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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hherald 2024.02.05 17:49 조회 수 : 677

 

 

인생의 답을 찾고자 한다면 광야로 나가야 합니다. 광야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실 물도 없으며 배고픔을 해결해 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광야에 있다는 것은 마치 죄를 짓기 전에 벌거벗은 에덴동산을 연상하게 됩니다. 욕망으로 얼룩진 존재를 감추기 위해 감쌌던 세속적인 더러운 옷을 모두 벗어 던지고 존재 자체가 알몸이 되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전능자 앞에 홀로 서 있게 됩니다.

 

영국에는 공원이 많습니다. 그래서 공원 천국이라 할 만큼 주변 어디에서든 십여 분만 걸으면 푸른 초장의 공원에 도달할 수 있는 생활 밀접의 공원이 곳곳에 존재합니다. 사계절 푸른 잔디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아름다움을 자아냅니다. 겨울은 겨울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추위와 더위를 거뜬히 이겨내는 잔디는 강하지만 부드러워서 마치 포근한 융단 위를 걷는 듯 몽환의 안락한 느낌을 줍니다. 그렇게 많은 잔디밭을 걸을지라도 인생의 답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누구도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선 푸른 잔디밭으로 나아가라는 말을 남기진 않았습니다.

 

푸른 잔디밭과 광야의 차이가 어떻게 다르기에 인생의 답을 거론하는 걸까요? 푸른 초장에서는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인생의 짐을 내려놓고 그곳에 그 옛날 변화산에서 베드로의 고백처럼 초막 셋을 짓고 안정적인 삶을 영속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푸른 초장에서는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먹을 것이라든가, 마실 것에 대해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푸른 초장이 주는 포근함에 취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겠지만 영국에서 산책할 때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게 되는 것이 개인이 느꼈던 감정입니다.

 

그러나 광야에서는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생각하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신을 혼미케 하는 태양이 내리쪼이게 되면 우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늘을 찾아야 하고, 그늘이 없다면 인위적으로라도 반드시 그늘을 만들어야 합니다. 천천히 걸을 수 없습니다. 신속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죽음과 연결되기 때문에 종종걸음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마치 개미의 움직임 같습니다. 솔로몬은 그의 아들에게 조언했습니다. 개미에게서 배우라 했습니다. 개미를 자세히 살펴보면 천천히 걷는 개미는 없습니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모습, 그러면서 방황하지 않고 반드시 가야 할 목적지가 있고 돌아와야 하는 귀소 본능적 장소가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감독자가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그 이상으로 성실하게 주어진 임무를 완주하는 것은 생명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선지자들은 푸른 초장을 버리고 스스로 광야에서 생활했습니다. 마지막 선지자 세례요한도 제사장만이 가지는 안락하고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광야로 가서 거친 음식인 메뚜기와 석청이라는 야생의 음식을 찾아 먹으면서 영성의 깊이를 위해 자신을 전능자 앞에서 갈고닦았습니다. 광야에서는 욕망의 거추장스럽고 사치적으로 입었던 사회적 옷을 모두 벗어야 합니다. 전능자 앞에서 홀로 서서 긴긴밤을 지새우며 쉼 없는 대화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선각자를 만나기 위해선 광야로 가야 한다는 말이 상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히브리어로 광야를 '미드바르'(Midbaar)라 합니다. 미드바르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음을 뜻합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있어야 할 물이 없으며 음식도 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뜨거운 태양 빛을 막아줄 나무 한 그루 존재하지 않기에 생명을 유지할 수 없음의 의미입니다. 그러나 미드바르는 오직 한 가지만 있을 뿐입니다. '다바르'(Dabaar)만 존재합니다. 바로 말씀입니다. 그래서 세례요한을 만나기 위해서 광야로 몰려든 사람들을 향해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무엇을 구하려 광야에 나갔더냐?" 어떤 이는 어리석게도 푸른 초장에서 구하려는 습관으로 광야에서 여전한 풍요의 욕망을 구했다 했습니다.

 

광야에서 구할 것은 오직 한가지 바로 인생을 변화시킬 말씀입니다. 선지자들이 광야에서 생활하는 이유는 그들 스스로 인생의 욕망을 내려놓고 오직 전능자 앞에 홀로 서 있기 위함입니다. 전능자에게서 오는 감동에 대해 어떠한 기록도 하지 않고 오직 그들의 영혼에 담았습니다. 영혼에 담긴 생명의 말씀을 가진 자들의 얼굴빛이 달라지고 눈빛이 달라지고 걸음걸이가 달라집니다. 생명을 소유했기 때문입니다. 광야로 몰려온 사람들에게 그가 받은 생명의 말씀을 전달해 줍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손 한번 잡아 줌으로, 그들을 바라만 볼지라도 인생의 답을 찾게 해 주었습니다.

 

푸른 초장에선 왜 다바르를 구할 수 없을까요? 따스함, 안락함, 편리함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질적 문명의 풍요 속에선 오히려 생명의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현대는 너무 배가 불러서 게을러지고 타인을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자기 배만 채우기 위해 불법을 하고 생명의 귀중함을 망각하여 경홀히 여기게 됩니다. 더 높이 쌓기 위해 자신을 속이기도 합니다. 푸른 초장에서 외치는 소리는 설명이 더 많아지게 되고 그래서 잔소리 같은 교훈의 소리가 길어지게 됩니다.

 

인생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 위해서 푸른 초장을 찾을지라도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짊어져야 하는 구속감을 느끼게 됩니다. 벗어던지지 못하고, 내려놓지 못하고 오히려 새로운 짐을 지는 것이 풍요로움이 가져다주는 선으로 가장한 욕망입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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