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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유골 言中有骨

hherald 2019.02.25 17:51 조회 수 : 777

말하는 것을 듣는다는 것은 마치 그의 인생의 파노라마를 영상처럼 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자신을 숨기고 이야기 한다면 느낄 수 없다지만 오랜 시간 이야기를 듣게 되면 은연중 인생의 나이테가 담긴 언어가 튀어 나오고 숨겨져 있는 그늘이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말은 그냥 느낌이 오는 데로, 마음 가는 데로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성숙한 사람일수록 말에 대해 스스로를 훈련하게 됩니다. 야고보 사도는 혀에 재갈을 물리라 했습니다. 이는 돌을 입에 물고 살아야 한다는 문자적인 개념이 아니라 말하는 것을 스스로 훈련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상스러운 말, 거친 욕설을 하지 않는다 하여 좋은 말이라 할 수 없습니다. 욕은 하지 않을지라도 언어 자체가 부정적이라면 별반 다를 바 없게 됩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말을 할 수 있도록 강조하게 됩니다. 존댓말을 하게하고, 비속어를 사용하는 것을 엄히 금합니다. 말이 되어 입 밖으로 나온 것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간섭하려 하지만 그 말을 만들어내는 마음과 생각이 올바르고 거룩하도록 훈련을 하지는 않게 됩니다. 이는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서 땅 위에 솟아나온 보이는 부분들만 잘라 버리는 경우가 같습니다. 잡초는 다른 곡식보다 성장 속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릅니다. 한 농부가 밭고랑을 메고 있는데 끝 무렵에 가서 뒤를 돌아보니 다시 잡초로 무성해 졌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잡초메기를 해야 한다는 푸념을 들었습니다. 그가 말하려는 핵심은 곡식은 더디게 자라는 것이며 잡초는 돌아서면 발목을 덮을 정도로 자란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상의 언어도 그러합니다. 좋은 말은 금방 잊어버리지만 욕설은 한번만 들어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잡초를 없애기 위해서 근본인 뿌리를 제거해야 합니다. 입에서 튀어 나오는 언어도 그러합니다. 마음 밭이, 생각 밭이 좋지 않고 그 밭에 좋은 말의 씨를 뿌리지 않는다면 좋은 말, 거룩한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없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씨 뿌리는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실상 예수님은 상식적으로 농사법에 대해선 체득을 하지 못하셨습니다. 대략 30세 까지는 그의 부친 요셉의 목수 일을 도와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공생애인 3년간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목수가 하는 일에 대해 비유로든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반면 예수님의 행적과는 무관했던 농사와 상업, 어업과 관련한 비유로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려는 씨 뿌리는 비유의 핵심은 씨의 좋고 나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씨앗을 뿌려져야 할 밭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좋은 씨앗이라 할지라도 그 씨앗이 뿌려지는 곳이 길가밭이나 자갈밭, 가시밭이라면 씨의 목적인 열매를 맺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설혹 씨가 좋지 않을지라도 옥토에 심겨지게 되면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씨는 복음이며 말씀입니다. 씨가 좋아야 하지 않을까 염려하기 보다는 밭을 가꾸는 일을 해야 할 사명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밭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씨 걱정만 합니다. 일이 잘못되면 씨앗 탓 만 합니다. 그러다 일이 잘 될 경우엔 씨에 대한 감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밭을 잘 가꾼 것이라며 공을 자신에게만 돌리게 됩니다. 

 

‘언중유골’이란 말이 있습니다. 말 가운데 뼈가 들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긍정적인 해석은 말에 대한 골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입으로 나오는 말에는 자연적인 파생이 아니라 생각의 밭에서 만들어지고, 마음 밭에 뿌리를 내렸기에 입을 통해 싹이 돋아나는 것입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언어에는 분명하고도 핵심적인 뜻이 담겨 있습니다.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말 중에는 의미 없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말의 뼈는 그 사람의 인생의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막 말을 배운 아이에게는 말의 뼈가 없습니다. 그냥 들려진 대로 말할 뿐입니다. 자기 인격이 자리를 잡으면서 말은 골격을 갖추게 됩니다. 그 골격은 부모에게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들은 말로 형성되는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아이의 입에서 거친 말이 나온다면 그 마음 안에 이미 거친 말이 뿌리를 내렸다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하기에 말은 평생을 훈련해야 합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가는 동안 말을 배우고 그 배운 말을 하고 할 수 있는 말을 다시 다듬는 과정이 전 인생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신앙인들에게는 거룩한 말을 배워야 합니다. 그 거룩한 말은 말씀의 행간에 숨겨진 보석입니다. 성경을 깊이 있게 읽게 되면 입에서 나오는 말이 바뀌고 있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언중유골이 세속적인 것이 아니라 성경적 사고로 새롭게 형성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끼게 됩니다. 말은 공중에 흩어져 없어지는 바람 소리가 아닙니다. 물론 말을 하는 순간에 공중에서 분해됩니다. 그러나 그 말은 사람의 생각에, 마음에 쌓이게 되고 영향을 주게 됩니다. 말의 골격인 언중유골이 거룩해야 입으로 나오는 말이 거룩해 집니다.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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