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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어린 왕자의 꿈

hherald 2022.02.28 16:45 조회 수 : 729

 인간은 꿈을 꿔야 합니다. 꿈은 현실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입니다. 그러나 현실 너머의 세계는 전혀 다른 세상은 아닐 것입니다. 정치적, 경제적, 환경적으로 억압되고 불편한 것들이 해소된 세상이며 사람이 사람다워지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의 삶이 힘듦의 농도가 짙어갈수록 더 간절한 꿈을 꾸게 됩니다. 그 꿈의 결과는 오늘이라는 밑 걸음을 발판 삼기에 주어진 현실을 감사하며 소중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인생의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게 됩니다. 그러나 세상은 사람 위에 군림하려는 집단들이 존재해 왔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발에 짓밟히면서 작은 풀꽃들은 꿈을 꾸게 됩니다. 

 

다음 세대에는 이런 세상을 물려 주지 않기 위해 짓 밝힌 채 꿈을 꾸고 내일을 기약하기 위해 오늘을 그들의 잔혹한 발에 짓밟혀 숨죽여 살게 됩니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승리하는 것은 내일을 향한 거룩한 꿈을 꾸는 자들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입니다. 개인이나 집단의 야욕을 채우기 위함이 아닌 서로 이롭게 되기 위한 꿈입니다. 

 

부산의 감천 문화마을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부산에 여행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곳입니다. 감천마을 바닷가 언덕에 있는 소위 달동네입니다. 집집이 형형색색의 색을 칠해서 멀리서 볼 때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게 했습니다. 관광객들은 환호하면 사진을 찍지만 실상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밀려오는 관광객이 다소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마다 그들이 살아온 삶의 무게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골목은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을 만큼 좁았습니다. 관광객은 그것이 아름답다고 사진을 찍지만, 그곳에 살았던 이들은 무거운 짐을 걸머메고 그 골목을 오를 때마다 인생의 한숨을 몰아쉬었을 것입니다. 꿈이 있는 사람은 언젠가 이 마을을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을 것입니다. 그들의 마음을 담아서 언덕 위에 동네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것에 어린 왕자를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젊은이들은 그 어린 왕자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 사진 명소가 되었습니다. 

 

왜 그곳에, 삶의 고단함이 역사적으로 배어 있는 그 언덕 위에 어린 왕자를 만들어 놓았을까요? 아마도 어린 왕자의 꿈이 그 동네를 살아가는 힘겨운 이들과 연결되기를 바랐던 작가의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늘 꿈을 꾸었습니다. 꿈은 여행을 통해서 발전하게 됩니다. 그가 여행한 곳은 사막이었습니다. 절망의 곳에서 그는 꿈을 꿉니다. 사막의 아름다움을 노래했습니다. 그에게 사막이 아름답게 느껴진 것은 어딘가에 오아시스가 숨어 있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사막에 사는 한 베두인이 어린 왕자의 책을 선물 받습니다. 그는 글을 몰라서 선물 받은 책을 읽어 볼 수 없었습니다. 소중하게 간직하면서 그에게 꿈이 생겼습니다. 이 책을 반드시 읽어 보리라는 아주 소박한 꿈이었습니다. 글을 배우기 위해 매일 30㎞의 사막을 걸어 학교를 오가며 글을 배웠고 결국 그는 어린 왕자의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난 후에 그에게는 또 하나의 꿈이 생겼습니다. 어린 왕자를 쓴 생텍쥐페리를 만나보는 거였습니다. 그의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어린 왕자를 쓴 작가를 만나기 위해 프랑스를 찾았습니다. 물이 없고 건물도 없는 사막에서만 살았던 베두인이 프랑스의 도심 문명을 접하면서 그는 충격을 받았다 했습니다. “처음 문명 세계에 와 내가 받은 문화적 충격은 그래서 매우 큰 것이었다. 돌리기만 하면 물이 펑펑 쏟아지는 수도꼭지와 낙타를 타고서도 며칠씩 걸려야 갈 수 있는 거리를 단 몇 시간 만에 돌파하는 기차 등 문명 세계에서 본 모든 것은 내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무사 앗사리드 / ‘사막별 여행자’ 저자의 말 pp8-9/문학의 숲)

 

생텍쥐페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는 또 하나의 꿈이 생겼습니다. 사막 이야기를 글로 엮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사막별 여행자>라는 책을 출간하게 됩니다. 그의 이름이 ‘무사 앗사리드’입니다. 

 

꿈은 꿈으로 연결됩니다. 꿈의 시작은 지극히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꿈이 성장하면 또 다른 꿈으로 연결되고, 그 꿈은 또다시 더 큰 꿈으로 연결됩니다. 문제는 처음부터 큰 꿈을 꾸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큰 꿈을 꾸게 되면 그 꿈과 현실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에 꿈에 짓눌려 질식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예 꿈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있게 됩니다. 어린 왕자의 꿈은 위대하지 않았습니다. 사막을 여행하면서 그는 꿈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 꿈은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오아시스를 만나는 거였습니다. 

 

오아시스는 또 다른 오아시스를 만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줍니다. 그래서 인생이라는 사막 여행을 지치지 않고 완주할 수 있게 됩니다. 인생 사막의 목적은 성공하거나 출세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생존하는 것입니다.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건강한 생존, 행복한 생존입니다. 그래서 어린 왕자의 삶이 비록 사막을 여행할지라도 그는 행복한 사막여행자였습니다. 다음에 만날 오아시스를 꿈꾸며 사막을 완주해 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인간은 꿈을 꿉니다. 오늘이라는 사막의 현실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제의 꿈의 결과입니다. 오늘은 내일을 준비하는 꿈의 날입니다. 현실이 사막일지라도 낙심하지 않는 이유는 숨겨져 있는 하늘의 선물인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 인생의 사막에서 만나는 오아시스, 그것은 때론 사람이고, 때론 지나가는 견공 한 마리이고, 서점에서 무작위로 만나는 한 권의 책이며, 누군가 몰래 가져다준 선물이며 하트로 새겨진 문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오아시스로 더 나은 내일을 꿈꾸게 됩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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