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영국 역사상 최고의 철학자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1872~1970)은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삶은 예술과 사상과 사랑으로 이루어지고, 또 아름다움의 창조와 감상, 세계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탐구하는 데서 가능하다". 

우리가 미술관을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우리는, 과연 내가 진정한 삶의 길을 가고 있나,에 대한 회의의 행동으로써 미술관을 방문한다. 돈 버는 행위와 돈 쓰는 행위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 삶이 과연 코딱지 다섯번째부인의 셋째딸만큼이라도 가치있는 것인가? 우리는 어떤식으로든 무의미해보 이는 삶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고 싶은 것이다.

최소한 미술관에 사는 그림들은 '예술'이며, 화가의 '사상'과 '사랑'이 내재되어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아름다움'을 '창조'하려고 몸부림친 어느 인간의 흔적을 '감상'할수 있으며, 그것은 궁극적으로 '세계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탐구'하는 행위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아주 높으신 분이 심하게 믿으셨을 것으로 추정되시는 '영혼합일' 따위 보다 얼마나 매력적인 믿음인가?)

이 매력적 행위를 테이트브리튼에서 할때의 준비물로 영국 미술사에 대한 간략한 살펴봄을 강조한바 있다. 필자는 현대를 제외한(테이트브리튼의 포커스는 현대미술이 아니므로) 영국 미술사를 전거한것처럼 다섯개의 시대로 분류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필수 아이템이므로 지면 아깝지만 다시한번 쓴다.)

1.르네상스 흉내의 시대(1500초반~1600후반)
2.흉내를 넘어 발전의 시대(1600후반~1700중후반)
3.눈부신 산업을 따라 시대(1700중반~1800초반)
4.드디어 만개한 낭만의 꽃 시대(1800초반~1800중반)
5.중산층의 각성 그리고 제국주의 시대(1800중반~1900초반)

물론 이 분류를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분류한 시대구별은 단단히 숙지해야만 한다. 필자에게 반항하여 다른 분류법을 사용하고 싶은 모험심 불타는 독자들을 허용하겠다. 단 그 시대구별의 타당성에 대하여 일목요연한 정리를 해야만 한다.테이트브리튼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말이다.

왜 이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하면. 말했다시피, 아시다시피, 테이트브리튼은 영국화가들의 그림만을 모아 놓은 곳이다. 따라서 생각만큼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영국미술사를 시대별로 분류하여 머리 속에 정리해 놓으면, 테이트브리튼에서 살아남는 걸 넘어서 단시간 내에 영국미술을 가지고 놀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테이트브리튼의 승리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모르는 화가의 그림을 만나도 당황하지 않는 미술관의 배짱이(배짱있는 이)들은 대체적으로 두가지 인간중 하나다. 첫째, 뻔뻔함을 배짱이라고 착각하는 얼굴 두터운 사람. 즉 다섯번째 부인의 셋째딸 같은 사람. 둘째, 그 화가의 시대를 이해하고 있으므로 그 시대에 화가의 그림을 대입하여 바라볼 나름대로의 근거를 갖춘 사람. 후자만이 미술관 안의 승리자가 될수 있음은 물론이다.

테이트브리튼도 내셔널갤러리처럼 그림들을 시대순으로 전시하고 있다.  1540방, 1650방...이런 식이다. 따라서 당신이 머리속에 정리해 놓은 영국미술의 시대별 분류는 그림감상에 커다란 도움을 줄 것이다.     

만약 당신 앞의 그림에 Sir Nathaniel Bacon(1585~1627)이라고 쓰여 있다고 하자. 당신은 재빨리 머리 속의 시대분류를 가동시켜, 나다니엘 베이컨경이 영국미술이 고작 르네상스의 그림들을 흉내내는데 그치던 빈약한 시대의 인물이라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베이컨이 영국 아마츄어리즘의 조상쯤 되는 아주 매력적인 화가라는 사실을 모르더라도 상관없다. 

베이컨이 표현한 하녀의 풍만한 가슴에서 인간애를 느끼건,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들인 죠르조네나 티치아노보다 확실히 서툴게 표현된 열린 창고 문 너머 풍경을 바라보건,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그것들과 비교되는 야채들의 질감표현을 자세히 만끽하건 그것들은  그다음에 당신이 충분히 만들어낼수 있는 이야기들이 될것이다.

만약 당신 앞의 그림에 William Hogarth(1697-~1764)라고 쓰여 있다면 윌리엄 호가스가 2번 시대, 즉 영국미술이 흉내를 넘어서 자신만의 것으로 발전하려던 시대의 인물이라는 것을 감지하고 감상을 시작하면 된다. 호가스가 프랑스 로코코미술의 우아한 곡선미의 영향을 받았으며 그러나 로코코 미술의 작은 사명이었던 귀족풍자를 그림의 전면으로 끌어낸 실질적인 민중미술의 선구자라는 사실은 그 이후에 알게될 것이다.

만약 당신 앞의 그림에 Sir Joshua Reynolds(1723~1792)라고 쓰여 있다면 조슈아레이놀즈가 3번 시대, 즉 눈부신 산업발전 만큼이나 영국미술이 급발전하던 시대의 인물이라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레이놀즈는 2번과 3번에 모두 적용될수 있다.) 레이놀즈가 로열아카데미 초대 회장이었으며 영국미술을 유럽미술의 주류권에 포함시켜준 대가급 화가라는 사실은 그 다음에 알아도 늦지 않다. 

필자 또래의 한국인이라면 레이놀즈를 새롭게 볼만한 일화도 있다. 1970,80년대 대한민국 만원버스의 운전석 옆에서 덜렁거리던 조그만 그림, '오늘도 무사히'라는 문구와 함께 덜렁거리던 일명 '소녀의 기도'라는 그림을 기억하는가. 수많은 아류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원조 소녀의 기도는 필자가 알기로는 레이놀스의 그림이다.

만약 당신 앞의 그림에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1775~1851)라고 쓰여 있다면, 윌리엄 터너가 낭만주의 문학의 본좌인 영국이 미술에서도 낭만의 아름다운 꽃을 피어낸 시기의 화가라는 것을 파악할수 있다. 영국미술이 유럽미술을 주도해 나가는 최초의 시대였다. 터너는 컨스터블과 더불어 그 시대의 대표화가였으며, 두화가는 프랑스 젊은 화가들 즉인상파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바 있다.

늘 프랑스 미술의 영향권 아래 있던 영국미술로서는 감격적인 시대였다. 물론 낭만주의 미술이 영국에서만 꽃핀 것은 아니다. 또한 낭만주의란 상당히 폭넓은 영역을 포함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신고전주의와 사실주의가 포함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낭만주의는 마치 신비스러운 자연과의 치열한 싸움같은 정신을 보여주며 유럽미술 전체를 고무시켰다는 측면에서 평가받아 마땅하다. 영국미술사에 있어서 최초의 승리의 시대라고 말할수 있다. (계속)

 

 

최동훈

coombehill@naver.com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305 신앙칼럼- 복음의 신을 신고 hherald 2016.11.28
1304 런던미술관에서 살아남기- 테이트브리튼에서 살아남기(3) hherald 2016.11.28
1303 [이성훈의 라이프코칭컬럼]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20일과 삶에서 즐거움 찾기 hherald 2016.11.28
1302 부동산 상식- 런던평균 집값은 평균연봉 14배 hherald 2016.11.28
1301 온고지신- 우성인자 집단 3 hherald 2016.11.28
1300 박필립의 영국 역사 기행 17편- 복지란 돈이 넘쳐나서 하는 것이 아닌,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 hherald 2016.11.28
1299 헬스벨- 주사제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hherald 2016.11.28
1298 이민칼럼- 배우자비자, 영국회사 퇴사 후 소득증명 hherald 2016.11.28
1297 영국축구 출필곡 반필면 - 기성용의 스완지 시티 vs 이청용의 크리스탈 팰리스 hherald 2016.11.28
1296 이민칼럼- 영국서 학생비자로 전환여부와 심사고려사항 hherald 2016.11.21
1295 헬스벨- 음식으로 자연의 정보와 지능을 제공받는다 hherald 2016.11.21
1294 부동산 상식- 주택임대 시 집주인 vs 세입자 책임 부분 hherald 2016.11.21
1293 온고지센- 우성인자 집단 2 hherald 2016.11.21
1292 신앙칼럼- 두 교회가 하나의 교회가 되는 이유 hherald 2016.11.21
1291 영국축구 출필곡 반필면-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 vs 웨스트햄 hherald 2016.11.21
1290 박필립의 영국 역사 이야기 16편 - 20세기 hherald 2016.11.21
» 런던미술관에서 살아남기 2. 테이트브리튼(Tate Britain)에서 살아남기(2) hherald 2016.11.14
1288 [이성훈의 라이프코칭컬럼]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19최순실과 대한민국,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hherald 2016.11.14
1287 부동산 상식- 집주인의 세입자 체류증명 확인 의무 hherald 2016.11.14
1286 박필립의 영국 역사 기행 15편- 대영제국 hherald 2016.11.14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