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팬들이 ‘50년의 아픔(50 years of hurt)’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된다”.
지난 11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우승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폴 심슨이 언론에 한 말이다. 1966년 이후 51년 동안 잉글랜드 대표팀은 국제대회 결승에 올라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폴 심슨이 이끄는 U20 대표팀이 월드컵 우승을 하자 성인 대표팀보다 관심이 낮았던 영국의 시선이 달라졌다.
결승에서 베네수엘라와 대결한 잉글랜드는 전반 35분 칼버트 르윈(에버턴) 의 선제 결승 골로 1-0으로 승리했다. 도미니크 솔란케(첼시. 리버풀로 이적 예정)는 이번 대회 4골을 터뜨리며 대회 MVP인 골든볼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경기 전 영국축구협회 회장인 윌리엄 왕자는 결승을 앞둔 대표팀에 편지를 보내 “결승에 진출한 선수단과 스태프 모두에게 축하한다. 당신들의 업적에 나는 물론 온 나라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했고 우승을 하자 “U20 월드컵에 우승한 잉글랜드 팀을 축하한다. 영국 축구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높다!”라는 메시지를 왕실 SNS 계정으로 전달했다.
잉글랜드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데이비드 베컴 역시 경기 전에 “오늘 U20 대표팀을 응원한다. 지금까지도 잘 싸웠다. 열정과 투혼을 갖고 서로를 위해, 그리고 세 마리의 사자(잉글랜드 대표팀 엠블렘)를 위해 뛰어라”고 격려했다.
현재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으로 프랑스에서 훈련 중인 잉글랜드 성인 대표팀도 이번 대회 결승에 관심이 높았다. 훈련 후 팀 탈의실에서 노트북 한 대를 놓고 감독, 선수단, 관계자가 모여 경기를 지켜보고 환호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대표팀이 다 같이 경기를 봤고 멀리서 모두 응원했다. 최고라고, 잘했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나라 전체가 자랑스러워 한다. 이 순간을 즐겨라”라는 영상 메시지를 공개했다.
경기 후 해리 케인(토트넘 홋스퍼),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현 국가대표 선수들과 잉글랜드 대표팀 출신 게리 리네커, 마이클 오웬, 알런 시어러 등 여러 전 국가대표들이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축하를 보냈다.
폴 심슨 감독은 "어려운 경기였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고 결과가 좋았다. 선수들과 모든 스태프가 고맙다"라고 했다. 그리고 1966년 이후 우승 트로피가 없다는 이유로 그동안 잉글랜드 팬들이 불러온 노래 ’50년의 아픔’에 대해 “이제 팬들이 더이상 그 노래 안 불러도 돼서 기쁠 듯 하다”라고 농담하는 여유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