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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칸트, 괴테 그리고 모차르트와의 인터뷰
 
인류 문명사에서 시간여행을 가라 하면 어떤 시대를 택하시겠습니까? 저는 감히 18세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격랑의 시기를 간직했으며 현 21세기의 토대가 된 예술과 문학, 철학의 원조들이 숨 쉬고 있는 까닭입니다. -템즈-
 
템즈: 우선 가장 연장자이신 칸트(1724-1804)교수님께 묻겠습니다. 칸트 교수님의 철학이야 말로 세계 모든 법치국가의 뿌리가 되고 있는데요.
 
칸트: 제 철학은 간단합니다. 도둑질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성경에 쓰여 있어서가 아니라 사람의 기준으로 볼 때도 나쁘다는 것이지요. 신적 기준에서 인간적 기준으로 말 그대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봐야지요.
 
템즈: '자연은 일정한 법칙에 따라 운동하는 복잡하고 거대한 기계'라고 생각한 뉴턴의 자연관이 교수님께 영향을 준 것으로 아는데요. 독신주의자였던 뉴턴처럼 교수님도 독신을 고집한 것을 보면 학문적 영향뿐 아니라 삶에도...?
 
칸트: 뉴턴의 만유인력이나 다른 과학 분야에 흥미를 기자고 연구도 했었죠. 뉴턴 또한 성서연구가로서 그 생애가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템즈:교수님의 고향이며 오랫동안 교수로 강단에 섰었던 쾨니히스베르크대학이 교수님 이름을 딴 '러시아 임마누엘 칸트 대학'으로 바뀌었는데 교수님 고향이 독일에서 러시아로 변한 것에 대한 소감은?
 
칸트: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군상들이 그 시대만을 고집하는 게 문제지요. 제가 살던 시대 또한 국가 간 분쟁이 심했는데 200년이 지난 지금은 더 악화된 듯 보입니다. 다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합니다. 내가 강의하던 시절 프랑스 혁명이 있었어요. 프랑스 혁명이 나폴레옹의 등장으로 꽃을 피우지 못했으나 결국 나폴레옹의 몰락과 함께 새롭게 인류의 역사는 시작되었지요.
 
템즈: 제가 이렇게 세 분을 한꺼번에 인터뷰에 초대한 것도 그 부분인데요. 프랑스혁명이라는 인류역사상 대변혁의 시대를 살았던 분들로서 어떻게 그 혁명을 보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칸트: 솔제니친이 1998년인가 9년인가 파리에서 '역사상 인류의 혁명은 무가치한 것이라'라고 했지요? 저는 그렇게 보질 않습니다. 자유의지의 인간이 어떻게 사회를 영속시켜 가는가 하는 것이 우리가 탐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템즈: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 괴테 선생의 견해를 듣고 싶군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몇 해 전인가요?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 때가?
 
괴테: 1786년 9월이었죠. 뭐 거창한 역사적 소명의식이나 철학적 탐구가 목적이 아니라 불혹을 앞둔 사내의 마지막 시도라고나 해야 할까요? 당시 유럽은 급격히 변하고 있었습니다. 산업혁명을 태동시킨 영국의 경험적, 과학적 학문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영국의 문학 등... 그 동안 제가 독일에서 누린 명성이 우물 안 개구리로만 보였습니다. 지금 시도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을 내 노년의 삶이 한 장의 그림처럼 그려졌지요. 그것은 죽음보다 무섭게 저를 엄습했습니다.
 
템즈: 칸트 교수님과의 대화에서 제가 '21세기의 인문과학은 죽었다.'라고 좀 과격한 표현을 썼는데 괴테님께서는 어찌 보시는지요?
 
괴테: 21세기에 죽은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고 보는 사람을 많았어요. 그러나 르네상스나 종교개혁 등 인간의 궁극적 해방을 주도한 것은 인문과학이었습니다. 21세기 들어 문명의 충돌로 야기된 인문과학의 죽음은 재탄생 해야 하는 개기가 될 것입니다.
 
템즈: 나폴레옹 황제가 괴테님을 만났을 때 "여기 인간다운 인간이 있다"라는 말을 했는데 괴테님이 볼 때는 나폴레옹 황제를 어떻게 평가하시겠습니까?
 
괴테: "황제다운 황제가 있다." 라고 할까요? ㅎㅎ
 
템즈: 괴테님과 모차르트님은 만난 적이 있었지요?
 
괴테: 모차르트가 7살 때 만났습니다. 내가 14살 때 ..
 
모차르트: 하이델베르크를 방문했을 때일 겁니다.
 
괴테: 맞아. 자네가 앙트와네트 공주에게 청혼해서 웃음바다가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지 .
 
모차르트: 앙트와네뜨가 저와 결혼했다면 아마 세계사가 다시 쓰여야 할지도 모르지요. 루이16세에게 시집가서 프랑스혁명 때 처형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요. 흠...
 
템즈: 뉴욕 비평가 협회는 모차르트선생의 [피가로의 결혼]을 지난 인류문명사에서 가장 위대한 음악으로 선정했었는데요.
 
모차르트: 예술 작품에 순위를 매긴다는 것이 우습지만... 우선 피가로의 결혼이 왜 뽑혔는가 하는 것을 말씀드리는 게 좋을 듯싶네요. 프랑스 작가인 보마르세의 [세빌리아 이발사]의 후속편이 [피가로의 결혼]입니다. 당시 오스트리아 황제인 요제프 2세는 자신의 여동생 마리가 시집가 있는 프랑스의 소식을 꿰뚫고 있었습니다. 귀족들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그와 같은 희극을 오스트리아에서는 금지했었고요. 저는 황제가 금지한 희곡에 곡을 썼지요. 뉴욕 비평가들이 굳이 [피가로의 결혼]을 선정한 것은 그러한 역사적 맥락에 근거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템즈: 그럼 모차르트님은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할 때 사회적 분위기에는 관심이 없었나요?
 
모차르트: 어떤 사람도 사회와 동떨어져 사고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유럽 곳곳을 여행한 까닭에 그 분위기에 더 민감했다고 봐야지요. 물론 제가 연주회를 한 곳이 대부분 궁중에서였지만 당시 유럽의 상황은 뭔가 화산을 터트릴 기세였습니다. 물론 그 변화의 근저에는 미국의 독립전쟁에서 돌아온 프랑스 군인들이 사회적 개혁을 누구보다 갈망했던 게 사실입니다.
 
템즈: 모차르트님이 이탈리아의 베르디처럼 혁명적 음악을 작곡했다고 들릴 수도 있겠군요. ㅎㅎ
 
모차르트: 음악이든 혁명이든 혹은 철학이든... 인류의 역사는 해방이 아닌가 합니다. 악에서, 혹은 속박에서, 저주에서, 고난에서, 가난에서 ...
 
템즈: 이제 세 분께 가벼운 질문으로 이번 인터뷰를 마칠까 합니다. 이곳 로마에서 모차르트님은 1770년에 교황에게서 황금박차훈장과 기사 작위까지 받았는데 어떻습니까? 
 
모차르트: 워낙 어릴 때라 제대로 여행을 즐기지 못했어요. 다시 기회가 온다면 어여쁜 이탈리아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그런 곡을 써보고 싶군요. 아님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의 음악을 작곡했던가... 사랑보다 더 소중한 것이 인생에서 무엇이 있을까요?..
 
템즈: 괴테님은 이탈리아를 다시 돌아본 소감이?
 
괴테: 제가 처음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마차를 이용했지요. 몇 주가 걸린 여행길이 이젠 몇 시간이면 도착하니...
 
칸트: 빠르다고 좋은게 아닙니다. 그만큼 여유가 없어지지요. 자 이제 기차 타고 폼페이 구경이나 하러 갑시다. 템즈 덕분에 로마구경까지 왔으니 휘휘 둘러보고 가십시다.
 
템즈: 많은 여행객이 여행을 하면서 절실히 느끼는 것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입니다. 철학과 음악, 문학과 미술 등이 함께 어우러진 인류의 삶의 흔적들을 돌아보는 참 맛이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합니다.

 

 

 

 

박필립 칼럼리스트(www.facebook.com/thamespark)

굿모닝런던 발행인

영국 안중근청년아카데미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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