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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어두운 밤길에 등불을 들고 걸었습니다. 그 행동이 이상하여
물었습니다. 당신은 앞을 보지 못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닙니까? 그는 대답했습니다.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앞을 보는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나는 등불이 없어도 밤길을 낮 길처럼
다닐 수 있을지라도 당신은 밤길을 걸을 수 없으니 내가 등불을 준비한 것입니다. 성숙한 사람은
자기 삶의 영역에 반드시 타인을 위한 섬김의 몫이 들어 있습니다.

 

삶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만을 위한 삶이라면 삶의 가치는 추락하게 됩니다. 성숙한
삶엔 타인을 배려하는 섬김의 문화가 깊게 배여 있습니다. 과거 농경문화가 주를 이룰 때에는
동네마다 작은 공동체를 형성했습니다. 성이 다르고 가문이 다를지라도 동네라는 울타리는
충분하게 결속이 강한 지역 공동체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작은 다툼은 있을지라도 큰일을
당하게 되면 모두 하나 되어 해결하곤 했습니다.

 

인간은 농경문화의 단순함으로만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산업혁명으로 도시 문명은 농업 문명을
삼켜 버렸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원하는 사람들은 다투어 도심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당연히
농업 문명은 시들어져 노인들만 남게 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농업 문명은 함께 일하고
함께 먹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문화를 가졌다면 산업사회에서는 함께 있을지라도 경쟁해야
하기에 협동으로 가장한 서로를 견제해야 하는 이기주의 시대의 거대한 개막이 시작되었습니다.

삶의 환경이 달라지면 생각하는 것이나 마음 상태도 당연히 달라집니다. 사람이 걸어온 발자국의
역사는 환경이 됩니다. 사람이 환경을 만들지만 결국 환경에 의해 지배받게 됩니다. 환경은
사람을 새롭게 하기도 하지만 마음을 부패하게 합니다. 순수했던 마음은 조건부 계산을 하기에
까다롭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음은 보이지 않게 웅크리고 있지만 결국 기쁨의 시작도
마음에서 일어나는 파동의 결과이고, 슬픔과 좌절의 시작점은 환경이 아니라 마음의 결정에 따른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에 들어가서 그들의 직업을 송두리째 바꿔야 했습니다.
아브라함부터 내려온 그들의 직업은 목축이었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목축과 관련한
기술직이라든가 집을 짓는 건축업과 식당을 경영하는 사람도 있었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직업군은 목축업이었습니다. 그러한 사람들의 주업을 농업으로 대 전환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농업에 관한 기초지식이 없었습니다. 아브라함으로부터 애굽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주업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광야 40년간은 농업과는 전혀 관계없는 나그네 삶을
살았습니다.

 

직업군을 바꾼다는 것은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한 단순한 삶의 틀을 깨트려야 하는 고단함과
도전적 용기가 필요합니다. 단순한 삶에서 확장된 삶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타인을 배려하고
섬겨야 하는 열린 마음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자신만을 위해 종을 울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옷깃을 살피고 새벽부터 종을 울려야 하는 헤밍웨이의 소설을 완성하는 것과 같습니다.
헤밍웨이의 소설은 고전이 되어 많은 사람의 마음에 지금도 종은 울리고 있을지라도 그의 삶엔
종소리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1961년 그의 나이 61세에 헤밍웨이는 평소에 아끼던 산탄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그가 자살이 아니라 사고였을 것으로 믿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자살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의 아버지 역시 아들과 같은 모습으로 자신이 아꼈던 권총으로
자살로 생을 강제로 마감했습니다. 아버지를 이어 아들도 그 길을 선택한 겁니다. 그럴 뿐만
아니라 헤밍웨이의 여동생도, 그의 남동생도 자살을 선택해서 삶의 종지부를 찍습니다.
헤밍웨이의 집안 전체가 자살 가문으로 낙인이 찍힐 만큼 그들이 사회적 성공이라 울렸던 종을
강제로 내려야 했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후에 알려진 사실은 조울증과
알코올 중독이 원인이라는 발표에 그를 존경했던 문학도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그의
유명세는 더욱 그의 마음은 동굴로 숨어들게 했습니다.

 

눈부신 발전과 성공이라는 박수갈채를 받을지라도 마음은 오히려 작아지는 현상이 있습니다.
그래서 간혹 초 정상에 있는 사람들의 자살 소식을 뉴스로 접하는 이유입니다. 농경문화의
단순한 환경일 때에는 하늘을 품을 만큼 마음이 넉넉했습니다. 세상을 다 품을 수 있었습니다.
그가 속한 세상은 넓다 할지라도 실상은 비좁은 산자락 한 어귀였을 뿐입니다. 사람은 더 큰
세상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더 좋은 문명 혜택을 얻기 위해 수고하여 벌어들인 돈을
아낌없이 지출합니다. 더 높은 산에 오르기 위해 전력투구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좋은
환경과 화려한 문명, 높은 고지에 올랐지만 정작 자신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삶은 지극히 단순하면서 복잡하고, 복잡하면서 단순합니다. 단순함을 복잡하게 하는 원인은
마음입니다. 또한, 복잡함을 단순하게 하는 이유도 마음입니다. 마음은 내 것이지만 실상 내 것이

아닙니다. 내 마음 나도 모를 때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마음을 지키는 것이 생명의
근원이 됩니다. 마음은 창조주께서 거하는 공간입니다. 그분 안에 있을 때 마음은 비로소 안정을
찾고 삶을 이끌어 가는 거룩한 나침반이 됩니다. 삶을 산다는 것은 마음 경영입니다. 환경이
마음을 지배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마음은 환경을 다스리고 지배하는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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