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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발견 - 페어플레이 규칙

hherald 2012.01.16 18:55 조회 수 : 1108

페어플레이 규칙

영국인의 운전태도는 공정한 줄서기와 좋은 매너 원칙의 연장이라고 보면 된다.
자동차의 페어 플레이 규칙을 깨는 것은 보행자의 새치기 행위와 마찬가지로 의분을 불러일으킨다. 운전자는 예상되는 새치기꾼을 예의 주시한다. 그리고 앞으로 조금 나가면서 슬쩍 옆을 보고 앞 차간의 간격을 줄여 새치기가 예상되는 운전자의 눈을 피하면서그의 기회주의적 운전을 훼방 놓는다. 
고속도로나 큰 국도에서 빠져나가는 차선에는 항상 차들이 밀려잇다. 비양심적인 운전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차들을 무시하고 고속 차선으로 끝까지 간 뒤 나가는 차선으로  다시 끼어들려 한다. 이는 새치기 같은 짓임에도 이 죄인들이 받는 벌은 (보행자들과 마찬가지로)얼국 찡그림, 불쾌한 시선 투덜거리는 욕설들이다.아마도 성나고 외설적인 동작 같은 것을 좀 더 받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언제나 굳게 닫힌 안전한 유리창 뒤에서나 이루어진다. 경적은 그런 경우에 아주 드물게 사용된다. 불문율의 규칙에는 화가나서 울리는 경적은 아주 위험하게 운전하는 사람을 타이르기 위해서 쓰는 것이지 심히 비 도덕적인 운전자에게 쓰는 게 아니라고 되어 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거나 운전하는 상황일 경우 예의의 규칙은 영국문화에서 공손함의중요성을 또다시 상기시켜준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공손함의미묘한 차이를 더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것 같다. 
주로 타인에게 부담을 지우거나 강요하지 않으려는 소극적 공손함이 지배하는 문화에 대한 이해는 영국의 정체성을 칮으려 노력하는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영국인의 공손함과 예의는 실제 친밀감이나 친절함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영국인의 생활과 문화 그리고 되풀이되는 주제의 여러 면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영국인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할 듯한 경향이 나타났다. 내가 보는 바로는 영국인은 사람을 사귈 때 단도 직입적이고 직접적이며 투명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선천적으로 솔직하고 명확하고 단호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언제나 애모모호하고 복잡하며 뒤얽힌 게임을 한다. 우리가 무슨 일을 거꾸로 하지 (우리 뜻과는 반대로 말한다든지, 자신을 끝까지 소개하지 않는다든지, 어떤 사람이 우리에게 부딪혔을 때 먼저 사과 한다든지, 그리고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하기) 않을 때는 위반자에게 대놓고 해야 할 것을 우회적으로 새치기꾼에게나 해야 할 분개해서 투덜거리는 말을 옆 사람에게 하기, 연착되는 기차에 대한 불평을 옆 승객에게 하기) 한다. 우리가 사람을 사귀는 과정에서 보이는 태도에는 난처한 애매모호함, 해결이 어려운 혼란, 숨은 의미,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 소극적 적대 행위, 피해 망상적 혼돈이 혼재돼 있다. 우리는 집요하게 모든일을 어렵게 만들기로 결심한 것 같다. 한 미국인이 왜 영국인은 그냥 좀 직설적으로, 솔직하게 못하느냐고 내게 물었다. 그녀가 지적한 대로만 하면 우리 자신을 포함해 모든 사람을 큰 어려움에서 구할 텐데 말이다.
내 생각에 우리는 직설적이고 솔직해져야 할 때는 좀 지나친 경향이 있다. 결국 소란해지고 , 공격적이 되며, 무례해지고, 전체적으로 견딜 수 없게 변해버린다. 영국인들에게 내가 영국인다움을 조사한다고 말할때 마다 우리는 사교적인 면에서 억제하는 경향이 있고 상당히 공손하다고 말해준다. 그러면 그들은 "우리는 억제된 것 같지도 않고 공손하지도 않다. 우리의 훌리건들과 (hooligan)들과 사방에 있는 주정뱅이를 봐! 우리는 시끄럽고 추악하고 치욕스럽다." 라고 말한다. 이로써 드러난 우리들의 국민적인 자기 모욕 사랑은 잠깐 옆으로 치우고, 나는 억제되고 공손한 면과 우리들의 시끄럽고 추악한 면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점을 논의 하고자 한다. 이 두가지 성향은 근본적이고 특이하며 영국인이나 걸리는 사교적 불편(social dis-ease)이라는 병 ( disease)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그 병이란 우리가 타인과 정상적이고 직접적인 교류, 즉 터놓고 사귀기를 못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이는 고질병이라 치료가 불가능하다. 우리는 자신의 불행한 무능력을 가장하고 극복하기 위해 독창적인 방법들을 고안해 냈다.(예를 들면 날씨 이야기, 퍼브, 택시 기사의 백미러같은 사교 '촉진제'들). 그렇다고 이런 질병을 다 치유 할 수는 없다. 
영국인 특유의 사교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그것을 보완하는 장점이 있다. 이 장이서 시험한 많은 규칙들은 '공정함'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다른 나라에는 이런 개념이 없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무엇이 특별히 영국인 다운것인가? 페어플에이에대한 압도적인 강박관념이다.
이 장의 나머지 규칙은 우리 영국인의 또하나의 커다란 강박과념인 계급에 관한 것들이다. 먼지, 청결함, 개 등에 관련된 차 관리 규칙에는 흥미롭고 일관된 경향이 나타난다. 이런 경향을 우리는 최상위, 최하위, 계급에서 공통으로 찾을 수 있다. 이 양극의 계급은 너무나 딴판인데도 그 중간에 위치한 중산층보다 더 공통점이 많다. 그중에서도 계급간의 미묘한 차이에 연연해 하지 않는 것과 '이웃이 어떻게 생각 할까'에 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주목 할 만하고 화려한 영국 괴짜들은 항상 최상류층이나 최하류층에서 나오는 건가하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남의 눈을 의식하는 중증층이나 중하층에서는 파렴치하고 변화무쌍한 기행奇行을 보기 어려운 것 같다. 
마지막으로 '도로 분노'에 대한 논의에서 영국인의 애국심, 특히 애국심 없음에 대한 의문에 초점을 맞춘 바 있다. 세상에 어느 나라 국민이 이렇게 비애국적이기로 아예 단결한 곳이 있는지, 혹은 자기 학대 성향이 있는지, 까다롭게 칭찬 받기를 주저하는지 궁금하다. 이 자존심 결핍의 나라에는 추천 할 만한 게 전혀 없다는 확고부동한 믿음과, 어떤 경우에도 이 나라는 파멸해 가고 있다는 확신은 영국인의 결정적인 특성 중의 하나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특질이 결정적인 특성 그 자체라기 보다는 하위 범주, 즉 우리의 겸손과 엄살 불평 그리고 유머 규칙(특히 자기 비난 규칙과 진지하지 않기 규칙)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병증이 아닌가 의심한다.
 그 어느쪽이더라도 사람들은 - 이 책에서 영국인에 대한 나의 많은 부정적인 언급에도 불구하고 - 내가 너무 긍적적으로, 아첨하듯이 우리들의 어두운 부분들을 얼버무렸다느니 무시했다느니 하면서 꾸짖을 것이다. 내가 약간 자조적이고 비판적이며 투덜거리는 것처럼 보인다면, 아마도 영국인이기 때문일것이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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