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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음악으로 만나는 런던-23
레이 데이비스의 킨크스 


 


런던에서만 깨닫는 아름다움
런던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인류 최초로 세 번째 올림픽을 유치한 도시답게 런던은 뜨거웠지만, 조용했다. 흥분한 얼굴을 감추고 차분한 표정을 보여 주었다. 아니 얘네들이 도대체 흥분을 한 건지 아닌 건지 도저히 알 도리가 없었다. 다분히 영국식이었다. 런던 올림픽의 개막식에 등장했던 폴 메카트니(1942~ )는 본 칼럼으로서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세계를 사로잡았던 비틀스의 위력이 아직도 진행형임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그는 70 넘은 나이에도 무대에 섰다. 세계의 젊음들을 하나로 묶는 데 팝만큼 기여를 한 문화적 도구도 없었을 것이다. 전 세계 젊음들이 팝이라는 영어 음악으로 동질성을 느낀다는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다. 그러나 그 아이러니는 별 거부감 없이 세계인들의 평화적 축제의 개막식을 지배했다. 무너진 대영제국과 더불어 상처받은 영국인들의 자부심에 한가닥 희망을 심어준 것이 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런던 올림픽을 가까이서 본 필자로서는 폴 메카트니 보다도 폐막식에 등장한 가수 레이 데이비스(1944~ )를 주목하고 싶다. 그는 폴메카트니에 비한다면 국제적 명성이 보잘것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당당히 올림픽 폐막식에 등장해 젊은 시절 만든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다. 개막식에서의 폴메카트니가 세계를 향한 영국 음악의 힘과 위력을 보여줬다면, 폐막식의 레이 데이비스는 영국 음악의 본질과 참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등장했을 것이다. 많은 세계의 젊은이들은 아마도 이 처음 보는 늙은 가수에 의아했을 것이다. 수많은 국제적 명성의 팝 가수를 보유한 영국이 왜 이 낯선 늙은이를 등장시킨 것일까? 그러나 사십 년째 팝을 밥 다음으로 좋아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레이 데이비스를 등장시킨 영국인들의 놀라운 통찰력에 다시 한번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레이 데이비스는 60년대 영국에서만큼은 비틀스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던 밴드 킨크스(Kinks)의 리더였다. 킨크스의 리더로서의 레이 데이비스는 비틀스의 폴메카트니와 존레논, 롤링스톤스의 믹재거와 키스 리처드, 레드 제플린의 지미 페이지와 로버트 플랜트의 역할을 혼자서 해낸 인물이다. 대부분의 밴드들이 콤비 플레이에 의해 음악을 만들어냈던 것에 비해 레이 데이비스는 거의 혼자서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어낸 천재적 뮤지션이다. 60년대 초반 브리티시 인베이션의 선두주자의 하나로 미국 공략에 성공한 밴드가 킨크스지만 필자의 경험으로 국내에서의 킨크스 인지도는 미미하다. 우리가 팝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70년대였는데 대부분 미국의 빌보드차트의 히트곡을 중심으로 소개되면서 70년대 미국에서의 활약이 별로였던 킨크스는 소개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못한 많은 영국의 뮤지션들이 존재한다. 오리지널을 모르고 흉내 내는 짝퉁뮤지션을 더 좋아했던 발랄한 오류는 그런 유래를 지니고 있다. 본 칼럼은 그런 오류에 대해 일종의 심각한 사명감을 느끼고 있는 편이다.
레이 데이비스의 노래들, 즉 킨크스의 노래들은 동 시대 영국 밴드들의 것 중 가장 영국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영국의 구체적인 모습들이 노래 곳곳에서 등장하는데, 사회적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곡들이다. 역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러한 레이 데이비스의 뛰어난 문학적, 음악적 재능은 킨크스가 비틀스나 롤링 스톤스, 더후, 레드 제플린 만큼 세계적인 명성을 얻지 못하도록 막은 것인지도 모른다. 레이 데니비스는 새로운 대중가요의 어법을 만들어낸 선구자적 작사가로 평가 받기도 한다. 봅 딜런이 유행가 가사를 순수 문학에 밀리지 않는 문학적 공간으로 만들어낸 위대한 시인이라면, 레이 데이비스는 유행가 가사라는 공간 안에서의 소박한 문학성을 만들어낸 새로운 유형의 시인인 셈이다. 
킨크스의 노래들은 비틀스 못지않은 발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데 오아시스나, 블러 같은 90년대의 브릿팝 밴드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밴드가 킨크스인 것은 그런 차원에서 이해 가능하다. 또한 킨크스는 70년대 등장하는 펑크(Punk)라는 반항적 음악에도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이 데이비스의 따스한 사회적 관찰이 해낸 음악적 업적이라고 보고 싶다. 킨크스는 다음 세대 미국의 헤비메탈 밴드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반헤일런의 일명 푸들창법은 레이 데이비스의 흉내에서 나온 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레이 데이비스가 올림픽 폐막식에서 부른 킨크스의 빅 히트곡 <Waterloo Sunset(67)>은 한국 교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워털루역을 소재로 한 아름다운 곡이다. 해질녘의 템즈강을 건너 워털루 역을 향해 걸어본 사람은 이 노래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킨크스의 최초의 히트곡 <You Really Got Me(64)>는 영국 팝계에서는 최초의 헤비메탈 넘버로 인정하는 곡이다. 킨크스의 앨범 중 필자가 가장 열심히 들었던 것은 68년작 컨셉 앨범 <The Kinks Are The Village Green Preservation Society>다. 차트에 오르지 못한, 흥행에 참패한 이 앨범은 그러나 킨크스 최고의 수작 앨범이다. 전원생활과 시골풍경의 소박함과 일찌감치 눈 뜬 영국식 친환경적 모습들이 펼쳐지는, 그러면서도 상큼한 젊은 감상을 잃지 않은, 단 일초도 버리기 아까운 앨범이다.
개막식에서 폴메카트니가 부른 <Hey Jude>는 비틀스 최고의 히트곡의 하나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하는 관념적인 가사를 지닌 곡이다. 지구상의 사랑을 경험해본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폭넓은 공감대를 지니고 있다. 폐막식에서 레이 데이비스가 부른 <Waterloo Sunset>은 보다 구체적이고 일상적 깨달음을 보여주고 있는 곡이다. 런던에서만 깨달을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고나 할까. 
“늙고 더러운 강물은 밤을 향해 흘러 가야 하고, 사람들은 바쁘고 택시는 반짝이고 나는 어지러워, 하지만 저 석양의 워털루를 바라보는 동안 나는 친구도 필요 없어, 이게 바로 천국이니까……”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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