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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만나는 런던-19
엘튼 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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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광대의 냄새 
1997년 9월 8일 아침 아홉 시 팔분. 평소의 모습보다 더 짙은 회색기운이 런던을 감싸고 돌았다. 언제나처럼 런던의 회색 바람은 차가웠다. 한 여인의 장례식이 열렸다. 평범했던 한 여인, 그러나 평범해서는 안되었던 여인, 영국의 황태자비 다이애나의 장례식. 천천히 버킹검 궁전을 빠져 나온 다이애나의 관은 그녀가 믿었던 성공회의 성당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했다. 화이트홀 거리를 지나 한걸음씩 다이애나의 시신이 사원에 가까워질 때마다, 수많은 인파들은 철없는 아이처럼 길거리에서 훌쩍거리고 있었다. 슬펐던 그날의 런던, 그녀의 관이 사원에 들어서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답지 않게 점잖은 안경을 쓰고 수수한 가발을 쓰고 검은 슈트에 얌전한 키 높이 구두를 신고 키 작은 그 남자는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 남자는 능숙한 솜씨로 건반을 울리며 노래 부르기 시작했다. “안녕, 잉글랜드의 장미여. 당신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언제나 피어날 거예요……” 
그 남자는 오늘의 주인공 엘튼 존이다. 그가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울리며 부른 노래는 팝 사상 가장 많이 팔린 싱글 <Candle in the Wind(이하 캔들)>다. 캔들은 엘튼 존과 그의 음악적 파트너 작사가 버니토핀이 만들어 1973년 이미 발표했던 곡이었지만, 다이애나를 위하여 조금 개사해서 장례식의 주제곡처럼 불려졌다. 캔들은 원래 헐리우드의 섹스심볼 마릴린 몬로의 죽음을 추모하는 곡이었다. 생각해 보면 다애이나와 마릴린 몬로 두 여인은 많은 유사점을 지니고 있다. 서른 여섯 같은 나이에 사망한 것도,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것도, 세상이 그들의 미모를 인정한 것도, 평범한 인생에서 극적인 인생으로의 전환을 맛본 것도, 권력자에게 버림 받은 것도. 다이애나 장례식 이후 캔들은 전 세계적 히트를 기록하며 무려 3,300만장이 팔려나가는 기록적인 노래가 되었다. 그리고 이 곡을 만들고 부른 남자 엘튼 존은 팝계의 작은 거인으로 완성되었다. 엘튼 존에게서는 광대의 냄새가 난다. 이 시대 광대의 냄새, 그것은 아마도 화려해 보이지만 초라하고 유쾌해 보이지만 우울한, 야누스의 양면성을 지닌듯한 복잡한 냄새가 아닐까?                                  
1947년 평범한 잉글랜드의 가정에서 태어난 엘튼 존은 대단한 음악적 재능을 보였던 음악의 신동으로 알려져 있다.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익힌 그는 11살때 로열 아카데미에 장학생으로 입학하였다. 그러나 졸업 직전 학교를 중퇴한 그는 펍의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며 실력파 뮤지션으로 대중음악계에 뛰어 들었다. 주로 미국의 팝 스탠더드 넘버를 부르던 <블루 솔로지>라는 밴드를 만들어 활동 하던 초창기 그는 프로그레시브락에의 꿈을 지니고 있었던 듯하다. 엘튼 존의 유명한 좌절의 일화가 그것을 추정케 한다. 당시 프록 밴드 <킹크림슨>의 오디션에 리드보컬로 응시했다가 떨어졌던 것이다. 짐작하건대 천하의 킹크림슨 멤버들이 엘튼 존의 재능을 몰라보았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고 볼품없는 엘튼 존의 외모 때문에 그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일까? 본명(렉 드와이트)으로 활동하던 엘튼 존은 두 뮤지션의 이름을 조합해서 만든 것으로 알려진 엘튼 존이라는 예명을 짓고 본격적으로 활동하는데, 그즈음 그의 평생의 음악 파트너가 되는 작사가 버니 토핀을 만나게 된다. 엘튼과 버니는 팝계의 전설이 된 환상적인 콤비를 이루며 앨범들을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73년 그의 가장 순수한 음악적 수작 앨범 <Goodbye Yellow Brick Road>를 히트시키며 엘튼 존은 세계적 가수가 된다. 70년대 중반 엘튼 존은 전성기를 맞이하며 미국의 빌보드차트를 뒤흔드는 최고의 히트 메이커가 되었다. 초라한 외모를 감추기 위하여 그는 커다란 안경을 쓰거나 당시의 대세였던 그렘락의 영향으로 기이한 복장을 하기도 하였다. 당시 이미 그는 세계에서 제일 돈 잘버는 가수가 되어 있었다. 엘튼존은 빌보드차트를 가장 많이 휩쓴 가수의 한명이다. 그를 능가하는 히트를 기록한 뮤지션은 비틀스와 마돈나뿐이다.
엘튼 존의 음악은 어느 바로크시대의 대 작곡가가 환생한듯한 유려함을 보여 주었다.  바하나 헨델이 환생하여 팝 가수가 되었다면 아마도 엘튼 존과 비슷한 스타일 아니었을까. 엘튼의 그런 힘과 저력은 대부분 그의 인생을 결정지어버린 악기 피아노에서 흘러나온다. 기타가 대세였던 팝의 무대에서 그는 무거운 피아노에 앉아 소리들을 접어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허공에 날려 보냈다. 그는 음유시인의 이미지 보다는, 작곡의 대가의 풍모를 더 지니고 있다. 유명한 웨스트앤드의 뮤지컬 <빌리앨리엇>의 음악도 그의 작품이다. 엘튼 존은 한차례 여성과 결혼생활을 한 적도 있지만, 동성연애자로 유명한 가수다. 2005년 오랜 연인이었던 15살 연하의 남성과 동성 결혼식을 올리기도 하였다. 그의 저택이 있는 윈저의 길드홀, 바로 찰스 황태자가 재혼을 했던 곳이다. 그는 지난 2010년 대리모를 통해 인공수정으로 아들을 출산하는 낯선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그는 하루에 꽃 값으로만 수천 만원을 쓴 적도 있을 정도의 큰 씀씀이를 자랑하지만, 거액의 기부를 한 사회사업가로도 알려져 있다.
이 시대는 인류의 그 어느 때보다도 광대를 필요로 하는 시대다. 이 시대의 광대들은 자신들의 이름이나 얼굴을 팔아 명예와 부를 얻고 귀족 같은 생활을 하는 대신, 자신의 인생을 저당 잡힌 외로움에 괴로워해야 한다. 이 시대의 대표적 광대 엘튼 존을 볼 때 마다 나는 내가 광대가 아님이 다행스럽다. 그 이유는 모르겠다. 광대란 우리가 보살펴줘야 할 불구자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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