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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트로트 열풍이 세상을 휘감고 있습니다. 트로트를 듣는 사람이면 의례 나이 드신 어르신이었으며 젊은이들과 지식인들에게 천대받았던 장르였습니다. 한 경연 프로그램이 트로트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해외에서 한국 텔레비전을 보는 프로그램에 도배할 정도로 트로트 열풍이 전 세계를 휘 감싸고 있습니다. 트로트의 원곡이 좋아서 열풍을 부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 곡을 누가 부르는가에 따라서 인기가 있게 됩니다.

 

홍지윤 가수가 부른 ‘배 띄워라’ 노래는 온몸의 전율을 느끼게 합니다. 원곡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전에 그러한 노래가 있었음도 알지 못했습니다. 곡에 그의 인생을 담아 부르는 모습에 감동됩니다. 요즘은 그들의 노래를 즐겨 듣게 됩니다. 그들의 노래를 즐겨 듣는 이유는 그들이 부른 노래를 통해 인생을 배웁니다. 그렇다고 그 노래의 원곡은 듣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이 부른 노래가 마음에 와닿을 뿐입니다. 온 국민이 트로트를 애창하는 원인이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산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인생의 전문가가 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살면 살수록 인생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전 봤던 영화가 기억납니다.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1999년에 개봉된 식스센스(The Sixth Sense)입니다. 주인공 말콤 크로우(Malcolm Crowe)는 명성있는 아동심리학자였습니다. 상담했던 아이가 성장하여 청년이 되어 심리학자를 찾아옵니다. 그날도 심리학자는 상을 받고 파티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집에 누군가 침입한 흔적을 발견합니다. 욕실에 벌거벗은 채로 한 남성이 겁에 질려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가 어렸을 상담했던 소년이 청년이 되어 찾아온 것입니다. 당황하는 주인공에게 청년은 총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깁니다. 영화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죽은 사람으로서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합니다. 그의 화려한 심리학적 학문이 어린아이 한 명을 바르게 인도할 수 없었다는 것에 대한 괴리감을 느끼게 합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이론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선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현대문명은 감동을 줄 수도 없고 또한 받지 않으려 마음의 철문을 닫아 놓은 상태와 같습니다. 사람 앞에 서면 절벽을 느끼기도 합니다. 나도 그러하니 그도 그러한 감정을 받았을 것입니다. 교양을 위해, 혹은 다른 사람에게 나 자신이 교양있어 보이려는 의도로 클래식 음악을 들었습니다. 듣기에 좋지만, 약점이 있습니다. 따라 부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 부를 수 없다는 것은 공감의 폭이 제한된다는 의미가 됩니다. 트로트 열풍이 부는 것은 따라 부를 수 있고 그 노래를 부르는 신인 가수들의 아픔이 곡에 담겨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온 마리아라는 가수에게 트로트를 택한 이유를 물으니 그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트로트는 슬픈 감정은 더 슬프게 표현하고, 기쁨은 더 기쁘게 표현할 수 있어서 트로트 장르를 택한 것이라 했습니다. 인생을 산다는 것은 슬픔도 있고, 기쁨이 뒤 섞여 있습니다. 기쁨은 영원한 기쁨일 수 없으며, 슬픔 또한 영원히 슬픔이 될 수 없습니다. 기쁨과 슬픔은 동전의 양면처럼 한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슬픔이 변하여 기쁨이 되기도 하고, 또한 기쁨이 변하여 슬픔이 될 때도 있게 됩니다.

 

슬픔이 엄습해 올 때도 낙망하지 말고 더 깊은 곳으로 가야 합니다. 기쁨이 올 때도 자만하지 말고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인생은 깊음으로 나가야 하는 사명을 받았습니다. 인생의 배를 띄워 깊은 바다로 가야 합니다. 깊은 곳에 가서 그물을 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슬픔이라는 파도를 이겨내야 합니다. 걱정 근심의 파도를 헤치고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쉽지 않습니다. 그러하기에 인생은 환경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선 사명으로 살아야 합니다.

 

찬송가 가사가 마음을 찌릅니다. ‘왜 너 인생은 언제나 거기서 저 큰 바닷물결보고 그 밑 모르는 깊은 바다속을 한번 헤아려 안보나.’ 찬송가 302장의 2절 가사입니다. ‘많은 사람이 얕은 물가에서 저 큰 바다 가려 다가 찰싹거리는 작은 파도 보고 마음 약하여 못가네.’ 3절입니다. ‘자 곧 가거라 이제 곧 가거라. 저 큰 은혜 바다 향해 자 곧 네 노를 저어 깊은데로 가라 망망한 바다로.’ 4절입니다.

 

인생은 관습에 얽매여 있습니다. 그 관습은 늪이 되어 헤어나오지 못하도록 점점 더 깊게 빠져들어 갑니다. 그곳을 빠져나오는 방법은 사명으로 사는 것입니다. 가수의 노래처럼 저 깊은 곳을 향해 배를 띄워야 합니다. 바람 불 때는 돛을 올리고, 바람 불지 않을 때는 노를 저어야 합니다. 언덕을 떠나 저 깊고 푸른 물결에 배를 띄워야 합니다. 파도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파도는 하루에 70만 번의 파도를 일으키기에 파도가 잠잠하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파도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인생에 주어진 사명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파도가 있기에 오히려 인생 배는 그 파도를 이용하여 더 빨리 갈 수 있게 됩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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