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여행 중에 버려진 체육시설을 발견하게 됩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체육편의 시설. 농구장. 미니 축구장. 넓은 주차장을 만들어 놓았는데 누구도 찾지 않아 숲속에 버려져있었습니다. 산자락 밑 버려진 땅을 활용하여 농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아이디어는 박수갈채를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시설이 도심에 있었다면 환영받았을 것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논이고 밭이었는데 농사 짓기도 벅찬 일상에 운동을 한다는 것은 또 다른 노동의 일종으로 여겨지는 동네였습니다. 

계획은 좋아서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들어 놓았을 때 처음에는 면장님이나 공무원들과 농민 대표들께서 기념 촬영을 하고 면사무소 벽면에 농민을 위한 체육공원을 만들었다고 대서특필해 놓은 벽보가 있었을 것이라 짐작되어집니다. 시작은 화려했는데 서서히 잊혀 가는 시설이 되었습니다. 잡초가 나기 시작하고 시설물들은 녹이 슬고 이제는 누구도 찾지 않는 숲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 시설물을 둘러보는 것은 마치 내 인생을 보는 듯합니다. 하늘 아버지께서 독생자 아들을 희생하시면서 까지 살려낸 생명인데 버려지는 귀중한 시간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내 인생의 스승께서는 주어진 시간이 너무도 소중하기에 버려지는 자투리 시간을 없애기 위해
월화수목금금금금금……. 으로 사신다 하셨습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하시는 말인가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사시는 모습을 주님의 모습을 보는 듯 해 집니다. 주님은 벳세다 광야에서 작은 절인 물고기 두 마리. 빵 다섯 개, 아이 점심도시락으로 장정만 5천명을 먹이셨습니다. 아이들과 여성을 합하면 최소 만 명은 넘는 숫자였습니다. 한 제자가 와서 백성들이 굶주려 있으니 동네에 가서 먹을 것을 먹게 하라는 간청을 하게 됩니다. 그 때 예수께서는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말씀하셨습니다. 

제자 중 계산이 빠른 빌립이 대답합니다. 이백 데나리온으로도 먹일 수 없다 했습니다. 설령 그러한 돈이 있더라도 만 여 명을 한 동네에 풀어 놓는다면 음식을 구할 수 없게 됩니다. 영국에서 삼십 여명이 여행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식사하는 문제였습니다.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동시에 먹을 수 없으며 많은 식당들은 기존단골 손님을 위해 단체 손님 받기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만 여 명이 도심에서 흩어져서 음식을 먹는다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도심 자체가 마비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께서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하신 것입니다. 

어떠하든 오병이어로 만여 명이 배불리 먹었습니다. 제자들은 우쭐했습니다. 신천지에 살고 있는 듯 했습니다. 먹는 문제에 있어서 이젠 걱정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당부하셨습니다. 버려진 것이 없도록 하라. 열두 명들이 한편으로는 의아해 하면서 각자 큰 광주리를 들고 먹다 남은 음식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거둬들인 것이 열두 광주리 가득 담았다 했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시는 창조주 이실지라도 낭비함이 없게 하심을 배우게 됩니다. 주어진 인생은 무한대가 아닙니다.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그럴지라도 버려지는 것이 사용되어지는 것보다 많아지게 됩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버려지는 것이 없는 남은 자투리 시간을 끌어 모아 열두 광주리 가득차게 하는 것일까?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살아내는 경지를 터득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점검하게 됩니다.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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