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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음악으로 만나는 런던-32
스파이스 걸스
 
걸 그룹 전성시대 
이제 거의 모든 문화는 자본이 지배한다. 거대한 자본이 결탁되면 시시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게 되고, 별 재능 없어 보이는 예술가도 돋보이게 되는 세상이다. 자본=마술사. 이 현대 자본주의의 공식은 생각할수록 우울한 공식이다. 자본이 예술의 절대 권력으로 등장한 것이다. 왕과 귀족을 위해 그리거나 연주하던 예술가들은 이제 자본이라는 보다 막강한 권력을 위해 행위 한다. 대중예술이 예술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면서 그런 현상은 두드러지게 되었다. 오늘날 막강한 대중예술인 영화는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미국 할리우드에 투입된 거대한 자본은 영화라는 장르의 작품성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권력이 된지 오래다. 할리우드 영화의 플롯이나 문법 같은 것들이 모든 영화의 모범동화처럼 표현의 헤게모니를 장악하였다. 할리우드 영화의 지배자인 자본은 언제나 이익을 추구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세계인들이 공감하는 기승전결은 이미 할리우드 자본에 의하여 공격 당하고 파괴되었다고 본다. 오늘날 세계 영화인들의 새로운 목표가 될만한 것은 어떻게 할리우드식 문법에서 탈피한 새로운 가치관을 영화 속에 담아내는가 하는 일이다. 할리우드식 완성도가 비교적 떨어지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칸느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것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팝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대중음악인 팝을 어떻게 극복하고 새로운 대중음악을 만들어낼 것인가는 세계 대중음악가들이 새로운 목표로 삼을만한 가치 있는 일이다. 필자가 레게를 ‘승리의 음악’이라고 보는 것도 그런 생각 때문이다. 세계 팝 시장을 좌우하고 있는 절대 권력도 바로 자본이다. 비틀스는 노쇠한 나라 영국의 대중음악을 고스란히 팝의 주도권에 안착시킨 엄청난 밴드인 것은 분명하지만,      세계 최고의 밴드로 등극한 이후의 비틀스 음악들은 분명 거대한 자본의 안목과 이해타산에 얽매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틀스의 해체는 그리 슬퍼할 일만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새로운 집중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케이팝(Korean Pop)의 부상은 한국인이라면 분명 자랑스러워 할만한 일이다. 중국 일본 같은 초강대국 사이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역사를 지켜낸 집념의 나라, 지구상 최빈국에서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기적의 나라, 동족상잔의 어이없는 전쟁을 치르고 아직도 국토가 해묵은 이념 전쟁으로 분단되어 있는 이데올로기의 성감대 같은 나라 대한민국이 세계 문화계에 새로운 강대국으로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우리의 대중 문화가 미국처럼 자본에 의해 지배되어가고 있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팝은 음악이다. 음악은 분명 한 개인의 개성적 감성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자본의 이해타산보다는 한 개인이 느낀 절절한 감성이 보다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케이팝이 되기를 기대한다. 진정 세계인들이 공감하는 우리만의 음악이 되어야 한다.
50년대부터 60년대 초반 미국을 휩쓴 걸그룹 전성시대는 바로 자본의 권력을 한껏 키워준 시대의 하나다. 걸그룹은 어리고 귀엽고 깜찍한 소녀들을 한데 묶어 그룹을 만들고, 그들로 하여금 대중이 좋아할만한 노래를 부르게 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물론 그 안에도 음악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감성보다는 제작자의 이해타산이라는 보다 냉정한 감정이 깊숙이 개입되는 단점을 지니기 쉽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가 자본을 투자한 제작자의 판단을 무시하지 못하듯이 말이다. 그렇다고 50년대 60년대 미국의 걸그룹들의 음악을 무조건 폄하할 수는 없다. <Supremes> <Shirelles> <Shangri-Las> 같은 당시의 걸그룹 들의 노래는 지금 들어도 상큼한 작품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런던 올림픽 폐막식에 등장했던 영국의 90년대 걸그룹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는 역사상 최고의 자리를 <Supremes(1959~77)>와 다툴만한 걸그룹이다. 
1994년 영국의 허버트(Chris and Bob Herbert)부자(父子) 매니지먼트 팀이 수백 명의 오디션을 거쳐 다섯 명의 걸그룹을 만들어 낸다. 당시 유행이었던 보이밴드에 대한 응전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스파이스 걸스>다. 영국 대중문화의 새로운 강자 ‘버진 레코드’에서 발매한 그녀들의 첫 번째 싱글 <Wannabe>는 영국 미국을 포함한 무려 31개국에서 넘버원을 차지하는 초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이후 그들의 히트 행보는 특히 영국에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2001년 공식 해체하기 까지 발표한 11곡의 싱글 중 9곡이 넘버원을 차지했으며, 공식 앨범 3장 중 두개가 넘버원을 차지하였다. 히트의 폭발력으로 본다면 비틀스의 전성기에 못지 않은 팝 역사상 가장 화려한 히트메이커인 셈이다. 짧은 활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무려 7,000만장 이상의 앨범을 팔아 치워, 팝 역사상 가장 성공한 걸 그룹으로 남아 있다. 전 세계적으로 걸 그룹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그 여파는 국내에 가장 진하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금년 런던 올림픽의 폐막식에는 일시적으로 재결합한 그녀들이 등장하였다. 그녀들의 등장은 영국의 걸파워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영국 팝 비즈니스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자본의 놀라운 두뇌와 자본의 놀라운 기획력 같은 것이 지배하는 팝 음악의 암울한 미래의 시작점을 바라 보는 것 같았다. 안타까웠다.  
물론 걸그룹의 음악을 무조건 비하하고 싶지는 않다. 많이 들어보지 않아서 평가할 만한 귀도 되지 못한다. 그러나 시대적 당위성으로 걸그룹의 발랄 상큼한 음악을 인정하는 만큼, 그녀들의 집단 가무가 진정 인간의 감성에 충실한 진짜 음악이기를 바라고 싶다. 음악은 우리 인간들 감정의 밑바닥에서 살아 숨쉬는 주관적 믿음의 표현이다. 남들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남들과 같은 브랜드의 가방을 들어야 안도하는 객관적 믿음이 되기에 음악은 너무나 아름다운 인간의 능력이다. 자본의 허망한 도박에 희생되는 삼천궁녀가 되기에 제2의 <스파이스 걸스>에 도전하는 우리의 딸들은 너무도 어여쁘다. 자본은 딸이 없어서 잘 모를 것이다. 그녀들이 모두 빛나는 한 송이 꽃이라는 것을.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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