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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발견-유혹의 기술

hherald 2012.04.30 19:30 조회 수 : 1218



한 나라의 성격에 대한 고정관념에는 일말의 진실이 있는 법이다. 영국인이 성적으로 억제되어 있다는 생각은 미안하게도 대단히 정확하다. 우리가 일단 침대에 가면 누구보다 능력이 있고 정열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는 데 상당히 서투르고 미숙하다.
우리의 내성적인 성격과 자제가 성에 대한 무관심에 기인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그 주제가 좀 창피하다고 느낄지는 몰라도 영국인도 섹스에 강렬한 흥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사생활 보호 규칙에 의한 금단의 열매 효과로 우리는 타인의 성생활에 대해 좀이 쑤셔서 만족을 모를 만큼 매료되어 있다. 그 궁금증은 대중지에 끝도 없이 실리는 섹스 추문과 폭로성 기사로 좀 완화되는 편이다.
우리 자신의 성생활에 대한 관심은 무엇보다 억제를 떨쳐버리는 데 집중돼 있다. 만일 우리가 유혹에 서투르다면 그걸 원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다. 영국인 유혹 방식에 관한 나의 조사에 의하면 최근 18~40세 응답자 중 1퍼센트만 한번도 유혹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3분의 1이 넘는 사람이 오늘 혹은 지난 일주일간 유혹해보았다고 했다. 다른 나라에서 조사해보아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유혹, 이것이 없었으면 우리 인류는 오래전에 멸종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이다. 만일 몇몇 진화심리학자들을 말을 믿는다면, 유혹이야말로 인류문명의 기초일지도 모른다. 큰 두뇌로 인해 복잡한 언어, 뛰어난 지혜, 문화 등을 일구었고 이로써 우리는 동물과 구별된다. 이것이 공작 꼬리 같은 기능을 하며 상대를 유혹하고 차지하는 유혹의 도구를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만일 농담으로 수다의 진화론이라고 불리는 이 이론이 맞다면 인간의 모든 성취, 즉 미술과 문학, 우주과학도 단지 성적 상대를 찾는 데 필요한 능력의 부산물일 뿐이다. NASA, 햄릿, 모나리자가 모두 수다에 의한 우연의 산물이라는 설은 좀 억지스럽지만, 분명 진화는 유혹을 좋아한다. 우리의 먼 조상 중에서 가장 기술이 좋고 매력 있는 사람이 상대를 잘 구해 후손을 생산했고, 그래서 그 유전자가 자손들을 통해 지금까지 전해져온 것이다. 우리는 결국 성공적인 유혹의 산물이고 유혹 본능은 우리 머릿속에 잘 내장되어 있다. 현대인은 원시인 같은 짝짓기는 하지 않을지 몰라도 아직도 유혹 행동을 한다. 우리는 두 종류의 유혹을 한다. 그중 하나는 짧게 말해서 '의도를 가진 유혹', 즉 짝짓기 의도가 숨겨진 유혹이고 다른 하나는 '오락을 위해 하는 유혹', 즉 즐거움이나 다른 사교적인 이유 혹은 아예 처음부터 연습 삼아 하는 유혹이다. 그래서 사고하는 인간은 종족보존을 위해 의무적으로 작업을 걸어야 하는 유전자가 들어 있는, 타고난 바람둥이이다.
영국인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성을 유혹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도 다른 사람들만큼은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기술이 서투르고, 편안해하지도 않고, 하기는 하면서도 확신이 없다. 혹은 우리 중 50퍼센트는 이런 품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성적 장애가 있는 전형적인 영국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것들을 못 갖추었다는 이유로 놀림을 당하고 비난 받는 남자들이다. 잘 알려진 농담이나 야유 중에는 영국 여성들의 성적 불감증이나 무지를 암시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영국 남성의 성적 불능, 무관심, 능력 부족에 관한 근거 없는 주장들이 대부분이다. 영국 남자들의 성적인 무능력 혹은 단점 같은 결점 때문에 영국 여자들은 짜증이 나 있다. 18세기 초 스위스 비평가 드 무랄(de Muralt)은 '영국인에 관한 편지(Lettres sur les Anglais)'에서 영국 여자들에 대해 "그들은 조금 버릇이 없는데. 그것은 남자들의 관심 떄문이기도 하지만, 남자들이 시간을 같이 보내주지 않아 성격과 버릇이 좀 나빠졌기 때문이다. 대개 남자들은 여자보다는 사냥과 포도주를 더 좋아한다. 그러나 영국 포도주보다는 영국 여자가 더 괜찮은데도 포도주를 더 좋아하는 것을 보면 영국 남자들은 욕을 먹어 마땅하다"라고 했다. 외국 제보자들도 같은 요지의 말을 했다. 그들은 영국 포도주를 맥주와 바꾸어 얘기했는데, 그래도 맥주에 대해서는 불평하지 않는다.
영국 남성의 성적 불능과 무관심에 대한 혐의는 근거 없고 부당하다. 그것은 사실 관찰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이는 주로 영국 남자들이 비난 받는 세 번째 결점, 즉 유혹하는 기술과 능력 부족에서 기인한 인상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 남성은 여성들을 다루는 데 타고난 재주는 없는 듯하다"고 그 스위스 비평가는 얘기했는데, "그들의 완벽한 뻔뻔스러움과 존경스러움 침묵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영국 남성은 활발한 성생활을 하는지 몰라도,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선수가 아니다. 한 남성 제보자가 "여성이라 불리는 반대쪽 종"이라 부른 여성과 부딪치는 상황에서는 결코 잘하는 편은 아니다. 그들은 보통 과묵하거나 말이 없거나 어색해한다. 나쁜 경우에는 촌스럽고 우둔하고 어색하다. 영국 남자들은 술을 많이 마시는데, 술이 자제심을 누그러뜨리도록 도와준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는 어색하고 말 없는 과묵함에서 촌스럽고 볼품없는 우둔함으로 논점을 옮겨가는 것일 뿐이다. 불운한 영국 여성 입장에서는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만일 그녀의 판단력도 비슷한 양의 음주로 흐려졌다면, '어이 한번 어때?'라는 식의 유혹도 재치와 재담의 극치로 보일 것이다.
영국인이 후손을 재생산해하는 신비에 대한 답은 술에 있다고 간단히 얘기하고자 한다. 알았다. 내가 조금 과장헀다. 그러나 영국인 유전인자가 전해지는 데 술이 한 역할을 절대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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