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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사람 사는 이야기

hherald 2017.11.06 19:56 조회 수 : 276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최고의 인문학 강의를 듣는 것과 같습니다. 목사로 살다 보니 술과 관련된 추억이 쌓여지질 않습니다. 친척들을 만났을 때는 한 쪽 테이블에는 술판이 벌어지고 목사라고 배려하여 따로 상을 봐 주어서 그들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귀담아 듣습니다. 간혹 말을 건네 오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을 향해서는 목사를 향해 인생을 똑바로 살라는 설교를 좀 해 주라고 부탁을 하기도 합니다. 목사와 가까이에 있으면서 목사를 잘 모르고 있다는 느낍니다. 목사의 설교가 인생을 사는 교훈의 덕담으로 이해하는 것이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내게 주어진 울타리를 그리스도의 세계로 인도하지 못한 내 문제이기에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게 됩니다. 

 

 

술좌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서로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주장을 이야기 할 뿐입니다. 동시에 말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톤이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단순한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정치 경제 국제 문제까지, 심지어는 교회 문제까지 거론되기도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다 옳습니다. 그래서 취중진담(醉中眞談)이란 말이 생겨났다 봅니다. 술에 취해 자기 마음을 털어 놓는 것입니다. 그런 분위가 낯 섭니다. 그래서 친척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최소한 줄이고 싶은 심정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들은 교회 사람들의 이야기가 낯 설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다 예수 믿지 않는 남편을 전도하여 교회로 데려다 놓으면 축도가 끝나기가 무섭게 도망하는 분들을 적지 않게 만나게 됩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도 바울의 신앙철학을 떠올리게 됩니다. 헬라인에게는 헬라인처럼, 유대인에게는 유대인처럼, 이방인에게는 이방인처럼, 율법 없는 자에게는 율법 없는 자처럼 행동하셨던 그 경지를 언제쯤 이해할 수 있을까? 헬라인처럼 된 것은 헬라인을 얻기 위함이며, 유대인처럼 된 것은 유대인을 얻기 위함이라 목적일 밝히셨습니다. 사도 바울은 사람을 얻는 것이 목적이셨습니다. 그 사람들은 국적과 문명과 언어와 빈부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을 아우르셨습니다. 목사가 되는 만나는 사람만 만나게 됩니다. 만남의 지경을 넓히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게 됩니다. 언젠가 누가 내게 물었습니다. 그분을 만나는데 오래전부터 알았던 사인가를 물은 것입니다. 오늘 처음 만난 분이라 말했더니 어떻게 그렇게 친하게 행동 하냐는 거였습니다. 

순간에 떠오른 것은 사도바울과 같은 맥락의 답이었습니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안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래전에 알았던 그 사람도 알기 시작할 시점이 있었습니다. 오늘 처음 만난 분이지만 이렇게 알아감으로 친한 사이가 되고, 친한 사이가 된 목적은 그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제자로 부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는 답을 했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비좁은 틀을 깨트려야 합니다. 만나는 사람은 더 깊은 만남을 위해 서로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의 지경을 스스로가 넓혀야 함을 배우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늘 전도여행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를 향한 세간의 여론이 수군거림이 되기도 했습니다. 즉 죄인들과 세리들, 창기들과 먹고 마신다는 수군거림이었습니다. 그들은 만난 것은,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셔서 친구가 되어 주신 것은 그들의 구원하시기 위함이셨습니다. 

 

 

한 끼의 식사를 합니다. 너무 과해서 조절을 하며 가능한 천천히 먹습니다. 예전에는 빨리 먹고 잃어나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천천히 그들과 보조를 맞추어 먹습니다. 빨리 먹고 숟가락을 놓게 되면 또 다른 음식을 시켜 주기에 세상에서 가장 느린 걸음으로 음식을 먹습니다. 한 숟가락 먹고 숟가락을 놓고 씹고 또 씹습니다. 그러면서 술자리를 하는 친척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을 맞춥니다. 술병이 쌓일수록 이야기의 깊이와 넓이는 온 지구촌을 헤집고 다닙니다. 세상을 온 몸으로 안고 고민하는 애국자 모임 같기도 하고, 때로는 세상을 비방하는 비관론자 같기도 하고, 때론 민족을 사랑하는 민족주의자 같기도 하고, 때로는 국가가 망하기를 바라는 매국노 같은 발언들을 서슴없이 뱉어 냅니다. 

 

그들을 품을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비좁은 마음을 찢어 넓힙니다. 언젠가 그들도 교회의 앞자리에 앉아 교회를 이끌어갈 교회 제직들이 될 것입니다. 한쪽 발은 세상이 깊이 담그고 동시에 한쪽 발은 살포시 교회 문화에 발을 담근 것이 신앙생활 하는 것이라 자부할 것입니다. 간혹 목사에게 대책 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목사님은 술도 안 마시는데 무슨 재미로 사냐고 묻습니다. 그러게요 무슨 재미로 살까요? 다시 반문을 합니다. 그들의 질문대로 내가 무슨 재미로 살아가는 걸까?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그들에게 밋밋하게 비쳐지나 봅니다. 마치 이 화려한 세상을 포기하고 흑백과 같은 종교 안에 갇혀 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닌지 내 자신을 돌이켜 반성하게 됩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나를 위한 최고의 인문학 강의입니다.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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