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최동훈 칼럼- 시정배만 못한 천재

hherald 2016.08.01 18:31 조회 수 : 263

 

 

가수 조영남을 가수 서태지, 개그맨 전유성과 더불어 한국대중 문화계의 대표적 천재라고 생각해왔다. 조영남은 뛰어난 가창력과 출중한 목소리를 지닌 대한민국 가수다. 한국가요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등장한 조영남은 명테너가 되고도 남을만한 목소리로 팝송들을 번안해 불렀다.

(1970년 그의 데뷰곡인 딜라일라(Delilah)는 영국 웨일즈 출신의 팝가수 톰존스(Tom Jones)의 1968년 빅히트곡이다. 2012년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 6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톰존스가 부르기도 하였다.)

 

게다가 그는 글도 잘 쓰고 그림까지 잘 그린다. 그의 칼럼들은 시원한 문장력으로 시선을 끌만 했고, 서울미대 출신인 후배가수 김민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출중한 그림실력까지 지니고 있다. 그는 몇권의 책을 펴낸 훌륭한 문필가에다 화투그림이 트레이드마크가 된 수준급 화가이다.

 

그런데 그를 볼때마다 조금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 전유성이 한국 코메디판을 '개그'라는 신조어로 통폐합시켰으며, 서태지가 김대중전대통령에게서 '문화대통령'이라는 칭호를 받을만큼 한국 가요계에 혁신을 가져온데 반해, 조영남이라는 천재는 정작 한국 대중 음악계에는 별로 남긴 족적이 없다.

 

조금 직설적으로 솔직히 표현하자면, 그는 마치 자신의 목소리를 팔아 돈를 버는 목소리장사꾼처럼 보였다. 음악성을 위한 노력이나 자신만의 음악을 위한 독창성은 그의 노래에서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장난삼아 밥벌이삼아 부르는 것같은 그의 노래들은 언제나 건성건성이었고 대충대충이었다. 특출한 목소리가 아까울 정도로. 그는 활동기간에 비해 히트곡이 많지 않은 가수로도 유명한데, 영국의 밴모리슨처럼 그의 음악성이 대중이 알아보기 힘든 깊은 수준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얼마전 화가 조영남은 대작(代作) 스캔들에 휘말리고 말았다. 쉽게 정리하자면 이런 개요다. 조영남이 송아무개라는 화가의 작품들을 10만원에 사서 자신의 그림처럼 몇백, 혹은 몇천만원에 팔아먹었다는 것이다. 연예인중 가장 비싼 집에 산다던 조영남다운 사건이었는데 이를 두고 작은 논란이 있었다.

 

조영남은 "대작은 한국미술계의 관행"이라는 폭로발언으로 미술계의 자존심에 타격을 주기도 하였다.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잘나가는 미술평론가 진중권은 현대미술의  작품제작 범위를 운운하며 조영남을 옹호하는듯한 발언을 한다. 앤디워홀같은 팝아트 화가들의 경우가 비교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진중권의 말은 물론 맞는 부분이 있다. 미니멀리스트들이나 개념미술쪽의 화가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의뢰하여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는 낯설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화가 조영남이 그런 미술로 알려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진중권이 또하나 간과한 점이 있다. 조영남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필자로서는 언제나, 한국사회가 좀 제대로 알고 살았으면 하는게 바로 그점이다. 

 

'조영남은 누구인가?'(!)

 

맞다. 조영남은 연예인이다. 성공한 연예인이다.(성공한,이 반드시 붙어야 한다. 성공하지 못한 수많은 연예인들에게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성공한 연예인은 무엇인가? 이 시대의 우상이며 부르조아이며 돈벌어 양반족보를 사버린 신흥 귀족이다. 그들의 말한마디는 정치인의 그것보다 파워 있으며, 그들의 옷차림은 웬만한 패션디자이너보다 설득력 있다.

 

그들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큰 소득을 올려 단숨에 부자가 된 사람들이다. 이 물신화 시대의 인류가 추구하는 최고의 선(善)인, 부자 말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졸부인 셈인데, 다행히도 그들은 대중이 인정한 졸부라는 면죄부를 합법적으로 지니고 있다. 대중을 즐겁게 해줬으니 그만한 부와 명예는 가져도 좋다는 게 현대사회의 묵인인 셈이다.

 

즉 성공한 연예인들은 사회적 리더로서의 권리를 지니고 있다. 부와 명예와 사랑과 관심같은 것이 그 거침없이 '칭찬받을 권리'에 해당된다. 하지만 권리에는 의무가 따르는 법. 그 거침없는 권리만큼이나 유장한 의무도 성공한 연예인들은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칭찬받을 권리'에 상응하는, '비난받을 의무'다.

 

그들은 인기와 부를 얻은 대신 대중의 관심과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파파라치들은 그들을 집요하게 추격하며, 대중들은 그들의 생활상에 촉각을 세운다. 조금이라도 하자가 발견되면 바로 그 부와 명예의 정상에서 끌어내려 버리겠다는 듯이.

 

정치가들 이상의 영향력을 지닌 성공한 연예인들은 이 자신들의 숙명을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물론 대중들이 그들에게서 청결한 청교도식 도덕성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약간의 도덕적 문제라도 발견된다면 대중들은 단호하게 그들을 바닥으로 끌어내릴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사회의 문화적 리더에 대한 요구이자 사회정의의 기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아마튜어인 대중과 달리 프로페셔널리즘에 입각한 연예인들은 총체적 환경의 유형으로 흡수된 특별한 개인들이다. 따라서 상실이 용납될 수 없다. '전문가란 제자리에서 계속하는 사람을 말하기 때문이다.(마샬 맥루한)'

 

조영남은 자신은 노래쟁이에 불과하다는 변명을 한바 있다. 노래쟁이? 대중에 의해 엄청난 부와 명예를 축적한 노래쟁이? 시정배와는 다른 성공한 노래쟁이? 그렇다면 더더욱 조영남은 추락해야 한다. 그것은 사회의 비정함이 아니라 단호함에 해당된다. 이 작은 사회정의의 실현마저도 쉽지 않다면, 그 사회는 이미 좌표를 잃은 카오스 속이다. 

 

지금 나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수많은 연예인들, 혹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을 연예인 지망생들의 긴 행렬을 생각해 보고 있다.

 

최 동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225 헬스벨- 저탄수화물 (low carb) 식이의 성공을 위하여 hherald 2016.08.22
1224 이민칼럼- 투잡이상 일때 배우자비자 재정증명 hherald 2016.08.22
1223 온고지신- 가로채기가 hherald 2016.08.22
1222 부동산 상식- 체크아웃 인스펙션 시 놓치기 쉬운 부분 hherald 2016.08.15
1221 헬스벨- 살이 문제로소이다 hherald 2016.08.15
1220 최동훈 칼럼- 스탠리큐브릭과의 몽상 hherald 2016.08.15
1219 박필립의 영국 역사 지상강의 제3편- 중세 시대 hherald 2016.08.15
1218 온고지신- 그것도 능력이라고 hherald 2016.08.15
1217 이민칼럼- 요즘 취업비자 스폰서라이센스 신청과 심사 hherald 2016.08.15
1216 부동산 상식- 세입자 이사후 남겨놓은 짐 처리 방법 hherald 2016.08.08
1215 박필립의 영국 역사 지상강의 제2편 천사들의 땅 잉글랜드,재영한인촌 킹스톤에서 시작 file hherald 2016.08.08
1214 온고지신- 고장 난 에어컨 hherald 2016.08.08
1213 이민칼럼- 영국체류자 한국가서 출산 할 경우 hherald 2016.08.08
1212 헬스벨- 잘못 먹어 찐 살을 운동으로 뺄 생각 말라 hherald 2016.08.08
1211 영국축구 출필곡 반필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16/17 커뮤니티쉴드 우승 hherald 2016.08.08
1210 온고지신- 문제는 공방살(空房殺)이 hherald 2016.08.01
1209 헬스벨- 폭발적인 하체의 잠재력을 깨운다 hherald 2016.08.01
1208 이민칼럼- 신규회사 스폰서라이센스 신청과 소요시간 hherald 2016.08.01
» 최동훈 칼럼- 시정배만 못한 천재 hherald 2016.08.01
1206 부동산 상식- 임대주택과 가드닝 hherald 2016.08.01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