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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은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교수의 강연을 듣거나 그의 저서를 읽지 않아도 됩니다. 정의의 기초 단위는 제도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을 존귀하게 여기는 기본적인 마음을 상실한다면 아무리 좋다하는 제도가 있다 할지라도 정의는 실현될 수 없게 됩니다. 정의에 대한 완벽한 장치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에서는 정의를 실현하고 싶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정의라는 말이 없을 때에도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현대가 정의하는 정의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비록 그들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주장을 모른다 할지라도 정의로운 삶을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1980년 27세에 최연소의 나이데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됩니다. 그의 나이 29세에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 라는 책을 펴냅니다. 이 책은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John Rawls, 1921-2002)의 “정의론”을 비판한 내용입니다. 이 책을 기점으로 샌델 교수는 세계적으로 주목 받게 됩니다. 그 후 30년간을 하버드대학에서 행한 그의 정의 강의는 최고의 명 강의로 인정받게 됩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존 롤스의 정의론을 근거로 많은 대학에서 논술 문제의 제시문제로 인용해 왔으며 수능에서도 출제되는 정의에 대한 고전 철학입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어떻게 보면 존 롤스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는 하버드 대학교 교수로서의 후배입니다. 샌델 교수는 존 롤스의 정의론을 교과서로 배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철학과 학문의 세계는 후배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두 교수의 정의에 대한 주장을 알아야 정의를 실천할 수 있고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두 교수의 주장을 모른다 할지라도 분명한 사실은 정의의 규정은 시대에 따라서 변화된다는 사실입니다. 존 롤스의 정의론을 배웠던 사람들의 답안과 샌델 교수의 정의를 배운 사람은 답안은 다를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 세상에 필요한 존재론적인 사실들을 철학적으로 증명해 내는 한계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사상이나 철학은 절대적인 것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인 부분도 그러합니다. 누구에 의해 역사가 기록되어지느냐에 따라 부각되는 부분이 있는 가하면 감추어지는 부분이 있거나 왜곡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사회 정의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정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세상은 결과 위주의 구조입니다. 과정이 부정적이든 더럽고 냄새가 나더라도 결과만 좋으면 모든 잘못된 과정들은 무마됩니다. 과정은 선할지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지탄을 받게 되는 것이 현대 사회의 구조입니다. 그래서 과정을 속여서라도 좋은 결과물을 세상에 내 놓으려 하는 것입니다. 정의는 과정이 아름다워야 합니다. 영국 중부 지역의 코벤트리(Coventry)는 상징은 레이디 고디바(Lady Godiva) 동상 입니다. 사회 정의가 무엇인지를 그녀의 삶을 통하여 증명하였습니다. 정의는 화려한 철학적 주장이나 퍼포먼스가 아닙니다.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마음,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마음, 그 마음을 실천할 수 있음이 정의의 시작이며 완성입니다. 

 

중세 시대 당시 코벤트리의 영주인 레오프릭(Leofric)은 백성들에게 가혹하고 잔인한 영주였습니다. 고디바는 그 악독 영주의 젊은 부인입니다. 백성들에게 부당하게 부과되는 세금을 감면해 줄 것을 고디바는 간청 하게 됩니다. 영주는 부인의 말을 들어 줄 마음의 정의가 없었습니다. 영주의 생각은 대를 위해서 백성들을 희생시켜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오늘날의 많은 정치인들이나 기업주나 종교 지도자들의 생각과 같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고디바 역시 끊임없이 세금 감면을 요청했을 때 레오프릭은 술에 취해서 부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말을 타고 코벤트리 시내를 한 바퀴 돌면 세금 감면을 생각해 보겠다는 것입니다. 고디바는 다음날 일찍 영주가 말한 대로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백말을 타고 코벤트리 시내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백성들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기 위해 알몸으로 말을 타는 고디바를 위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주민들은 창문을 닿고 커튼을 닿았습니다. 한 사람도 밖을 대다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톰(Tom)이라는 재단사는 궁금하여 살며시 밖을 대다 보다 시종이 쏜 화살에 눈이 멀게 됩니다. 그래서 남을 엿보는 관음증을 피핑톰(Peeping Tom)이라는 말의 어근이 됩니다. 고디바의 정의로운 행동이 훗날에는 관습과 상식을 깨트리는 행동을 고디바이즘(Godivaism)이라는 신종 용어가 탄생하게 됩니다. 

 

지금도 코벤트리 중앙엔 레이디 고디바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녀의 매혹적인 나체의 몸매로 말을 타고 있는 동상의 모습을 많은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도 하며 신기해합니다. 역사를 알지 못한다면 왜 저런 나체의 모습으로 말을 타고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정의사회는 정치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요 어떤 철학적인 가르침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고디바의 마음과 같은 것입니다. 단순한 진리입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정의의 시작이요 완성입니다. 나와 함께 일하는 종업원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정의의 기초가 됩니다. 그러한 정의가 없다면 어떠한 정의 사회도 실현될 수 없게 됩니다. 세상엔 정의가 없습니다. 그러하기에 정의를 꿈꾸게 됩니다. 정의의 기본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입니다.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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