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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칼럼- 오리지널을 향하여

hherald 2016.04.25 18:24 조회 수 : 163

 

우리 모두는, 심지어 모든 인간은, 하물며 모든 생명체는 오리지널로 시작된 존재다. 즉 모든 것은 원본으로 시작된다. 우리가 태어났을 때, 대부분은 축복과 기쁨 속에서 더러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 우리가 태어났을 때, 우리 모두는 자랑스러운 '오리지널'이었다. 무엇과도 같지 않고 누구와도 같지 않은 자신만의 빛과 광채를 지니고 있는 존재였다.

 

물론 우리를 누가 왜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학설이 분분하다. 아비라는 생물학적 수컷과 어미라는 생물학적 암컷의 아름다운 사랑의 동작에 의해 태어났다는 설이 유력하나,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신이라는 따분한 존재가 진흙으로 한땀 한땀 빗어내었다는 설도 만만치 않다. 더러는 미확인비행물체를 운전하는 우월한 계산능력을 지닌 외계인이라는 존재가 재미삼아 만들었다는 설도 있으며, 그냥 아무 뜻도 의미도 없이 무작정 던져졌다는 살벌한 설도 존재한다.

 

어떤 설이 정답이건 우리가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지니고 태어난 독창적 존재라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모작이나 위작이 아닌 순수한 원본으로 당당하게 태어난 존재가 우리다. 밝은 후광이 우리의 태어난 존재를 덮고 있었으며 고고한 아우라 넘치는 강보는 우리의 부드러운 사지를 최초로 감싸주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오리지널리티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으며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우리는 더이상 나라는 존재의 개성을 지켜내기 힘들며, 세상에 단하나뿐인 나의 독창성을 다듬어내기 어렵다. 세상과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는 명분과, 즐거움을 추구해야 한다는 인생의 불변의 진리 아래에서 우리는 변해가고 있다. 원본이라는 자부심으로 시작되었던 우리의 생은 시나브로 모작화 위작화 짝퉁화되어 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애타게 따라하며 살아야만 만족하게 되었다. 나만의 모습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끝없이 누군가를 무언가를 닮아가려고만 하였다. 물론 누군가를 통해 나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나자신을 망각할 정도로 지나치게 흉내에만 집착하고 있다는사실이다.

 

우리는 짝퉁화되어가는 스스로에 놀라 무언가를 하지 않을수 없었다. 나를 지켜낸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무언가는 대체로 문화예술행위이거나 그것을 감상하는 일이었다. 예술이야말로 오리지널리티가 존중되며 독창성과 새로움이 빛을 발하는 분야라고 믿기에, 그곳에서 상처받고 모작화되어가는 우리의 심신을 달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예술도 상황이 좋지 않다. 일단 예술은 너무 복잡해져 버렸다. 거대한 대중문화의 발달은 대중예술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탄생시켜 예술의 지경을 넓혀주었다. 특히 영화, TV, CD, 인터넷 같은 미디어의 발달은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영향은 여러가지 긍정적 혹은 부정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부정적 요소의 대표적인 것이 오리지널리티를 지켜주지 못하게 된 것이다. 시쳇말로 '지못미'. 

 

예술이 오리지널리티를 지켜주지 못할때 그 예술은 예술성을 이미 상실한 것이라고 해도 허언이 아니다. 대중예술에서 특히 그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아직은 순수예술로 분류해야할 미술과 대중예술의 대표적 분야인 팝(Pop)뮤직을 비교해보면 그런 현상은 눈에 띤다. 

 

미술의 경우 수백년이 흐른 지금도 루벤스의 경이로운 필력이나 렘브란트의 더 경이로운 미술적 통찰력의 오리지널리티가 대체로 인정되고 있는 편이다. 반면 팝의 경우는 어떤가. 앞의 두 거장 그림쟁이보다 훨씬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유태인 천재가수 봅딜런(Bob Dylan)의 불과 수십년 된 거대한  

오리지널리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수많은 아류나 모작 위작을 탄생시킨 봅딜런의 위대한 음악은 아류들에 의해 음악적으로는 무릎을 꿇고 있는 형국이다.

 

대중예술은 공감대가 바탕이 되는 숙명을 지닌 것이라는 걸 상기하더라도 좀 심각한 황당함이다. 특히 한때 바보상자라는 별호를 지녔었으나 이제는 당당하게 알파고처럼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텔레비전이라는 매체의 오리지널리티 파괴는 자못 심각한 경지를 넘어서고 있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흉내낸 외모의 아름다움이 공공연히 칭찬되고 있으며, 누군가를 무언가를 흉내낸 노래실력이 마치 음악의 전부인냥 회자되고 있다. 고약한 인성을 지녔어도 그 안에 있으면 모두 모두  입신양명의 성공화석이다.

 

우리는 힘써 오리지널을 향해 달려가야 할 사명으로 똘똘 뭉쳐진 이십일세기 문화의 전사들이며, 인간문명의 정점에 서 있는 한때의 원본들이다. 빛나던 우리들의 광채를 돌려받고 싶은 한때의 오리지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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