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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 있건 그렇지만, 인상파 그림들은 내셔널갤러리에서도 돋보인다. 내셔널갤러리는 인상파 작품 소장에 있어서도 세계 톱클래스 수준을 자랑한다. 내셔널갤러리는 코톨드미술관과 더불어 런던 인상파 그림들의 양대산맥이라고 할수 있는데, 인상파의 고향인 파리를 제외한다면 아마도 런던이 세계 최강의  인상파 소장 도시가 아닐까 한다.

모네, 마네, 르느와르, 드가, 고갱 등 인상파로 분류되는 화가들의 작품들은 내셔널갤러리에서 더욱 돋보인다. 그 이유는 미술사를 아우르는 다양한 시대적 흐름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림의 완성도 또는 그림이 주는 감동 등에서 현저히 왜소해 보이는 인상파의 그림들이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그런 것이다. 고정관념을 가장 강하게 부숴버린 역대 최강의 저항.

서양미술은 기존의 고정관념에 저항했던 일종의 반항아들에 의해서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항의 아이콘'!, 이것도 내셔널갤러리 테마관람의 좋은 제재가 될수 있다.) 르네상스 화가들의 부드러움을 거부했던 틴토레토라든지, 나아가 더욱 반항의 기괴한(그러나 결코 무시할수 없는, 물론 당시의 시각으로) 화폭을 보여준 엘그레코, 교회의 불결한 고정관념을 깨뜨려버린 카라바조, 그림을 화가의 것으로 당당히 만들어낸 역대 최강급 그림쟁이 램브란트 등은 모두 반항아들이었다. (모두 내셔널갤러리에서 충분히 감상할수 있는 화가들이다.)

그들이야말로 서양미술의 비틀스였으며 펑크였고, 봅딜런이었으며 헤비메탈이었다. 그들은 바로크나 매너리즘 등의, 사조로만 부르기에는 너무도 강렬한 체취를 서양미술사에 듬뿍 스며들게 하였다. 어떤 측면에서 인류의 문화예술사는 반항아들의 잔치였던 셈이다.

인상파는 그중에서도 으뜸이다. 그들은 영국 낭만주의, 일본 우키요에, 과학의 발달 등을 섞어내 보인대로 정직하게 그릴 것을 그림으로 주장함으로써 서양미술의 수백년을 흔들어버린 화가들이다. 인상파는 그림의 방향을 뿌리채 바꿔버린 최초의 미술사조였다. 

원근법의 측면에서도 그들은 선구자였다. 멀리 보이는 사람을 보이는 대로 점으로 표현할수 있는 배짱은 인상파가 최초로 획득한 화가들의 권리였다. 따라서 인상파는 현대미술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그러나 인상파만의 업적으로 현대미술이 이루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인상파의 업적 위에서 그림의 새로운 길들을 모색한 쇠라, 세잔, 고호 등의 외로운 투쟁이 없었다면 현대미술은 오래 방황했을 것이다.

세잔을 현대미술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의 대부분은 원근법에서 온다. 세잔이 가장 타당하게, 정성껏 원근법을 무시해버렸기 때문이다. 세잔은 인상파처럼 순간의 장면을 포착하면서도 균형과 조화를 잃지 않기 위한 대안으로 원근법을 무시한다. 보이는대로 그리되, 인간의 눈이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고려하는 것이다. 인간의 눈은 같은 장면을 여러개의 촛점으로 바라볼수 있으므로.

세잔의 그러한 작업의 결과인 '다중시점'이라는 초미의 화두는 결국 입체파라는 현대미술의 가장 중요한 흐름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내셔널갤러리는 세잔의 그러한 일련의 실험을 관찰하기에 적합하다. 세잔의 풍경과 정물 그리고 인물화들이 구색맞게 소장되어 있는 곳이다.

세잔의 그림을 읽지 않고는 현대미술과 통할수 없다. 세잔의 그림에 많은 시간과 정열을 할애하기를 권한다. 런던의 미술관들 특히 테이트모던이나 사치, 헤이워드같은 현대미술관들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말이다. 세잔의 그림은 고호의 그것처럼 감정이라는 선물을 주지는 않는다. 세잔의 그림을 보면서 우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세잔의 그림을 보며 그가 왜 그렇게 그리지 않을수 없었는지를 생각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절절하게 살아 숨쉬고 있는 인간이다.

세잔과 더불어 현대미술의 아버지인, 특히 표현주의 계열의 원조 고호를 보는 것으로 내셔널갤러리 '원근법 테마관람'은 마무리된다. 고호는 세잔 못지 않게 현대미술에 영향을 미친 화가다. 고호는 그림에 화가의 감정을 이입시켰다는 측면에서 미술사 속의 괴물같은 존재다. 고호는 세잔만큼은 아니나 데생이나 소묘같은 전통적 필력의 잣대에서 놀라운 수준을 보여준 화가는 아니다.

그러나 고호의 그림 앞에 서면 우리는 북받쳐 오르는 뜨거운 감정의 물줄기가 등골을 오싹하게 함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며 고호의 외로운 인생의 슬픔을 주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고호가 세잔처럼 남달리 그릴줄 알았기 때문이다. 고호는 그림이 전적으로 화가의 것임을 그림으로 선언한 화가다. 그의 그림 안에서 만큼은 화가의 생각과 감정이 화려한 주인공이며, 더이상 외로운 시골화가의 초라한 그것이 아니다.

감정의 솔직한 표현을 위한 고호에게 원근법같은 것은 거추장스러운 사족이었을 뿐이다. 때로 모양을 왜곡시켜 원근법의 논리를 무시하거나, 색채원근법의 편안함을 내팽겨칠수 밖에 없었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고 절망과 희망이 혼재하는 인간의 오묘한 감정이란 원근법같은 한가한 법칙이 설명하기에는 너무도 아리송한 것이기 때문이다.

고호의 그림 앞에 서서 오랜 설움같은 것을 끄집어내 펑펑 울수 있다면, 당신은 시퍼렇게 살아있는 사람이다. 나로선 그런 사람을 존경할 예정이다. (계속)

 

최 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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