏거리이고 그들은 수다스럽다는 평판에 부끄럽지 않게 살고 있다. 전형적인 택시기사는 대중지 칼럼을 써도 될 정도다. 그는 승객이 지겨워서 화가 날 정도로 끝도 없이 열을 내서, 현 정부의 실정을 비롯해 영국 축구 감독 얘기로부터 유명인 스캔들까지 계속 떠벌린다. 나도 언젠가 이런 기사를 만났다. 대개의 영국 승객들처럼 나 역시 그가 무안해할까봐 입을 좀 다물라고 말도 못하고 그의 불쾌한 의견에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택시기사들이 부인의 규칙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전형적인 영국 관습대로 국민적인 농담거리로 삼기는 해도 실제로 누군가 대들어 입 좀 다물라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다른 형의 수다스러운 택시기사도 있다. 그는 대중지 기사거리를 늘어놓지 않고 승객들과 친밀하게 대화하고자 한다. 대개 영국인의 대화 의전 절차에 따라 날씨로부터 시작, 손님의 행선지와 거기 가는 목적에 흥미를 보이면서부터 드디어 진통을 깨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기차역으로 가자고 하면 필시 이런 질문이 나온다. "그럼, 어디 멀리 가시나보죠?" 질문은 이제 개인사로 향한다 (혹은 영국인이 개인적인 것으로 여기는 직업과 가족에 대해 물어본다). 그러나 이런 기사는 놀랄 만큼 눈치가 빨라서 말투와 몸짓으로 낌새를 알아챈다. 만일 승객이 영국인이고, 대답이 퉁명스러운 '예, 아니오' 식의 단답형이며, 어색하거나 불편해하는 것처럼 보이면 곧이 대답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영국인은 대개 이런 질문을 강요라고 여긴다. 그러나 기사에게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얘기하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공손하다. 혹은 그가 너무 무안해할까봐 그 정도로만 표시를 하고 만다.
우리가 택시기사나 미용사 같은 사람들과 얘기할 때는 '해방의식' 같은 것을 느낀다. 그래서 과묵하고 신중한 성격이 일시정지된다. 이때는 잘 모르는 사람과도 보통 때보다 휠씬 개인적이고 내밀한 대화를 즐길 수도 있다. 의사들도 면담실이나 병원에서 이런 사생활 규칙이 일시정지되기를 바라지만, 의사 앞에서 영국인은 보통의 자제하고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나는 그래서 의사들에게 '거울을 통해서' 환자와 얘기해보라고 권한다. 미용사처럼 그들 뒤에 서서 거울을 바라보고 얘기하거나 기사들처럼 뒤를 볼 수 있는 거울을 통해 대화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느 정도는 눈을 직접 마주치지 않음으로써 영국인이 억제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보라는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인간의 보편적인 특성이다. 가톨릭 신부들은 신자들의 고백을 장려하기 위한 가리개 효과를 잘 알고 있다. 정신과의사들이 환자의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눕는 의자를 사용하는데 괜히 그러는 게 아니다. 단지 정도가 문제인 것 같다. 영국인들은 특별한 무언가의 도움 없이는 마음을 열기 어렵다. 그래서 미용사나 택시기사와 얘기할 때는 긴한 얘기를 털어 놓아도 문제없다는 점 때문에 입이 가벼워진다. 나는 의사들에게 그들이 훈련 받은 방식과는 반대로 하라고 권한다. 그들이 배워서 알고 있는, 환자와 만나는 최고의 방식은, 신체접촉이나 깊은 관심을 나타내는 대화를 통해 환자의 마음을 여는 것이다. 그것은 책상을 보호막 삼지 말고 환자 가까이에 앉아 몸을 숙이고 눈을 마주치고 어쩌고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영국 사람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외려 조용하고 차분하게 만들어 마음을 더 닫게 하려고 고안된 것 같다. 내가 물어본 의사들에 따르면 영국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그런 반응이 바로 나타난다. 항상 면담을 마치고 방 문고리를 잡고 고개를 반쯤 돌린 후에야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지를 의사들에게 고백한다는 것이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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