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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영국인 발견 - 66회 자동차 규칙

hherald 2011.11.28 18:50 조회 수 : 2047

그들은 이 놀랍기 그지없는 탈억제는 영국인의 성격이 완전히 변했다는 증거이고, 이제 영국인의 의연함이 흔들리고 있으며, 우리 모두는 감정을 드러내 살기 시작했고, 절대 전과 같아질 수는 없다는 둥 흥분해서 난리를 쳤다.
그렇다면 이 '전대미문의 비탄의 표출'은 정확히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군중들의 사진과 비디오를 보라. 그 모든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었나? 줄서기! 꽃을 사기 위해 줄 서고, 꽃을 놓기 위해 줄 서고, 조문장에 서명하기 위해 몇 킬로미터나 줄 서고, 하루 종일 줄 선 뒤 귀가를 위해 버스와 기차를 타려고 또 줄 섰다. 그러고는 일주일 뒤 장례식에 가기 위해 기차나 버스를 타기 위해 줄 서고, 장례식 행진을 보기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밤 새워 줄 서고, 꽃, 마실 것, 깃발, 신문을 사기 위해 줄 서고, 장의차가 자니가는 것을 보기 위해 줄 안에서 몇시간을 서서 기다리고, 다시 집에 가기 위해 버스, 지하철, 기차 그리고 시외버스를 타려고 줄을 섰다. 조용하고, 질서 있게, 규율과 위엄이 있는 줄서기를 끝도 없이 했다.
분명히 거기에는 눈물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비명을 지르거나 통곡하지 않았다. 옷을 찢거나 자신을 재로 덮지도 않았다. 비디오를 보라. 관이 궁전 문에 나타났을 때 한 두 명 아주 나직하게 흐느꼈으나, 이는 부적당한 일이라 여겨져 쉿하는 소리와 함께 재빨리 조용해졌다. 다른 군중들은 따라하지도 않았고 그저 조용히 행렬을 지켜봤을 뿐이다. 다이애너 비가 죽던 날 누군가 맨 처음 꽃을 놓았다. 이 일은 옳은 일이라 여겨져서 뒤에 오는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꽃을 놓기 시작했다. 장례식이 끝난 후 장례차가 지나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꽃을 던지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도 그를 따라했다(조문객 차량들 앞에서 말이 끌고 가는 영구차에는 아무도 꽃을 던지지 않았다. 아무리 전대미문의 비영국적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시민들이라도 말을 놀라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잘 알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눈물과 꽃이 있었다. 죽음으로 이별하는 장례식에서 그것들이 비정상적인 반응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이를 제외하고는 영국인은 다이애너 비에게 가장 영국적이고 우리가 가장 잘하는 방식, 즉 줄서기로 조의를 표했다.

자동차 규칙

차와 운전에 관한 영국인의 불문율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차에 관한 세계적인 공통 사항 몇 가지를 분명히 해놓고자 한다. 어떤 문화를 막론하고 인간은 차와 이상하고 복잡한 관계를 맺는다. 우리가 확실히 해둘 것은 우선 차라는 물건은 기본적으로 운송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극단적인 것 같지만, 우리와 차의 관계에서 차가 우리를 여기서 저기로 데리고 가는 것은 전혀 고려사항이 될 수 없다. 기차와 버스는 당신을 여기서 저기로 데리고 간다. 그러나 차는 당신이 소유한 땅의 일부 같은 것이다. 그리고 당신과 사회적 정체성의 일부이다. 버스가 당신을 상점으로 데리고가고 데리고 오지만 당신은 편안하지 않고 그것을 소유했다는 느낌도 받지 않는다. 기차가 당신을 직장으로 데리고 가고 데리고 오지만 그것은 당신의 사회적, 정신적 측면을 말해주진 않는다.
이는 비교문화 측면에서도 차와 사람에 관한 기본적이고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우리는 영국인다움에 대한 논의에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왜냐하면 특히 영국인이라면 거의 모두 이에 동의하지 않거나 심지어 이 기본적인 사실들 중 한 가지는 맹렬히 부정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신분 무차별의 규칙
특히 영국인은 자동차를 선택할 때 사회적 신분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믿고 싶어 하고 그걸 완강하게 주장한다. 심지어 BMW가 여피들이 타는 종으로 이미지가 가장 좋을 때, 잘나가는 영국인 중역은 자신이 BMW를 산 것은 독일 자동차의 최고 기술력, 즉 디자인, 편안함, 신뢰성, 속도 운전의 용이성, 제어력, 회전 속도, 항력 계수의 품질 같은 진지하고 이성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사회적 이미지와는 상관이 없다. 신분의 상징과는 더욱 상관이 없다. 동료와 이웃과 여자친구에게 멋있게 보이려는 속셈과도 상관이 없다. "오. 그냥 이 차는 정말 기막힌 차일 뿐이다"라고 한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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