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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1982년 4월 아르헨티나가 영국령 포클랜드 제도를 무력 점령하자 영국은 전시체제로 돌입했다. 예상과 달리 전격적으로 전쟁을 결정한 마거릿 대처 총리는 언론, 특히 BBC에 불만이 많았다.

 
영국 해군의 핵잠수함이 어뢰로 아르헨티나의 순양함을 격침해 승조원 323명이 사망하자 BBC는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유가족들을 만나 그들의 슬픔과 고통,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대처는 BBC가 영국의 방송이 아닌 '아르헨티나와 영국 사이 중립적인 입장'인 것처럼 보도한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심지어 "BBC는 반역자"라고도 했다. 대처는 "왜 BBC는 우리 군대를 '우리 군(our force)'이라고 부르지 않고, 영국군(British force)이라고 부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언론들도 '영국군'으로 불렀지만 대처는 유독 BBC에 날을 세웠다. 공영방송이니 일방적으로 영국 정부 편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처는 한발 더 나아가 물리력 행사에도 나섰다. 집권 여당인 보수당의 언론위원회에 BBC 사장과 이사장을 불러 방송 편성과 내용에 대해 강력하게 압박을 가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이 소장하고 있는 대처 메모에 따르면 이때 대처는 핵전쟁 때나 발동하는 긴급조치를 동원, BBC를 공영에서 국영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한다.

대처는 만성 적자 상태의 거대 국영기업, 통제 불능의 과다 복지, 불가항력의 노동조합 등 '영국병'으로 난파 직전이던 영국을 구해내 명재상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그런 그도 언론 길들이기 유혹을 피해가지는 못했던 것이다.

BBC는 단호하게 저항했다. "우린 영국이 아니고 BBC다(We are not Britain. We are the BBC)"라며 국민의 알 권리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시청자들과 경쟁사인 ITV, 일간지 더타임스 등 언론들도 BBC에 힘을 실어줬다. BBC를 'Auntie'라고 부르며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Auntie는 이모·고모·숙모라는 뜻으로 그만큼 영국 국민이 BBC를 성원한다는 뜻이었다. 누구도 꺾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대처도 결국 이 같은 저항 앞에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언론 자유는 그것을 지키겠다는 구성원들의 용기와 국민의 지지가 합쳐지면 지킬 수 있다.

 

 

권석하
재영 칼럼니스트.
보라여행사 대표. IM컨설팅 대표.
영국 공인 문화예술해설사.
저서: 유럽문화탐사(2015)
번역: 영국인 발견(2010), 영국인 재발견1,2 (2013/2015)
연재: 주간조선 권석하의 영국통신, 조선일보 권석하의 런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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