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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내셔널갤러리(National Gallery)에서 살아남기(4)

고호의 '해바라기' 중에서 서명한 두점중 한점, 그리고 '측백나무가 있는 밀밭'은 내셔널갤러리 자랑중의 하나다. 그밖에도 가치있어 보이는 고호의 그림들을 충분히 만날 수 있다. 

고호는 화가의 감정을 전폭적으로 화폭에 담아내었으므로 이전의 화가들과 차별된다. 고호의 선배 화가들은 간헐적으로 약간의 감정을 화폭에 드러내는 것에 만족할수 밖에 없었다. 고호는 화가의 감정이 그림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준 화가다.

그의 그림은 마치 세잔이 그런 것처럼 그려진 동기가 다른 만큼, 감상법도 좀 달라야 할 것이다. 고호의 그림 앞에 서면, 고호의 감정에 당신의 감정으로 화답하라.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솔직한 고백으로 화답하라. 내셔널갤러리에서 고이 살아남고 싶다면.

원근법을 테마로 내셔널갤러리를 살펴볼때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중세의 그림과 근세의 그림을 구별해내는 능력을 갖는 것이다. 이 작은 그러나 더없이 중요한 안목이 없다면, 원근법이라는 테마 자체가 지루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근법이 이끌어낸 근 500년의 갖가지 실험은 서양미술사가 지닌 가장 중요한 경험에 해당한다. 

 

원근법은 그림에 공간감각이라는 활력을 주었으며, 그 삼차원적 우월한(그때는 그렇게 믿었을 것이다.) 공간을 가꾸어내기 위하여 갖가지 실험이 행해졌던 것이다. 오백년 가깝게 이루어진 그러한 미술행위가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닌 것인지는 현재로서 알기 힘들다. 다만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미술이 대부분이 그 오백년의 실험을 토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의 지구를 지배하는 서구문명의 미술 즉 현대미술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그 오백년에 대한 개관이 필요하다. 그 개관을 가장 쉽고 근사하게 무료로 제공하는 곳이 바로 내셔널갤러리다. 그리고 생각해 보라. 만약에 당신이 런던에 살고 있다면 부디, 심각하게 생각해 보라. 그 엄청난 미술관이 당신의 뒷마당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라는 것을. 

 

조금 먼 뒷마당, 그곳에 사는 꽃들과 나무들과 옛날 사람들과 성경 속에서 튀어나온 꿈들과 당신을 위해 애타게 넘실대는 파도를, 당신을 남겨두고 흘러가는 뭉게구름을, 놓칠텐가? 그들의 몸짓과 표정을 외면할텐가? 당신이 좋아하는 형태와 색상과 패션과 인테리어의 뿌리인 그 그림들을 생으로 내버려둘텐가?

내셔널갤러리를 원근법이라는 테마로 살펴 보았다. 원근법이 가장 적절하고 빛나는 내셔널갤러리의 테마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밖에도 수많은 테마로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인물이나 꽃, 건물 등의 소재로 테마를 삼는 방법도 훌륭하다. 종교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성경을 표현한 종교화들을 테마로 찾아봄으로써 종교에 대한 깊은 묵상에 잠겨 볼수도 있을 것이다.  

 

몇 화가를 묶어 테마로 만들어보는 방법도 괜챦다. 이 경우 서로의 관련성을 상정한 몇 화가를 묶어 관람하되, 다섯 화가를 넘기지 않는게 좋다. 그것은 관람 시간과 관련이 있는데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미술관의 가장 효과적인 관람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40분 정도다. 영화 한편의 런닝 타임과 비슷하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지루함없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셔널갤러리에 최소한 세점 이상 소장되어있는 화가들을 선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점의 감상은 노래 한곡으로 음악가를 판단하는 것만큼이나 부정확한 판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활용했던 화가들의 테마는 이런 식이었다. 
틴토레토+엘그레코+터너+모네+세잔, 라파엘+한스홀바인+루벤스+램브란트, 티치아노+램브란트+모네+고갱......

그밖에 가장 오소독스한 방법으로 내셔널갤러리의 현명한 분류법을 따르는 감상법이 있다. 내셔널갤러리의 각 방이 테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시대순으로 진열되어 있는 내셔널갤러리를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역시 3개 정도의 방을 묶어서 보는 것을 권한다. 후기 르네상스와  매너리즘+바로크+인상파, 영국 낭만주의+인상파+후기 인상파, 네덜란드 황금시대+바로크 스페인+인상파....이런 식의 조합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가장 쉬운 테마관람법에는 작품 즉 그림들로 테마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내셔널갤러리 도록이나 인터넷을 통해 검토한 후에 맘에 끌리는 작품들을 찾아 보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그림간의 연관성을 파악해내어 볼 수 있는 재미가 쌓일 것이다.

예를 들자면 티치아노의 인물화와 램브란트 자화상의 연관성을 바라보는 것이다. 혹은 엘그레코의 인물표현과 세잔의 인물표현, 터너의 기차묘사와 모네의 기차묘사, 로코코의 그림들과 호가스 그림들의 우아한 곡선의 상호작용, 앵그르의 초상화와 세잔의 초상화의 대비 같은 것도 그 예가 될수 있을 것이다.

테마감상이 효과적인 이유는 내셔널갤러리의 일목요연함 때문이다. 시대순으로 잘 분류해 놓을수 있었던 것은 질적 양적 풍만함이 가져다준 미덕이다. 그 미덕을 잘 활용한다면 내셔널갤러리만한 미술교육장도 없을 것이다.

 

내셔널갤러리는 공기부터 다르다. 그림들이 내뿜는 숨과 물감들이 토해내는 세월의 허걱거림과 화가들이 남겨두고간 거친 호흡이 어우러져 짙은 안개낀 강가의 아침공기처럼 선연하고 촉촉하다. 그리고  그곳에는 네가지 인간들이 존재한다. 죽은 척하는 인간, 진짜 죽은 인간, 살아있는 척하는 인간, 그리고 진짜 살아있는 인간.(계속)

 

 

최 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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