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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개인적으로 영국에 사는 기쁨 중의 하나는 아프리카 대륙이 가깝다는 점입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이는 끊임없는 초원, 사막, 그리고 붉은 빛의 토양을 바라 보면 도시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원초적인 느낌이 퐁퐁 솟고, 인류 조상이 기원한 오래된 대륙이라는 아련한 느낌이 듭니다.

최근 우연한 기회에 아프리카 동남단의 ‘잠비아’라는 가난한 나라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경제학자들이 유럽 경제를 ‘폐경기’에 곧잘 비유하던데 그렇다면 잠비아는 청소년기와 같아서   아직 발달되지 않았지만 충만한 잠재력을 지녔고 출산율이 매우 높아 젊은 사람들이 많은 다이내믹한 나라입니다.

 

 

이번 잠비아 여행에서는 며칠간 집중적으로 코끼리를 근접 관찰할 기회가 있었는데 평소에 동물 구경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특히 코끼리를 보면 뭔가 압도적으로 장엄한 느낌을 받습니다. 가장 처음 방문한 곳은 코끼리 고아원이었는데 부모 잃은 애기 코끼리들을 데려다 키워서 다시 자연으로 보내는 곳입니다. 아프리카는 인류 뿐만 아니라 수많은 동물들이 기원한 곳이기도 하고 전통적으로 사람과 동물이 함께 어울려서 이웃처럼 살아왔습니다. 한동안 개발이며 밀렵 등으로 서식지가 좁아지고 동물의 숫자가 많이 줄었지만 현재는 잠비아 같은 가난한 나라도 개발을 유예하는 한이 있더라도 동물 보호, 자연 환경 보존에 한창이라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아프리카 인들이 동물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고대에서 부터 변함없는 자연 환경과 동물을 대하는 감수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애기 코끼리들은 사람의 신생아처럼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돌봐줘야 하는데 잘 놀다가도 매 시간마다 몇리터의 우유를 거대한 젖병으로 즉시 공급해줘야 합니다. 이는 밤에 잘 때도 마찬가지라서 보호하는 사람이 코끼리들과 꼭 함께 자야 합니다. 애기 코끼리들은 밤에 자주 깨어서 우유 달라고 울고 보채기 때문에 지체없이 즉시 젖병을 물려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죽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자리를 옮겨 잠비아와 짐바브웨 국경에 있는 잠베지 강가의 로지에 며칠 묶게 되었습니다. 잠베지 강은 여러나라를 관통하는 아프리카에서 4번째로 긴 강으로 주변에 아무런 인프라가 없고 연결된 도로가 없어 접근성이 좋지 않은 덕분에 천혜의 자연 생태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수많은 동물들이 몇백만년 대대 손손 살고 있습니다. 강변에는 하마, 악어가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으며 초원에는 영양각, 사슴, 기린, 원숭이, 멧돼지, 사자, 레오파드 들이 뛰어다닙니다. 잠베지 강 유역은 가장 많은 수의 아프리카의 코끼리들이 사는 곳이기도 합니다.    

 

 

코끼리는 가족 단위로 사는데 예전에는 코끼리들이 느릿 느릿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근접 관찰을 해보니 상당히 재빠르게 분주히 움직인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밤에는 숲에서 가족과 함께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강으로 뛰어 오듯이 바쁘게, 급하게 뛰어 내려 오는데 이는 배가 고프기 때문입니다.  코끼리 한마리는 하루에 150kg에서 200kg에 해당하는 양을 먹는데 주로 나뭇가지, 잎사귀를 허겁 지겁 뜯어 먹습니다. 상아로 헤집고 긴 코로 나뭇 가지를 잡아 당겨서 계속 무엇인가를 씹어 먹고 있는데 하루 24시간 중 18시간을 먹는 시간에 할애합니다. 아침에 뭔가 밖에 요란한 소리가 나길래 오두막을 나서보니 바로 옆에서 코끼리가 나무를 사정없이 감아 잡아 당겨 열심히 나뭇 가지를 씹어 먹고 있으며 동시에 엄청난 양의 배설을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낮에 햇살이 뜨거우면 코끼리는 강에서 반신욕을 하면서 여전히 계속 뭔가를 잘라 씹어 먹고 있습니다. 저녁에 노을이 지면 코끼리는 강에서 나와 숲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데 집에 가면서도 계속 나무 껍데기를 벗겨 먹기 때문에 코끼리가 지나간 흔적이 역력합니다. 코끼리 일가족이 잠자는 일대는 낮에 가보면 마치 화재가 낫던 것처럼 나무 껍질이 다 벗겨져 있고 가지들이 다 부러져 있습니다. 쉴새 없이 코끼리 가족들이 나무들을 먹어댔기 때문입니다. 밤에는 코끼리 가족들이 모래 샤워를 하면서 놀고 잠시 수면을 취한 후 다시 다음날 하루 종일 18시간 200kg의 음식물을 먹기 위해 필사적으로 분주히 돌아다닙니다.

 

우리는 왜 코끼리처럼 될 수 없나요?

 

일부 채식주의자들이 코끼리는 그 큰 체구를 채식으로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는데 왜 사람이 꼭 육식을 해야 하나요? 라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코끼리는 위에 본 것처럼 18시간 먹어 대사를 유지합니다. 초식 동물은은 영양가 함량이 낮은 음식을 대량, 장시간 먹어 유지하는데 소를 보더라도 하루 종일 먹고 소화하고 배설합니다. 이는 결코 만물의 영장, 인간이 지향할 모습이 아닙니다. 인간은 진화에서 두뇌가 커지는 대신 장 기능을 대폭 희생했는데 소량의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고 중간 중간 공복 시간을 가져야 두뇌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누군가가 위장 4개를 가진 소처럼 먹고 살라고 설득한다면 절대로 속지 마시기 바랍니다.

 

 

런던한의원 원장 

류 아네스  MBAcC, MRCHM

대한민국한의사

前 Middlesex 대학 부설 병원 진단학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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