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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발견-대학생 의례

hherald 2012.10.02 16:40 조회 수 : 943

대학생 의례

신입생주간의 규칙

영국인 중에서도 대학에 갈 수 있는 특혜를 받은 대학생들은 18살 의례. A레벨 시험, 갭이어 수난을 거쳐 '신입생 주간'이라고 알려진 통과의례를 지나야 한다. 이 입학 의례도 헤네프가 발견한 전통적인 형식, 즉 분리와 이탈, 해방의식 전 단계, 경계와 전환의 해방의식 기간, 재합체의 해방의식 이후 단계를 거친다. 이 입학 의례도 각자 가족, 익숙한 환경, 고등학생 신분에서의 분리로 시작된다. 그들은 대부분 부모와 같이 그의 옛 삶의 흔적(옷, 책, CD, 이불, 가장 좋아하는 베개, 포스터, 사진, 테디베어)을 잔뜩 실은 차를 타고 대학교에 도착한다. 그리고 특별히 새로 산 반짝거리는 주전자, 머그잔, 대접, 숟가락, 수건 등과 같이.
부모님 도움을 받아 이것들을 다 내려놓고 나면, 이제 부모는 창피하고 성가신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신입생은 무뚝뚝하게 서두르고, 섣부른 확신을 내보이며 , 부모의 등을 떠민다. "알았어요. 예. 문제 없어요. 아 그거 안 풀어도 돼요. 내가 나중에 할게요. 난리 치치 말고. 제발. 예 알아요. 내일 전화할게요. 예. 알아요. 바이바이." 신입생은 이제 조금 겁도 나고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약간 눈물도 나려고 한다. 그런데 아무도 그런 얘길 해주지 않았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줄 안다. 그건 정말 쿨하지 않은 짓이다. 더군다나 다른 신입생들 앞에서.
신입생은 벽에 포스터 몇 장을 겨우 붙이고 나자 끌려나와서 해방의식에 참여한다. 각종 학생 클럽과 협회가 스포츠, 사교, 연극, 에술, 정치 등의 과외 활동 회원 모집을 위해 다투어 여는 파티, 설명회, 행사가 계속 이어져 헷갈리고 시끄럽고 피곤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 공식 행사는 퍼브 순례, 심야의 피자 파티, 졸린 눈을 비비고 어슬렁거리면서 여는 새벽 세시 커피 모임 등으로 변주된다. 그리고 수강신청, 학생증 수령, 알지도 못하는 서류에 서명하기 위해 끝없는 줄서기로 이어진다. 일주일간의 해방의식 기간에는 문화적 면죄부를 받아 세상이 뒤집힌 것 같다. 뭔가 새로이 시작한다는 기분은 술과 수면부족으로 흐릿해지고, 사회적 경계와 범위는 너무 여기저기 넘나들어 이미 희미해져버렸고, 과거의 신분은 도전받고 훼손되었다. 학생 클럽과 협회 가입을 통해서 새 사교계의 일원이 되었다.일주일이 지날때쯤 새로운 사회의 신분증을 얻음으로써 통과의례는 끝났다. 이제 이들은 대학생이 된 것이다. 드디어 조금 쉴 시간이 주어진다. 차분하게 안정을 취하고 수업에 들어가면서 정상적인 대학생활이 시작된다.
학생들은 이 신입생 주간을, 미치고 혼란스러웠으나 문화적인 면죄부를 받은 해방의 시기로 온갖 예깃거리를 만든 때라고 회고했다. 그러나 분명한 규칙이 제어했고, 예상 가능했으며 관습에서 일탈한 기간이기도 했다. 축제기간 동안 통상의 사회적인 규칙은 정지되거나 뒤집혔다. 예를 들면 처음 보는 사람과 얘기할 뿐만 아니라 이것을 강권하다시피 한다. 학생회에서 만든 설명서는 이 기간이 당신 생애에서 아마도 유일하게 처음 보는 아무에게나 접근해서 말문을 터도 되는 기간이라고 알리면서 이 기회를 충분히 이용하라고 권한다. 설명서의 두 가지 의미는 뚜렷했다. 신입생 기간이 지나면 정상적인 영국인다움의 규칙이 되살아나고, 이제 낯 모르는 사람에게 그럴듯한 이유 없이 말을 걸기란 불가능하다. 신입생은 동료 학생들과 가능하면 많이 만나고 사귀라고 한다. 이 말은 계급 장벽을 버리라는 완곡화법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 신입생 주간이라는 해방 기간에 생긴 우정은 구속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에둘러 얘기해 안심시켜준다. 그 말은 출신 배경이 다른 학생들과 그 기간 이후에는 꼭 만나야 할 의무감은 안 느껴도 된다는 뜻이다. '당신은 기억할 수도 없을 만큼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것이고(그중 많은 사람들은 첫 두 주 이후에는 다시 만날 것이다).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술잔을 기울일 것이다(그 중 많은 것은 다음날 아침에 또 만날 것이다)'라는 말은 '신입생 주간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안내서에 나온다.
신입생 주간에 술을 마시는 것은 의무 같은 것이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 억제를 벗어버린다는 영국인의 자기실현적 믿음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 이것 없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도 된다는 규칙의 일시적인 전도도 아무 의미가 없다. 술의 힘 없이는 수줍은 영국 학생들이 처음 보는 사람과 말을 걸기란 불가능하다. 사교의 윤활유인 공짜 술이 이 기간에는 모든 파티와 행사에서 제공되고, 마음속의 어떠한 억제도 벗어버리고 마음껏 즐기라고 속삭인다. 그러나 규정은 술 취한 뒤 허락되는 태도 몇 가지를 정하고 있다. 무닝(mooning :엉덩이를 보여주는 것)은 허락되나, 플래싱(flashing:성기 노출)은 안 된다. 논쟁과 심지어는 싸움 까지도 용인되나 새치기는 절대 안 된다. 영국인들 사이에 술 취한 뒤의 탈억제 행위는 질서 있게 잘 규제된다. 그리고 신입생 주간 동안의 혼란과 방탕은 극본에 따라 각 장면이 펼쳐지는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의례에 불과하다. 매년 시월이면 전국의 신입생들이 이렇게 전통에 따라 그 억재애서 벗어난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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