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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만나는 런던-15
케이트 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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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의 소녀
<그림으로 만나는 런던>에서도 그랬지만, <음악으로 만나는 런던>에서 필자가 강조하는 것은 ‘문화에 대한 균형감각’이다. 어차피 우리 것처럼 사용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서양문명의 부산물 서양문화에 대한 무식함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절대로 자랑거리가 될 수 없다. 산 속에 들어가 도인이 될 자신이 없다면 서양문화와 한바탕 싸워야 하는 것이 현대인이다. 우리의 서양문화에 대한 시각은 아직도 단편적이며 아전인수격이며 자가당착에 가깝다. 외형과 외모만을 닮아가는 것이 여러모로 비극의 전조만 같아 불안해지는 것은 소심한 필자만의 기우일까? 우리가 모르는 것을 마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대표적인 분야가 팝이라는 대중음악이다. 어떤 분야 보다도 전문가가 부족하며 수준 또한 형편없는 분야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안목도, 슬프지만, 형편없는 분야다. K-Pop의 황홀한 허구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는 그러한 열악한 팝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케이팝은 마치 자신의 주먹만 믿고 트레이닝도 전혀 없이 링에 오른 권투선수를 연상시킨다. 언제 한방에 케이오 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모습이다. 얄팍한 음악적 소양을 지닌 한국의 아이돌들에게 먹힐 정도로 팝의 세계는 만만하게 흘러온 역사가 아니다. 일본이 얼마나 치열하게 팝을 연구하였는가는 우리에게 좋은 참고서가 되어 줄 것이라고 본다. 서양미술이나 서양음악이 그들의 것이었으므로 그들의 시각을 답습하여야 한다는 어리석은 편견에서 우리 사회가 하루속히 이탈하기를 갈망한다. 자신과의 싸움같은 치열한 감상풍토가 정착되기를 또한 소망한다. 음악이란 어디까지나 자신이라는 우물에서 퍼 올리는 생수 같은 것이다.  
자신이라는 우물에서 신선한 생수를 퍼 올린 여자, 즉 세상에 하나뿐인 개성의 음악을 한 여자로 케이트 부시(Kate Bush, 1958~ )를 소개한다. 런던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팝에 대한 균형감각 상 본 연재에  등장하기 아직 이른 감도 있는 편이지만, 필자의 취향상 좀 빠른 등장이 되는 것 같다. 케이트 부시는 1978년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라는 괴상망측한 노래로 혜성과 같이 등장한 검은 머리의 천재 미소녀였다. 아직 십대였던 어여쁜 소녀 케이트는 이 이상한 곡으로, ‘자신의 자작곡으로 차트의 넘버원을 차지하는 최초의 영국 출신 여가수’라는 명예를 얻게 된다.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에서 소재와 영감을 얻은 <폭풍의 언덕>은 영국 팝 사상 가장 기괴한 넘버원 히트곡의 하나다. 아트락이라는 용어로 정리될만한 멜로디, 하이톤으로 떨리는 소녀의 애절한 목소리, 목소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녀의 천연덕스러운 표정연기, 환상적이면서도 지적으로 느껴지는 조숙한 가사, 발레리나의 판토마임을 보는듯한 소녀의 야릇한 율동까지. 이 한곡으로 케이트 부시는 천재 소녀의 아이콘이 되었다. 
고향인 켄트에서 자작곡으로 밴드활동을 하던 그녀가 메인스트림에서 우뚝 설 수 있도록 도와준 인물은 <핑크플로이드>의 기타리스트였던 데이브 길모어다. 친구의 소개로 그녀의 데모 테잎을 듣고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길모어의 추천으로 EMI에서 레코드 취입을 하게 되었다. 그녀의 이상하고 독특한 춤사위는 어린 시절 그녀가 배웠던 가라데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짐작하고 있다. <폭풍의 언덕>이 수록된 데뷰앨범 <The Kick Inside>의 성공 이후 그녀는 거의 모든 앨범을 히트시키며 영국의 몇 안되는, 흥행이 보장된 여성싱어송라이터로 자리 잡는다. 그녀는 프로그레시브 락의 전통을 잇는 아트락의 대표적 여가수로, 영국적이면서도 엑조틱한 미모로 ‘재색을 겸비한’ 여성 뮤지션으로 존재하고 있다. 가장 영국적인 천재소녀였던 그녀는 이상하게도 미국 시장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뮤지션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폭넓게 소개되지 못한 편이다. 그녀의 음악에 대한 평단의 평가가 그리 후한 편은 아니지만, 필자가 그녀의 최고의 명반으로 꼽는 86년작 컴필레이션 앨범 <The Whole Story> 정도는 꼭 들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특히 자신이 케이팝의 선구자가 되고 싶은 한국의 꿈나무들에게는 필청을 강추한다. 케이팝만 들어서는 결코 케이팝을 발전시킬 수 없을 것이다.  35년전 등장한 한 영국 소녀의 생뚱맞은 음악적 감성을 한반쯤 흘겨 봐두기 바란다. 
케이크 부시는 늦둥이 아들을 키우기 위하여 1993년부터 12년 간의 긴 공백기를 갖는다. 잉글랜드의 서남단 데본주에서의 긴 은둔을 끝내고 2005년 <Aerial>이라는 수준급 앨범을 발표하며 컴백하였다. 날카롭고 예민한 음악적 감수성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그녀는 인생의 질곡을 경험한 중년 여성의 세련된 감성으로 다시 나타났다. 케이트 부시는 후배 가수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 여가수의 한명이다. 80년대 이후에 등장하는 <브욕> <토리 아모스> <케이티 턴스털> <피제이 하비> 같은 뛰어난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거의 다 케이트 부시의 음악을 듣고 영향을 받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세상과 만날 수 있는 것은 예술을 하는 자들이 누리는 일종의 특례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세상과의 조화를 위하여 자신의 스타일을 감추고 다듬어야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데 반해, 예술이라는 보호막을 뒤집어 쓴 자들에게는 자신의 독특한 스타일이 일종의 주무기가 될 수 있다. 
케이트 부시는 자신의 스타일을 아낌없이 세상에 던졌던 여자다. 그녀의 스타일은 하나의 질문이 되어 지구를 돌고 돌았다. 그리고 부메랑이 되어 다시 그녀에게 돌아 왔다. 그녀는 그 부메랑을 잡고 아직도 폭풍의 언덕에 서 있다. 영원한 폭풍의 언덕의 소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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