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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영국의 국가안보기관으로 MI6와 MI5가 있다. 세계 넘버원 첩보원 007의 소속기관으로 알려진 MI6는 미국의 CIA에 비견되는 기관으로 냉전시대 소련의 KGB와 라이벌관계를 구축했던 국제담당 정보기관이다. 이에 반해 MI5는 국내담당 정보국이다. 

1994년 영국정부에 의해 비밀에 쌓여있던 MI6가 베일을 벗자 세계적 화제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00이라는 코드번호가 살인면허라든지, MI6본부 건물에는 출입구가 없고 지하로만 통한다든지, 영화처럼 MI6의 수장은 항상 여자라든지... 온갖 루머가 화제를 몰고 다녔다. 화려한 MI6에 반해 MI5는 묵묵히 영국 국내정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내셔널갤러리를 국제미술정보를 담당하는 영국의 미술첩보기관이라고 가정해 보자. '일그러진 진주'를 의미했던 바로크라는 찌질한 단어가 어찌하여 서양미술의 100년 이상을 설명할때 가장 적합한 용어로 자리잡게 되었는지, 네덜란드 황금시대에 어떻게 미술은 브르조아화 되는지, 자연을 하나의 현상으로 보았던 사실주의자인 인상파 화가들이 어찌하여 일본 풍속화의 색채감과 구도에 열광하게 되었는지 따위의 국제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해야 하는 것이 국제미술첩보기관인 내셔널갤러리의 임무일 것이다. 

반면 MI5처럼 국내 미술정보를 파악하고 테러와 국가전복을 방지해야할 미술관이 있다. 바로 테이트브리튼(Tate Britain)이다.

영국미술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어떤 영향 속에서 서양미술의 주류권에 합류하였으며 급기야 서양미술의 메인스트림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는지 혹은 그런 타당한 미술사 속에서 데미언허스트라는 괴물을 탄생시켰는지... 이 모든 정보는 테이트브리튼의 몫이다. 

내셔널갤러리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서양미술의  명화들을 모아놓은 곳이라면, 테이트브리튼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영국화가들의 수작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테이트브리튼을 흔히 영국미술의 내셔널갤러리라고 부르는 이유다.  늦게 철든 나라 영국의 미술사를 살펴 보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편이다. 프랑스의 시골같은 곳에서 유럽의 강자로 급변신하는 엘리자베스 1세때부터 본격적 미술의 역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테이트브리튼을 보기전에는 필수적으로 영국미술사를 훑어보아야 한다. 물론 이 칼럼이 그런 설명에 지면을 낭비하는 어리석은 친절함을 소유하지 않았음은 코딱지 외삼촌만큼의 성의라도 있는 독자라면 눈치채고 있을 것이다. 다만 영국 미술사의 꼭 언급해야만 할 화가들을 시대순으로 나열하는 것으로 그 어리석음을 대신하겠다. 그 진화도는 아래와 같다. 시대에 붙인 명칭은 함부로 쓰지 말길, 필자의 창작이다.

1.르네상스 흉내의 시대(1500초반-1600후반): 한스홀바인(Hans Holbein), 니콜라스 힐리아드(Nicholas Hilliard), 안소니 반 다이크(Sir Anthony Van Dyck), 윌리엄 돕슨(William Dobson)

2.흉내를 너머 발전의 시대(1600후반-1700중후반):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 토마스 게인즈버러(Thomas Gainsborough), 조슈아 레이놀즈(Sir Joshua Reynolds)

3.눈부신 산업을 따라 시대(1700중반-1800초반): 조지롬리(George Romney), 조지 스텁스(George Stubbs), 조셉 라이트(Joseph Wright of Derby), 카날레토(Canaletto),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4.드디어 만개한 낭만의 꽃 시대(1800초반-1800중반): 존 콘스터블(John Constable), 윌리엄 터너(J. M. W. Turner), 토마스 로렌스(Sir Thomas Lawrence)

5.중산층의 각성 그리고 제국주의 시대(1800중반-1900초반):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Dante Gabriel Rossetti), 에드워드 번 존스(Sir Edward Burne-Jones), 휘슬러(James Abbott McNeill Whistler)

여기까지. 이후 등장해야할 수많은 영국 화가들은 현대로 보겠다. 

테이트브리튼에 갈때는 런던 지하철 빅토리아 라인을 이용해 핌리코(Pimlico)역에서 내릴 것을 권한다. 핌리코라는 동네를 거쳐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 강변과 가깝고 빅토리아 역과 가까운 그 이상한 동네에서 영국 역사상 최고의 정치가 윈스턴 처칠과 영국 역사상 최고의 햄릿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살았었다.

처칠의 불편해 보이지만 편안한 옷소매와 올리비에의 편안해 보이지만 불편한 옷소매를 짐작하며 약간 걸어 준다. 정치와 연기가 얼마나 비슷한가를 잘 아는 한국인이라면 더욱 그럴듯 하게 걸을 수 있다. 걸어가면서 생각해 본다. 미술은? 미술은 과연 정치와 연기 어느쪽에 가까운가. 조금 더 생각을 살찌워 본다.

그렇담, 나는? 지금 런던의 미술관을 향해 털레털레 걷고 있는 나의 생은 정치인가? 연기인가? 미술인가? 나의 옷소매는 불편해 보이지만 편한가? 혹은 편해 보이지만 불편한가? 

자신의 본질을 흔드는 그런 존재에 대한 카오스적 회의는 미술관과 너무 잘 어울린다. 그림을 보기 위한 워밍업으로 너무 훌륭한 망상인데, 런던에서 그런 상상을 하며 유유자적하게 찾아갈 수 있는 몇개 안되는 미술관의 하나가 테이트브리튼이다. 즉 사색의 산책을 즐기며 찾아가기에 너무 훌륭한 곳이다. 

미술관터는 너무도 유명하다. 옛 감옥 터다. 밀뱅크감옥. 감옥터에서 피어난 그림들의 무덤이 템즈강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미술관 테이트브리튼이다.(계속)

 

 

 

최동훈

Coombehi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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