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로축구에서 유소년 시절 감독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한 제보가 있은 후 계속 비슷한 사례의 폭로가 이어지며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영국 축구계를 흔들고 있는 이번 사태는 최근 은퇴한 축구선수인 앤디 우드워드(43)가 BBC 방송에서 1980년대 크루 알렉산드라 FC의 유소년팀에서 뛰던 시절 당시 감독이었던 배리 베넬(62)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공개 증언하면서 시작됐다.
첫 보도 후 영국 아동학대방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국립아동학대예방협회(NSPCC)는 지난주 아동 성추행 실태 제보를 위한 전화 핫라인을 개설한 지 1주일 만에 860건이 넘는 제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중 전 사우스햄턴 유스 코치를 맡았던 밥 히긴스에게 성추행당했다는 여러 전직 축구 선수들의 제보가 이어지면서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히긴스에 대한 제보는 예전부터 있어 경찰 조사까지 진행됐지만 1992년에 무죄로 사건이 종결되었고 아동들에게 위험한 인물이 될 수 있다며 햄프셔 경찰과 영국 축구협회가 모든 구단에게 공문을 보냈지만 현재까지도 플리트우드 타운 FC에서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우스햄턴 출신 공격수 매트 르 티시에도 영국 공영방송 BBC를 통해 유스 선수 활동 시절해 히긴스에 대한 일화를 폭로했다. 르 티시에는 “난 성추행을 당하지 않았지만 분명 경험한 것은 비정상이었다. 르 티시에는 “우리(유스 팀 동료들)는 모두 알몸 상태로 마사지 침대에 누워 이상한 마사지를 받았었다. 매우 불쾌하고 처음부터 비정상인 상황이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잘못 된 행동이지만 당시 어린 마음에 웃어넘겼다. 확실히 이상하고 비정상적이었다”라고 폭로했다.
또한 전 축구 선수 개리 존슨 (57세)는 1970년대에 첼시 유스 팀 시절 구단 스카우트에게 여러 번 성추행당했으며 구단에 민원을 넣었지만 첼시에서는 사건에 대해 묵인을 하는 조건으로 존슨 씨에게 5만 파운드 (약 7천414만 원)을 지급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첼시는 “존슨 씨의 상황은 누구도 경험하지 말았어야 할 사건이며 구단에서 당시 직원에 대한 조사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겠다.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면 절대 숨기지 않고 다 파헤치겠다. 피해자가 어떠한 도움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도울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그레그 클라크 영국 축구협회 (FA)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이번 아동 성추행 사건들은 영국 축구계의 가장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스캔들이다. 신고 접수된 사건은 해당 구단과 함께 철저하게 조사하겠으며 피해자들을 위해 끝까지 도움이 되겠다." 라고 밝혀 영국 축구계에 큰 파장이 예고된다. 최근 잉글랜드 사령탑을 맡았던 샘 알라다이스가 ‘비리 스캔들’로 67일 만에 감독직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이런 사태가 터져 영국 축구 협회는 연달아 큰 위기를 맞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