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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아이를 위해서 매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십니까? 소위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아이를 때리는 행위에 대해서 부모님 뿐 아니라 교육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표어가 나올 정도로 매의 폭력성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부모가 때려서 키우지 않았다면 나는 인간 노릇도 못했을 거다” 라며 매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늘은 필자가 청소년들과 성인들을 상담한 사례를 통해 매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부모가 매를 때리는 이유는 아이의 나쁜 행동을 고치거나, 최소한 그것이 나쁜 것이라는 것을 아이가 알게 하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매에 대한 필자의 결론은 ‘매가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손 치더라도, 지불해야 할 대가 즉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맞아본 경험의 부작용
필자가 학교폭력으로 문제가 된 청소년들을 상담하면서 그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과거에 누군가에게 심하게 맞아본 경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선생님, 부모님, 형제 혹은 친구로부터 맞아본 경험이죠. 그 중에서 부모가 때린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가장 많습니다. 이렇게 맞아본 아이는 사람을 어떻게 때려야 하는지도 압니다. 죽도록 맞아본 아이는 얼마나 때리면 사람이 죽지 않는지를 아는거죠. 다르게 말하면 때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보다 쉽게 주먹이 나가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입니다. 반면에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자기가 때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때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큽니다. 그 두려움이 함부로 사람을 때리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죠. 어떤 것에 두려움을 갖게 만들려면 그것을 경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경험한 순간 두려움은 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부모가 매를 들 때 아이가 또 맞을까봐 두려워서 다시는 같은 행동을 안할것 같지만, 실상은 더 쉽게 하도록 만드는 꼴이 됩니다. 맞은 아이는 속으로 “걸리면 한 대 맞으면 되지”하면서 부모 몰래 하려고 들 것입니다. 그래서 매는 나쁜 행동을 억제하는 효과보다 더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학교 폭력 문제는 청소년들에게 맞는 경험을 시켜서 폭력성을 갖게 만든 어른들의 책임이 큽니다. 그들에게 폭력을 경험시킨 장본인이 부모인 당신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심리적 장애를 전가시키기
매에 대한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은 매가 ‘때리는 사람이 맞는 사람에게 심리적 장애를 전가시키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매를 때리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화가 나 있는 상태입니다. 마음이 평온하고 행복한데 매를 드는 사람은 거의 없죠. 화가 나서 매를 드는데, 어느 정도 때리고 나면 화가 풀립니다. 그리고 때린 다음에 아이를 보듬고 안아주면서 “엄마/아빠가 다 너를 위해서 때린거야”라고 말합니다. 이런 상황을 심리적으로 분석해 보면, 화를 가진 사람이 화를 아이에게 다 풀어버린 다음에 심리적인 안정을 찾은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화’는 뜨거운 불덩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것을 들고 있는 사람은 뜨거워서 참고 있을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줘버려야 내가 편해질 수 있습니다. 매를 때리는 동안 그 불덩이는 아이에게 고스란히 넘어갑니다. 
그렇다면 매를 맞는 아이는 어떤 상태가 될까요? 
“아! 엄마/아빠가 나를 때려줘서 고마워. 내가 잘못했으니까 나는 맞아도 괜찮아. 다음부터는 절대 나쁜 행동을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할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는 맞아서 아프고,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고, 때리는 사람이 밉고 싫지만 부모라서 함부로 대들수도 없고 해서 미치도록 분노가 끓어 오르는 상태에 있게 됩니다. 부모의 화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가된 거죠. 부모의 매질이 끝났을 때 부모와 아이의 내적 심리상태는 심한 불일치가 일어납니다. 부모는 화가 풀려있고 아이는 화가 쌓여 있습니다. 평온을 되찾은 부모는 때려서 미안하고 다시 아이가 한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사람의 매”라는 이름이 붙여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의 사랑을 되찾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문제는 지금부터 일어납니다. 부모로부터 ‘화’라는 뜨거운 불덩이를 넘겨받은 아이는 이 때부터 정신적인 갈등을 겪게 됩니다. 이 불덩이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든지, 아니면 계속 가지고 있든지를 갈등합니다. 
우선 화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경우입니다. 아이의 행동유형은 다양합니다. 일단만만한 대상을 찾아서 화를 풉니다.동생을 괴롭히거나, 학교에서 친구를 놀리고 골탕먹이는 행동을 하게 되는거죠. 화가 많이 쌓인 아이는 친구와 싸우거나 비슷한 아이들과 몰려다니면서 나쁜 짓을 하게 됩니다. 소위 비행청소년의 길을 걷는 거죠. 이런 행동들은 모두 그들이 가진 화를 풀어내는 과정입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힘들어서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화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못하고 계속 안고 가는 성격의 아이들의 경우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증세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는 대인관계를 꺼리게 되고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자주 불안감을 느끼고 자기 스스로 고립되어 버리는 문제를 겪기도 합니다. 아이의 마음 속에 숨겨진 분노가 일상적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불쑥 튀어나와 관계를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 스스로를 위축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필자가 상담을 했던 청소년들 뿐 아니라 성인들 중에도 부모로부터 매를 맞은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현재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너무나 많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이 부모에게 대드는 것은 오히려 좋은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받은 화를 다른 대상에게 풀지 않고 부모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니까 문제해결을 위한 용기있는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때 부모는 아이에게 “이 자식이 어디서 부모한테 대들어?”라고 하지 마시고 ‘엄마/아빠의 무엇 때문에 힘들었었는지’를 물어봐 주고, 아이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비는 용기를 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 용기가 아이의 마음을 풀어주고 아이의 인생을 바꿔줄 것입니다.
 
지금까지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이 사람의 인생에 끼치는 부작용에 대해 필자가 경험한 사례와 그 심리현상을 설명해 보았습니다. ‘매’라는 것이 실로 어마무시하게‘위험한 폭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이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아이를 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부모가 있다면 제정신이 아닌 사람입니다. 매는 확실히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은 교정수단입니다. 요즘에는 조련사가 동물을 훈련시킬 때도 채찍을 들지 않습니다. 더 좋은 조련방법들이 있기 때문이죠. 조금만 공부해보면 매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아이의 부정적인 행동 뿐 아니라, 생각까지 태도까지 바꿀 수 있는 좋은 훈육방법들이 많이 있습니다. 코칭도 그 방법들 중 하나입니다. ‘매’라는 위험한 무기의 힘을 빌리는 무능한 부모가 되지 마시고, 배워서 알고 가르치는 성숙한 부모가 되시길!
 
 
당신과 가족의 행복한 성장을 응원합니다.
 
 
 
 
 
 
이성훈 / 브리티시코칭센터 대표코치
shone@ukcoachi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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