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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느보산 철학

hherald 2019.11.25 14:35 조회 수 : 626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가장 단단하다 여기는 쇠붙이도 언젠가는 쇠락하게 되어있습니다. 바닷가의 작은 모래 알갱이는 처음부터 모래가 아이었습니다. 거대한 바위가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지 못해서 부서져 손으로 움켜잡을 수 없는 작은 알갱이가 된 것입니다. 영원하지 않을 만물을 느끼면 어떤 시인은 인생무상을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인생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만물도 그러할진대 인간은 그것들 보다 더 짧은 생을 살아야 합니다. 예로부터 인간이 결정한 복은 오래 사는 것이고, 행복을 천대 만대 누리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오래 살고 천대 만대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복이라 할 수 없습니다. 자기 몫이 있을 뿐입니다. 영원하지 않기에 자기 구간을 사명처럼 움켜잡고 달려야 하는 바통이 있습니다. 그 구간을 영원할 것처럼 최선을 다해, 심지어는 목숨을 다해 달려야 하지만 자기 구간이 끝났을 때는 미련 없이 바통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어야 합니다. 

 

우리말에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란 말이 있습니다. 세상을 호령하는 강력한 권력이라 할지라도 십년을 넘길 수 없으며, 화려한 꽃이라 할지라도 열흘을 넘길 수 없다는 의미적 표현입니다. 물론 세상에는 십년 이상을 지탱하는 권력자는 존재하며 열흘이상 아름다운자태를 뽐내는 꽃은 존재합니다. 이 말의 의미는 꼭 십년이 아니라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인류역사 이래 영원히 산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내고 있습니다. 인간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물질 역시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그 끝이 있습니다. 만물의 끝은 자연 순환되도록 지음 받았습니다. 벌레 한 마리의 종말을 통해 다른 먹이사슬 군들의 생명을 유지하게 됩니다. 생명의 선순환은 다음 세대를 튼튼하게 세울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피조물 중 유독 인간만이 선순환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권력을 잡으면 그 권력을 영원히 유지하고 싶어서 법을 바꾸는 일을 합니다. 기업도 그러하고 종교도 그러합니다. 사람이 머문 자리는 아름다워야 합니다. 다음 세대에게 그가 걸었던 길이 귀감이 되고 모델이 되어야 합니다. 인생은 한치 앞을 볼 수 없습니다. 창조주는 영원한 빛을 비추어 주지 않습니다. 단지 앞만을 분간할 수 있을 만큼의 빛을 보내 주십니다. 미래를 볼 수 없으니 우리의 선택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봐야 합니다. 과거란 이미 인생을 살아낸 믿음의 선조들의 발자취입니다. 그들이 미래를 향한 지침서가 됩니다. 현대는 그런 미래를 밝혀줄 믿음의 선진을 찾기 어렵습니다. 본받을 인물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반면 그런 상황이기에 윗물을 탓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거룩한 윗물이 되기 위한 몸부림을 해야 합니다. 

믿음의 선진 모세의 평생소원은 약속의 땅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에 입성하는 것입니다. 그의 출생과 성장, 성년이 되어 왕자로서의 권력의 중심에서 생활하였고 그의 중년엔 양들과 함께 살아야 했으며 노년엔 자기 백성을 인도하여 가나안으로 이끌어 가는 사명을 부여 받았습니다. 느보산에 오르면 저 멀리 약속의 땅 가나안이 보입니다. 이제 며칠만 더 걸으면 요단을 건너 약속의 땅으로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세는 거기까지입니다. 가나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많습니다. 그러나 만약 모세가 가나안에 들어갔다면 모세는 그 자체가 신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의 죽음은 시신도 찾을 수 없도록 하나님이 막으셨습니다. 

 

모세는 거침없이 자신이 이끌었던 권력이 상징인 바통을 그의 아들들이 아닌 그와는 혈통적으로 관계없이 젊은 여호수아를 택하여 인수하게 됩니다. 여호수아는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여호수아서의 시작은 하나님 앞에서 떨고 있으며 백성을 이끌고 가나안에 들어가야 하는 그의 심경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의 심경의 핵심은 두려움입니다. 하나님은 그에게 두려워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모세와 같이 함께 하시겠다는 약속을 하십니다. 모세와 같은 위대한 업적을 쌓지 않았을지라도 모세철학은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유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목사와 정치인과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사람은 닮았다는 것입니다. 목사는 마이크를 잡으면 놓지 않으려 하고, 정치인 역시 권력을 잡으면 내려놓지 않으려 하고, 노래방에서도 역시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마이크를 잡으면 한 곡 부르고 다음 사람에게 넘겨야 하는데 홀로 독점하고 싶어 합니다. 

 

권력자만을 탓할 수 없습니다. 내 울타리에서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미련 없이 내려놓아야 그 울타리는 건강해 집니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은 느보산 철학을 가진 사람입니다. 개인이든 국가든 종교단체든 적용되어야 할 철학입니다. 모세가 오늘날 까지 위대한 영적 거장은 우뚝 서 있는 것은 그가 느보산에서 죽었기 때문입니다. 나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욕망이라는 우상일 뿐입니다. 내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나 때문에 공동체가 건강할 수 없음을 새로운 측면해서 해석해 내야 합니다. 모세는 후계자 여호수아에게 권력을 이양합니다. 할 말이 얼마나 많았겠습니다. 그러나 함구했습니다. 그가 달려할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에 느보산 철학이 보편화 된다면 교회든 국가든 기업이든 더 아름다운 자치를 남길 것이라 여겨집니다.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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