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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아침의 소리

hherald 2017.08.14 18:23 조회 수 : 230

 

멀리서 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람 소리 같기도 하고 자동차 소리 같은 불분명한 소리입니다. 아침이 밝아 오는 소리입니다. 옆집 할아버지는 일치감치 일어나셔서 음악을 틀어놓고 무언가를 하고 계십니다. 할아버지는 나름대로 조용하게 틀어놓은 음악이지만 굳게 닫힌 창문을 비집고 들어오기에 충분한 소음이었습니다. 너무 이른 시간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듭니다. 내게 들려오는 소리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이웃들과 다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더 민감해 집니다. 한국의 아침은 새소리가 들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영국에서 살 동안 아침을 깨우는 것은 새들의 합창이었습니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새들이 다양한 자기 개성의 목소리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소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합창단 보다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었습니다. 옆집 할아버지는 소위 트로트 음악을 즐겨 들으십니다. 처음에는 짜증이 나는 소리였지만 그 소리조차도 품어야 하는 소리임을 이아침에 깨달게 하십니다. 

 

 

세상을 품는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깨끗하고 정결하고, 거룩한 곳을 품을 이유는 없습니다. 냄새나고 더럽고 추악하고 거슬리는 것을 품어 그곳에 생명을 불어 넣어야 함을 깨닫게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사시는 동안 죄인들과 세리들을 친구로 삼으셨던 일은 제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 적이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예수님을 일컬어 죄인의 친구(눅9:34, 마11:19)라 말하기를 꺼려하지 않았습니다. 주님이 그렇게 살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 말씀을 접하면서 약간은 분노했습니다. 우리 주님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당시의 사람들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목사의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님을 바르게 평가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어느 날 노트북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폴더 하나가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내가 만든 것입니다. 제목은 ‘유명인과의 만남’ 이란 폴더였습니다. 알려진 사람들을 만나 함께 찍은 사진들이 저장해 놓은 곳입니다. 

 

 

분류상 그렇게 할 뿐임에도 부끄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주님을 따라는 제자로서 주님은 단 한 순간도 유명인들과 함께하는 것보다는 소외된 자, 세리, 죄인들과 함께 하며 식사하기를 원하셨습니다. 당시 죄인이라는 것은 율법학자들인 바리새인들이나 서기관들이 율법을 거역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컫는 총칭이었습니다.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제자라면 주변의 소리들을 품어야 함을 이아침에 깨닫습니다. 쉼 없이 들려오는 트로트 음악 소리가 귀에 거슬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푸른초장과 같은 곳에서 생활했던 영국이 그리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 멀리 알지 못하고 갈 수 없는 곳을 품고 기도하기 보다는 지금 내가 머무는 곳,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제사장으로서의 몫을 감당해 내는 것입니다. 비록 주어진 임무는 뚜렷하게 없지만 이웃을 품고 세상을 품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일입니다. 옆집 할아버지 역시 거슬림은 있다할지라도 그를 품고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아침 시간을 갖습니다. 

 

<그 청년 바보 의사> 안수현 선생이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을 때 김동호 목사님은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의사는 병원의 제사장이란다. 목사는 교회에서 제사장이고, 교수는 학교에서 제사장이지, 그래서 만인이 다 제사장이라고 하는 것이란다. 하나님의 나라 확장을 위하여 두 무대와 역할이 있단다. 하나는 교회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이지. 교회라고 하는 무대의 주연은 목사이고 교인들은 조연이란다. 그러나 세상이라고 하는 무대에서는 교인이 주연이고 목사는 조연이란다. 한 번의 주연과 조연으로 목사와 교인들은 하나님 앞에 동등하다. 그러나 그동안 교회와 교인들이 세상이라는 무대를 잊었단다. 그리고 오직 교회만 무대인 줄 알았지. 세상이라고 하는 중요한 무대를 잃어버리고 교회에만 몰려서, 누가 주연인가만을 놓고 쓸데없고 지루한 싸움만 계속했지. 그날 중환자실에서 너는 왕 같은 제사장이었다. 네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너의 고등학교 시절과 재수 시절에 너에게 설교를 하였던 목사가 나였던 게 자랑스럽다. 하나님께 감사한다. 좋은 의사, 훌륭한 제사장이 되거라. 그곳에서……” (김동호목사)

 

세상을 품어야 하는 제사장,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생활 할 때는 레위지파 제사장들은 한 곳에 모여 집단으로 생활하게 했습니다. 그러다 가나안에 정착해서는 12지파, 48개 성읍으로 골고루 흩어져서 그들의 제사장이 되게 하셨습니다. 성도가 된다는 것,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만인 제사장 직분을 감당하는 것입니다. 고상하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이 아님을, 세상 구석구석, 빛이 없고, 말씀이 없고, 죄악이 관영한 세상으로 들어가 “아름다운 덕을 선포” 하는 제사장 직분을 감당하지 못함을 회개하는 아침입니다.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 (벧전2:9)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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