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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기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는 '성속(聖俗)이 같아야 한다'고 가르쳐주었다. 곰곰히 따져보면 원효대사만이 아니다. 인류 최강의 베스트셀러인 성경도, 중국의 공자할아버지도, 독일의 니체형님도 그런 비슷한 이야기들을 토해낸바 있다.

 

과연 그들보다 훨씬 후대에 살고 있는 2016년의 우리들에게도 그 가르침은 유효하게 적용될까? 그 무모한 궁금증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먼저 성(聖)과 속(俗)에 대한 2016년판 해석이 필요하다.

사전 안에서의 성(聖)은 성스러움, 속(俗)은 속됨을 의미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적 의미에만 의존할 경우 자칫 두 단어를 우열의 존재로 파악하기 쉽다. 성(聖)은 우아하고 고귀한 것이며, 속(俗)은 천박하고 값싼 것이라는 오해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런 오해는 쌈싸먹어버려야 한다. 2016년판 해석은 이렇다.

성(聖)은 인간 본연의 자세, 그러니까 본질에 대한 추구, 그러므로 한 인간으로서 세상과 맞닥뜨려진 운명에 대한 자각, 따라서 대중 속의 외로움, 하지만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힘, 물론 인간이라는 자긍심과 열등감이 교묘히 배합된 자의식, 또는 절대적 매너를 의미하고 있다.  

 

속(俗)은 환경 속의 인간으로서의 자세, 그러니까 현상과의 조화 추구, 그러므로 한 인간으로서 세상과 어울려야 살수 있다는 운명에 대한 자각, 따라서 대중과의 조화, 하지만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힘, 물론 인간이라는 열등감과 자긍심이 교묘히 배합된 자의식, 또는 상대적 매너를 의미하고 있다. 

성(聖)이 지나치게 강하게 나타나는 2016년 인간의 모습이란 어떨까? 매사에 두드러지게 고집스럽게 보이고, 사회적 성공에 초월한듯한 냉소적 모습을 보여 가식적이란 오해를 받으며, 유행따위를 무시하는 세상과 동떨어진 외모를 고수하며, 상대방에게는 진정성없는 가식적 관심을 보일 뿐이다.

 

속(俗)이 지나치게 강하게 나타나는 2016년 인간의 모습이란 어떨까? 고집스러워 보이지 않으나, 사회적 성공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비난 받으며, 유행에 민감한 세상에 흔한 외모를 고수하며, 상대방에게는 지나친 관심을 보여 상대방을 귀챦게하는데 능통하다.

 

역사적으로 인간들이 성(聖)의 풍모를 얻어쓰며 살아온 분야는 종교와 예술이다. 종교나 예술에 집착하는 인간의 풍모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명분 아래 왜곡되고 일그러져 왔다.

역사적으로 인간들이 속(俗)의 풍모를 얻어쓰며 살아온 분야는 정치와 과학이다. 정치와 과학에 집착하는 인간의 풍모는 외면의 풍요로움을 추구한다는 목표 아래 왜곡되고 일그러져 왔다.

일찌기 한국정신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중국 공자할아버지의 사상에 의하면, 성(聖)과 속(俗)이란 하나의 뿌리를 두고 공존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다. 따라서 두가지를 조화롭게 내재한 중용의 상태를 가치있는 것으로 보았다.

2016년을 사는 우리가 성속(聖俗)이 같은 생활을 한다는 것은 실로 만만치 않은 일이다. 건물들은 높아졌으며 시간은 맹렬하게 빨라져가고 있고, 세상은 난해할 정도로 복잡해졌으며 물질은 인간생활을 지배할 정도로 차원높게 발전하였다. 시대에 맞는 21세기형 새로운 성속(聖俗)개념을 갖는 것은 매우 절실하고 중요한 일이다. 

 

이 시대에 맞는 성(聖)의 범주에 종교와 예술을 포함한 새로운 개념으로 '자신에 맞는 취미의 개발'을 넣어야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취미란 이 험난한 물신의 시대를 관통하는 통합적 인간본질 추구의 새로운 장이 된지 오래다. 심도있는 취미의 열정을 통해 인간들은 균형과 조화를 유지할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에 맞는 속(俗)의 범주에 정치와 과학을 포함한 새로운 개념으로 '자신에 맞는 물질의 한계에 대한 규정'을 넣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즉 맹목적으로 물질이나 육체를 쫒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물질이나 육체의 한계를 설정하는 일이다. 물질이 지나치게 많으면 불행해지며, 육체의 눈이 너무 밝으면 불행해진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원효대사처럼 살수 없으며, 공자처럼 살기는 더욱 싫다. 우리는 그저 2016년 지구 위의 타당하고 정당한 인간으로 살고 싶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속(聖俗)이 같아야 한다'는 원효대사의 가르침은 아직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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