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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칼럼- 생명을 낳는 생장점

hherald 2016.11.14 21:27 조회 수 : 209

 

생명은 신비 그 자체입니다. 죽어버린 나무에서 싹을 틔우는 광경은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거실 한 모퉁이에 있는 작은 화분에서 끊임없이 싹을 틔우고 꽃망울을 터트리는 장면은 BBC에서 제작한 최상의 다큐멘터리 그 이상으로 생명 자체가 감독 겸 배우가 되어 실시간 생방송으로 보는 것 같은 감동이 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루하루 같은 모습은 없게 됩니다. 미세한 변화는 날마다 있게 됩니다. 쉽게 분간할 수 없는 작은 변화가 어느 한 정점에 다다랐을 때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이게 됩니다. 이름 모를 작은 화초라 할지라도 신비로운 생명의 집합체와 같습니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아무 곳에서나 싹을 틔우는 것은 아닙니다. 새싹을 틔워낼 수 있는 곳을 생장점이라 합니다. 생장점이 없는 줄기에서는 살아 있으나 싹을 틔울 수 없게 됩니다. 

 

 

생장점에 관한 추억은 어렸을 적 시골에서 받았던 감동은 오순이 넘어선 나이에도 생각 속에 꿈틀 거리게 됩니다. 봄날이 되면 씨감자를 심게 됩니다. 길고 길었던 겨울을 지나면서 씨감자는 최고의 대우를 받게 됩니다. 먹을 것이 없었던 절대 빈곤의 시절이지만 씨로 구별된 감자는 절대 먹지 말아야 할 선악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배고픈 시절이기에 부모님 몰래 꺼내 아작 아작 씹어 먹고 야단맞는 것이 반복되면서 씨감자의 위치는 더 은밀한 곳으로 숨겨지게 됩니다. 그렇게 먹음직하고 보암직하며 허기진 배를 부르게 할 만큼 탐스러웠던 씨감자는 따스한 봄기운을 맞으면 생체 시간표는 정확하게 작동 됩니다. 감자 하나에 몇 개의 싹을 틔우게 됩니다. 아침 일찍 동네 아주머니들이 마당에 둘러앉아 싹이 돋은 씨눈의 각을 뜹니다. 중요한 것은 씨눈을 다치지 않게 조심스레 작업을 끝내면 갈아놓은 밭에 씨눈감자를 심습니다. 그날의 식사는 육각형모양, 사각형모양, 삼각형 모양의 신기한 감자 속살을 삶아 먹게 됩니다. 

 

 

중학교 무렵 성경에 입문하면서 마태복음 1장을 읽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의미는 몰랐습니다. 신앙인들이 가장 읽기 어려운 곳은 마태복음1장의 족보일 겁니다. 성령님의 만져 주심이었고 기름 부으심이었습니다. 진리의 성령이 오셔서 말씀을 깨닫게 하시는 것을 체험한 시기였습니다. 한없는 눈물을 흘리게 한 단어는 특별한 은혜가 담겨 있으리라는 짐작도 안 되는 바로 “낳고” 라는 단어였습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라는 말이 반복될 때 마다 내 안에 있던 모든 물이 눈과 코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수없이 반복해서 읽다 보니 족보 전체가 머릿속에서 휘몰아쳤습니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누가 누구를 낳는 행보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마태복음 1장에 낳고 라는 말은 40번이나 반복됩니다. 그 낱말이 반복될 때 마다 시대를 움직였던 사람들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영상으로 비춰졌습니다. 왕조시대의 사극을 만들기 위해 먼저 그 시대로 착각하도록 세트장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족보에 등장하는 영적 거장들을 위한 특설무대를 구석구석 누비고 다니는 혜택을 누렸습니다. 

 

 

무엇이 작은 소년의 마음을 그렇게 뒤 흔들어 놓았을까? 그것은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창조의 생명이었습니다. 내 인생도 창조하시는 생명의 연속선상에 의해 이 땅에 태어남이 믿어졌습니다.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가난에 찌든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성경66권의 말씀 중에서 내 인생을 향해 다가오신 말씀은 특별한 내용이 아닌 생명을 창조하시는 ‘낳고’였습니다. 훗날 신학을 하면서 성경원문을 찾아 본 결과 낳고는 ‘겐나오’ 였습니다. 이는 단순하게 자녀를 낳았다는 말 보다 더 깊은 의미가 있게 됩니다. 물론 부모가 자식을 낳는 개념을 포함하지만 상징적으로 ‘거듭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요한복음 3장에 예수께서 니고데모에게 거듭나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니고데모는 유대의 랍비이면서 바리새인이며, 당시 로마 정부의 인준을 받은 유대의 입법, 사법, 종교법을 이끌어가는 산헤드린공의회 정회원이었습니다. 랍비, 바리새인, 72명으로 구성된 산해드린공의회는 일생에 하나만 할지라도 신앙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니고데모는 세 가지를 다 겸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마치 한국에서는 서울대를 수석으로 졸업 하고 도미하여 하버드대를 수석졸업하고 영국으로 건너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학을 차례로 수석 졸업한 후에 상원의원과 교회를 책임지는 청지와 목사의 겸직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것과 흡사합니다. 학문적으로나 신앙적으로 사회적으로 완벽했던 그에게 예수님은 거듭나야 한다는 말씀을 합니다. 그 거듭남의 말씀이 마태복음 1장의 족보 용법의 ‘겐나오’입니다. 

 

 

니고데모는 거듭납니다. 거듭난 것은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을 따랐던 제자들은 예수님이 가장 잘 나가는 시절에 제자가 된 후 십자가 처형 직전에 스승을 버리고 도망 하게 됩니다. 니고데모는 그들과 반대였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을 보고 제자가 되기로 결심한자입니다. 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니고데모가 누렸던 랍비, 바리새인, 산해드린공의회 명예를 배설물과 같이 버렸다는 의미입니다. 심지어는 자기 목숨까지 버리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안에 생명의 DNA인 생장점인 거듭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명이 있어야 생명을 낳을 수 있게 됩니다. 그 생장점은 인간이 가진 이성적 통찰력이 아니라 말씀을 통한 거듭남이며 삶으로 증명해야 하는 생장점입니다.  

 

박심원 목사

예수마을커뮤니티교회 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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