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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자기 피알(PR, public relations)이란 대외적으로 자신을 나타내기 위한 목적성 홍보를 뜻합니다. 옛 사람들은 자신을 스스로 알리는 것에 대해선 수치로 여겼습니다. 자신 뿐 아니라 가족을 자랑하는 것을 덕스럽지 않은 행동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현대는 타인을 세워주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내세우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특히 한국 문화가 그러합니다. 한국은 이력서를 보이는 곳에 걸고 다녀야 합니다. 만나서 십분 이면 그 사람의 이력을 이야기로 들을 수 있습니다. 자기 피알시대인 것은 확실하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는 덜합니다. 숨겨진 미덕이 없는 시대입니다. 자기 입으로 자기의 장점을 이야기해야 하는 서글픈 시대입니다. 물론 자기 확신을 말할 수 있다지만 어떻게 보면 자기자랑을 말해야 하고 그것을 듣고 사람을 판단하는 얄팍한 시대입니다. 

 

도심의 빌딩 디자인도 그러합니다. 빌딩 앞에 서 있으면 그 안에 어떤 업체들이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안내해 놓았습니다. 찾기 쉽도록 친절한 안내입니다. 영국은 한국과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곳을 고향삼아 살다보니 자기 드러냄이 낯설게 다가 올 때가 있습니다. 영국인들은 자기 이력을 감추어 둡니다. 수십 년 벗이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에게 아픔이 있었는지, 어떤 특기가 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피아노를 전공했다 하여 함부로 피아노 앞에 앉지 않습니다. 노래를 잘 부른다 하여 자랑삼아 노래하겠다고도 하지 않습니다. 건물도 그러합니다. 안내하는 간판이 없기에 물어물어 찾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없는 것 없이 다 있지만 찾아낸다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처음 영국에 정착했을 때 모든 것이 불편했습니다. 분명 이 건물에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간판을 찾을 수 없어서 헤매게 됩니다. 

 

한국인은 겉으로 울고 영국인은 속으로 웁니다. 그러나 기뻐할 일이 있으면 영국인은 겉으로 축하해주고 한국인은 속으로 축하해 주는 듯합니다. 물론 이는 개인의 판단이기에 절대적이라 할 수 없습니다. 현대는 바야흐로 개인 피알시대의 도를 넘어 섰습니다. 보이는 것에 치중을 합니다. 영국 여성들은 화장을 잘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얼굴에 주근깨가 리얼하게 드러납니다. 집안에서와 밖에서 뵐 때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영국에서 목회할 때 새벽예배를 꼭 오고 싶어 하는 자매가 계셨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오시면 되는데 무엇이 문제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새벽예배 오면 목사님이 못 알아보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그런 일 없을 것이라 했더니 그 다음날 새벽에 오셨습니다. 그런데 전혀 다른 분이 오셔서 새로운 성도인 줄 알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집안의 모습과 외출할 때의 모습이 한국인들은 많이 다름을 그때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자기 과시를 해야 하는 문화입니다. 옛 양반은 삼일 굵어도 헛기침을 하며 마치 고기를 실컷 먹은 것처럼 이를 쑤셔야 만이 체면이 유지되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실존의 서양 문화가 깊숙하게 한국에 침투해 왔을 때 양반 문화는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양반 문화는 지극히 체면 문화입니다. 비가와도 뛰지 않아야 하고 쌀독이 쌀이 떨어져도 구걸하거나 타인에게 아쉬운 소리를 않아야 합니다. 서양 문화는 실존이며 현실의 문화입니다. 삶에 불필요한 체면 거품을 제거했습니다. 우리 고유의 옷은 한복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것을 입는 것이 특별한 날에만 입습니다. 영국에 처음 갈 때 지인들이 양복을 몇 벌 해 주었습니다. 한 지인에게 한복을 해 달라고 했더니 농담으로 여겼습니다. 공항에 한복 차림으로 가고 싶다 했더니 모두들 아연 질색했습니다. 눈에 띄지 말라며 조언해 주었습니다. 왜 우리는 고유의 한복을 특별한 날에만 입어야 하는 걸까? 보편적으로 입는 양복은 말 그대로 서양의 대표 옷인 양복입니다. 이제 양복은 우리의 것이 되었습니다. 이유는 한 가지 입니다. 실존적 문제인 편리함 때문입니다. 양복은 편하고 한복은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기에 한복을 벗어 던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민족주의자 정치인은 한복만을 고집했습니다. 한국인의 뿌리를 찾기 위해선 한복을 찾아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그를 따르는 젊은 무리들이 개량한복을 입고 다니기도 했지만 한 때의 유행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전통은 불편합니다. 양반문화는 유교문화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 전통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불편함 때문입니다. 전통은 결국 사람이 걸어온 무늬입니다. 나무에 무늬가 있어서 그 무늬를 통해 나무 역사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전통은 인간이 걸어온 역사적 무늬입니다. 중요한 무늬이긴 하지만 현실의 편리함에 의해 무늬는 바뀌게 됩니다. 현대는 이미 자기 피알시대가 지났습니다. 이력서 한 줄 늘리기 위해 몸부림 할 때도 있었지만 겉으로 보이는 이력서 몇 줄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닌 깊은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대 기업들 중에는 신입사원들의 이력서 보다는 SNS 매체에 기록된 그의 지난 역사를 통해 평가하는 시대입니다. 어떤 음식을 먹으며, 무엇을 보고 느끼고,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가 그의 인생이 됩니다. 비록 한눈에 보이도록 자기 인생을 정리하지 못할지라도 그의 인생의 깊이와 넓이를 사진과 글을 통해 조금씩 알아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피알 해야 하는 서글픈 시대지만 행복한 시대입니다. 인류 역사이래 가장 행복한 시대는 자기 자신이 살아온 시대입니다. 반대로 가장 불행한 시기도 자기가 살아온 시대입니다. 행복한 시대를 살 것인가? 아니면 불행한 시대를 살 것인가는 시대가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해야 할 개인적 문제입니다. 암흑의 터널일지라도 빛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이 있지만, 빛의 시대에 암흑만을 바라보고 걱정하는 이가 있게 마련입니다. 사막일지라도 푸른 초장을 꿈꾸며 사는 이가 있지만 푸른 초장에서 사막을 두려워하는 이도 있게 됩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도 행복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자기 홍보를 애칭으로 받아 줘야 합니다. 그러나 입으로 말하는 것이나 이력서 몇 줄로 자신을 설명하기 보다는 생으로써 말해야 하는 진실을 추구합니다.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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