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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야기 [11] 런던브리지 수난사

hherald 2019.12.09 16:54 조회 수 : 884

 

 

예전에 한국 꼬마들은 '남대문놀이'를 했다. 두 아이가 손을 맞잡고 아치를 만들면 그 밑을 다른 아이들이 지나가며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남 남대문을 열어라…" 노래를 불렀다. 영국에도 이런 전래 동요가 있다. '런던 다리 무너진다, 무너져, 무너져(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falling down, falling down)…'라는 가사다. 이 노래를 들으면 영국인들은 어린 시절로 급속히 빨려 들어간다.

이 동요 배경인 런던브리지에서 또 테러가 터졌다. 2017년에도 테러가 있었다. 웨스트민스터브리지 테러까지 치면 최근 몇 년간 런던의 테러는 거의 다리에서 터졌다. 인터넷에서 런던브리지를 검색하면 절반 이상 '타워브리지'가 뜬다. 다리 중간이 갈라져 양쪽으로 들리고 배가 지나가도록 한 도개교(跳開橋)로 독특한 구조와 기능, 디자인으로 런던의 상징적 다리로 떠올랐다. 하지만 런던브리지 동요의 주인공을 찾고 싶다면 여기서 850여m 상류로 가야 한다.

 
템스강 33개 다리 중 가장 오래된 올드 런던브리지는 런던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1750년 웨스트민스터브리지 등장 때까지 템스강의 유일한 다리였다. 로마인이 처음 다리를 세웠지만 곧 무너졌고, 이후 색슨족이 세운 목조 다리도 홍수에 떠내려갔다. 12세기에 돌다리가 세워졌고, 19세기 대리석 다리가 세워졌다가 폭이 좁다고 해서 1973년 현재의 평범한 시멘트 다리가 다시 세워졌다.

중세 때 지금은 '시티(City)'라고 하는 금융 중심지 올드 런던에는 주택, 공방, 교회만 있을 뿐 술집 등 유흥·놀이 공간이 없었다. 금욕을 강요한 기독교 교리 때문이다. 런던 사람들은 일이 끝나면 런던브리지를 건너 서더크(Southwark)로 가서 먹고 마시고 즐겼다. 당시 런던브리지 위엔 가게와 여관 등이 들어서 있었다〈그림〉. 이 다리는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가 묘사했듯 성지순례 등으로 유럽에 갈 때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이었고 상업의 요충지였다. 런던브리지는 공포의 장소이기도 했다. 런던탑에서 처형된 사형수 머리를 장대에 높이 매달아 대중에게 경종을 울리는 효시경중(梟示警衆)의 장소였다.


 조선일보  

 

권석하
재영 칼럼니스트.
보라여행사 대표. IM컨설팅 대표.
영국 공인 문화예술해설사.
저서: 유럽문화탐사(2015)
번역: 영국인 발견(2010), 영국인 재발견1,2 (2013/2015)
연재: 주간조선 권석하의 영국통신, 조선일보 권석하의 런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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