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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런던의 미술관들은 대체로 형식적이거나 아카데믹하지 않다. 오히려 자유분방하며 심지어 아마츄어리즘에 입각해 있다. 보는 자들의 눈높이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세심하게 내재되어 있는 편이다. 따라서 런던의 미술관들에서는 미술을 잘 모른다고 해도 전혀 주눅들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왕에 시간을 보내려고 들어서는 미술관이라면 주눅과는 별도로, 최소한의 무언가를 하고 들어가기를 권하고 싶다. 그 무언가는 공짜인 런던 미술관들이 입장객들에게 암시하고 있는 그림에 대한 중요한 예의에 해당한다. 물론 그림에 대한 예의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기는 힘들 것이다.

 

그림을 보는 시각에는 수많은 개인차가 존재하며, 우리가 사는 현대는 더욱 그러한 시대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주 약간의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당분간 본 컬럼의 지면을 할애하여 런던의 톱10 미술관에서 살아남기 위한 프리뷰를 소개할 생각이다. 물론 이 프리뷰는 필자에 의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의 산물이므로  참고만 할 것을 권유한다. 이 프리뷰를 너무 믿을 경우 그림들이 약간 화를 낼 가능성이 있다. 그림은 고정된 한 인간의 시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미술관이라고 불리는 시설물 중에 으뜸이라고 할수 있는 곳이다. 물론 그 으뜸이라는 의미는 소장작품들의 질적 풍만함과 전체적으로 어우러진 미술사적 균형감각을 말한다.(게다가 공짜다.) 1824년 생긴 이래 런던의 한복판인 트라팔가광장에서 런던의 문화적 퀄리티와 다양성의 대표 아이콘의 모습을 사수하고 있다. 2,300점 정도의 역사적 명화들을 시대순으로 정리하고 있는 매우 일목요연한(미술관이 갖기 힘든 기질이다.) 구조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서양미술사의 가장 중요한 5백년을 되짚어 더듬어 보기 가장 적절한 인류의 공간이다. 

 

내셔널갤러리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그곳의 풍만한 다양함만큼이나 매우 폭넓고 다양한 편이다. 그 다양한 방법 중에 우선 테마를 정하여 관람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예를 들자면, 원근법이라는 테마로 접근하여 살펴보는 것이 그 훌륭한 하나의 방법이 될수 있다. 

원근법이라는 엄청난 인간미술의 테크닉이 발명된 1400년대 초반부터, 원근법이라는 별것도 아닌 인간미술의 테크닉이 오히려 본격적으로 무시되는 1900년대 초반까지의  오백년을 모르고 현대미술의 히스테리컬한 성질을 이해하기란 힘들다.

 

내셔널갤러리에서는 그 오백년의 흔적을 조용히 그러나 명확히 찾아볼수 있다. 근세 미술이 중세의 그것보다 발전한 것인가, 아니면 퇴보한 것인가를 조용히 혼자 사색해보기 좋은 곳인 까닭이다. 맞다. 내셔널갤러리가 보여주는 궁극적 서양미술사의 핵심은 원근법의 발전과 그것이 해체되는 과정을 깔끔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내셔널갤러리의 수많은 테마중에서 으뜸은 원근법이라는 테마다.

 

브루넬레스키라는 건축가의 도면에서 구체적으로 그 존재가치를 드러낸 원근법은 근세미술이 획득한 최초의 훈장이었던 셈이다. 원근법에 의해 그림은 공간감각을 확보하게 되었다. 마사치오나 우첼로 같은 초창기 원근법 실행자들의 실험적 그림들이 매우 충실하게 소장되어 있는 곳이 내셔널갤러리다. 그들이 어떻게 선원근법이나 단축법을 구사하기 시작하였는가를 확인해보는 것은 내셔널갤러리가 주는 손꼽히는 기쁨의 하나일 것이다. 

 

나아가 근처에서 '윌슨두폭화'같은 중세의 그림을 발견하여 근세의 그림들과 비교해볼 수 있다. 의식의 흐름을 따르고 있는 중세의 그림들과 삼차원적 실제의 공간을 표현해내는 근세의 그림을 구별해낼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내셔널갤러리에서 가뿐히 살아남은 자다.

근세미술의 월장(중세미술에서의)에는 분명 원근법이라는 희대의 무형의 발명품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면, 이제 당신은 쉽사리 미술관에서 쓰러질 반미술적 허약한 존재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원근법의 절정의 테크닉들을 감상해 볼 수 있다. 다빈치가 '암굴의 성모'에서 보여주는 공기원근법(스푸마토)의 실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루벤스가 자유자재로 구사한 색채원근법의 쫀득한 질감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램브란트가 보여주고 있는 생략(램브란트의 엄청난 역량에 해당한다.)의 원근법은 얼마나 위대한가. 호베마가 '미델하니스의 길'에서 보여주는 오소독스한 원근법의 백미를 놓치지 말길. 게인스버러나 콘스터블이 보여주는 영국적 원근법의 성숙, 특히 콘스터블이 치열하게 싸웠을 구름들의 원근법적 자세도 세심하게 주목하길.

 

대화가들의 원근법과의 투쟁을 충실히 보았다면, 이제 원근법이 해체되는 과정을 살펴볼 차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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