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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지난 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Roe -v- Wade 판례를 뒤집었다. Roe 판례에 의하면 여성은 임신 초기 3개월동안은 산모의 결정에 따라 낙태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3개월 동안은, 각 주마다 제한조건을 붙여서 낙태를 허용했다. 그리고 그 다음 3개월은 낙태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는 이러한 조건적 낙태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이제 여성의 낙태는 금기어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물론 미국의 연방대법원 판례에 영향을 받지 않는 나라가 있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여성이 임신을 하면 삶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아는 일이다. 건강의 상태가 달라지고, 직장에서의 상황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든 사회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건강에 많은 변화가 온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 또는 동거로 임신을 할 경우라 해도 그 임신한 여성의 건강과 사회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는 것이 임신이다. 하물며, 원치않는 임신의 경우, 그 출산으로 인한 한 여성의 삶은 본인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맞닥뜨릴 수도 있다. 성범죄에 의한 출산의 경우, 그 여성의 삶은 평생 영향을 받는다.  
 
영국에서 살면서 당황했던 일들이 몇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나의 몸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는 ‘나’ 라는 것이 었다. 가족을 위해서, 이웃을 위해서 나는 언제나 가장 건강한 상태로, 생명을 유지하는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한국에서 자란 나의 생각이었다. 교통사고가 나서 피를 많이 흘렸다면 당연히 수혈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의식을 잃고 병원에 가면 당연히 의사 선생님은 수혈부터 해서 생명을 일단 살려놓고 봐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영국 법을 배우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만일 환자가 종교적인 이유 또는 개인적인 이유로 수혈을 하지 말라는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면, 의사들은 수혈을 하지 않는다. 수혈을 하면 그 환자에게 상해를 입힌 결과가 되며,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한다. 만일 내가 의식을 잃었을 경우 강제로 내 생명을 연장하는 의료기기를 내 몸에 달지 말라고 하면 그 개인의 의사를 존중해 주어야 하는 것이 영국의 법이다. 개인의 몸은 개인이 살아 있을때 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은 내가 갖는다. 그것이 영국의 법이다.
 
배 속에 있는 태아가 생명이므로, 그 생명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지 않은 한 살아 갈 권리가 있다고 하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그 생명을 배 속에 넣고있는 여성의 인간으로서의 권리는 무엇인가? 배속에 태아가 있다해도 그 태아를 배 속에서 키우고 있는 여성에게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예를 들자면 건강상 아무런 변화가 없고, 직장생활 등 사회생활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그래서 그저 태아가 여성의 몸을 잠시 빌려서 존재 한다면, 그렇다면 여성이라는 생명과 태아라는 생명이 서로 어떤 양해를 하면서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태아가 존재하는 순간 여성의 삶은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그런 큰 영향을 받게되는 여성에 대하여, 여성은 아무런 권리가 없단 말인가?
 
태아가 생명이므로 그 태아가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 태아를 잉태하고 있는 여성은 무조건 법이 무조건 그 모든 영향을 다 감수하고 낳으라 한다면 이는 법에 의한 폭력은 아닐까? 태아를 뱃속에서 키우는 그 세월동안 나타날 수 많은 변화를 여성은 왜 혼자서 책임을 져야 하나?  그리고 애기를 낳고나면? 낳고나면 그 태어난 생명에 대하여 국가의 법이 책임을 지는가? 교육을 책임지고, 의식주를 책임지는가? 아니면 출산한 여성에게 그 태어난 생명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아닌가?
 
‘행위에 대한 책임’ 이라는 주제를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그 여성이 혼자서 임신을 했단 말인가? 그 행위의 책임자가 그 여성뿐인가? 그렇다면 그 행위의 채임자인 남성은 어떤 책임을 나눠지는가? 혹 그 행위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지않고, 오직 임신을 시킨 남성에게만 있는, 강제적인 행위였다면, 범죄 행위로 인한 임신이라면,  그 여성에게 무슨 책임을 물을 수 있단 말인가?
 
 여성의 몸 안에서 태아가 자란다. 태아가 여성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혼자서 조용히 자라는 것이 아니다. 태아는 여성인 엄마에게 수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엄마인 여성은 건강의 상태가 변하고, 사회생활이 변한다. 그 변화를 국가가 책임지고 같이 해결해 주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출산을 하라고, 낙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강제하는 것은 분명 국가와 그 국가의 법원이 만든 법의 횡포다. 낙태를 하지 않고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도록 하는 모든 책임에서 국가는 도망가면 안된다. 임신에 책임이 있는 남성 역시 책임을 다 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여성이 자신의 몸에 생긴 변화를 자신 스스로가 결정하지 못하게 강제하는 법을 국가가 만들었다면, 이제 국가가 태아와 더불어 산모의 건강과 사회 생활에 책임을 져야하며, 출생 이후의 아이와 엄마의 삶에 대해서도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는가?  권리가 있는 만큼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아닌가? 권리를 박탈하고 책임만 지라고 하는 것은 분명 법의 횡포다. 이제 법과, 그법을 강제하는 국가에 요구하자. 권리를 박탈했으니 이제 그 책임은 국가가 지라고. 태아의 건강뿐 아니라 산모의 건강을, 태아의 생존권 뿐 아니라 산모의 사회 속에서의 생존권을, 태어난 아기의 안전과 교육의 책임뿐 아니라 엄마의 안전과 행복한 삶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지라고. 
 
이제 임신한 여성의 책임을 넘어서서, 같이 임신에 동참한 남성들도 책임을 나눠져야 하며, 그리고 여성으로부터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박탈한 국가와, 그 국가의 법원은 임신한 여성들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아니, 낙태권을 박탈했으니 그 태아와 여성에 대한 생존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판결로 답해 보시기를 요구한다.
 
김인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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